[Opinion] 내 인생이란 무대 위의 배우는 나니까 [사람]

늘 그랬듯, 오늘이 무대!
글 입력 2021.03.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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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시작은 알고리즘이었다.


2019년 여름이었다. 나는 바다 대신 유튜브 한가운데를 부유하고 있었다. 이미 구독하고 있는 채널의 새로운 영상은 모조리 본 후였다. 그때 알고리즘이 어떤 영상 하나를 추천했다.

 

 



 

[제가 왜 늦었냐면요] 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는데, '티키틱'이라는 처음 보는 채널이었다. 내가 평소에 보던 종류의 영상도 아니었다. 홀린 듯이 영상을 재생했다. 그래서 왜 늦었다는 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영상이 끝나고, 또 홀린 듯이 다음 영상을 재생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구독을 누른 후였다. 구독만 눌렀나? 그날 밤, 채널의 모든 영상을 정주행했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몽땅 팔로우했다. 이런 천재들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애석해하며 채널을 친구들에게 홍보했다.


그러니까, 티키틱과의 첫 만남은 알고리즘 때문이었다.

 

 

 

| 아, 그래서 티키틱이 누군데

 

티키틱.jpg

사진 출처 | 티키틱 인스타그램


 

티키틱은 2018년 9월 15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동영상 크리에이터이다. 이신혁, 오세진, 추지웅, 김은택 네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을 보면, 차례로 김은택, 추지웅, 이신혁, 오세진이다. 이신혁이 만들었던 Project SH에서 시작된 티키틱은 2021년 3월을 기준으로 5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대장으로 통하는 이신혁이 전체적인 기획과 연출 등 감독을 맡고 있고, 오세진은 메인 배우를 맡고 있다. 추지웅은 조명을 담당하고, 편집 등 미술적인 부분은 김은택이 맡고 있다. 역할은 이렇게 나누어져 있지만, 네 사람 모두 공동 운영자로서, 영상 속에서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영상을 제작한다.

 

티키틱은 웹드라마를 주로 제작하는데, 드라마 형식으로 된 짧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직접 작곡하고 부른 노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때, 직접 만들고 녹음한 노래들은 음원으로 출시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티키틱의 열혈 구독자인데, 실제로 2019년에 티키틱을 주제로 수업에서 발표를 진행한 적이 있다. 발표를 진행하면서 대형 강의실의 빔 프로젝터로 티키틱의 영상을 틀었고, 교수님은 바로 티키틱 채널을 구독하셨다. 장담하건대,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티키틱의 영상을 한 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티키틱 영상들은 그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그 매력이 뭐냐고?

 

 

 

| 통통 튀는 색다른 콘텐츠

 

티키틱의 콘텐츠들은 전부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자체제작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들이어서 그럴까? 콘텐츠에 쓰이는 모든 노래들은 전부 이신혁이 작사 작곡한다. 보컬은 다양하게 참여하는데, 이신혁을 비롯한 티키틱 멤버들의 목소리로 노래와 화음이 채워지는 경우도 있고, 동료 유튜버들이 녹음에 참여하기도 한다. 조매력, 유준호 등이 주로 참여하며, 다양한 유튜버들이 녹음, 혹은 촬영에 특별 출연자로 참여한다. 메인 배우로는 오세진이 활약하고, 조명 및 촬영은 추지웅이, 소품 및 편집 등은 김은택이 담당한다.

 

단순히 자체제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결과물이 빛나는 건 아니다. 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영상의 연출이나 촬영 기법 등에서 그들이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영상은 ‘시청자와 노래로 Q&A 주고받기’ 영상이었다. 티키틱은 구독자 Q&A를 상당히 흥미로운 방법으로 진행했다. 구독자들이 직접 멜로디를 붙인 노래에 질문을 담아 티키틱에게 보내면 티키틱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노래로 만들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질문을 한 구독자들이 전부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었는데, 답변하는 노래를 그 질문과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 유쾌함과 함께 통일성도 주었다. 노래를 만든다는 건 전문가의 분야라고 생각되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누구나 간단한 멜로디로도 참여가 가능해서 다양한 구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구독자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영상을 창작해나가는 형식이 흥미로웠다.

 

정말 기발했던 영상은 ‘성적표 소곡’이었다. 대학교의 성적은 알파벳으로 나온다. A, B, C, D, F. 티키틱은 이 알파벳들을 음계에 치환해 음악을 만들었다. 학기 별로 과목 별로 어떤 학점을 받았는지 풀어내면서 그 속에 대학 4년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주인공이 대학을 졸업하자 사라진 음악은 길을 걸어가던 대학생에게서 다시 시작된다. 매일 마주하는 성적들이 하나의 노래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대학생활도 저렇게 경쾌한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원테이크 촬영 기법이 돋보이는 영상도 있었다. 원테이크란 처음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은 하나의 컷으로 촬영하는 기법을 말한다. 앞서 말했던 ‘제가 왜 늦었냐면요’ 영상이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는데, 극을 혼자서 끌고 가는 오세진의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티키틱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코믹스러운 부분도, 감동적인 장면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한다. 신나는 노래, 슬픈 노래 가리지 않고 창작한다. 촬영 감독이 노래를 하기도 하고, 감독이 촬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티키틱의 작품들은 전부 색다른 매력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다고 소개한 Q&A 영상을 첨부한다.

 

 

 

 

 

| 어딘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


티키틱의 영상들은 전부 어디선가 일어날 것 같은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 내 얘기인가 싶을 정도로 일상 속에서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티키틱의 진짜 매력이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재밌는 영상, 좋은 노래를 넘어서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든다는 점이 티키틱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업 중에, 혹은 일과 중에, 우리는 모두 딴짓을 한다. 지금 당장 나만 하더라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몇 번의 딴짓을 했는지 모른다. 딴 짓 한 번 안 해본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티키틱의 ‘딴짓의 이해’에 공감할 수 있다. 강의 시간 중 학생들이 딴짓을 하는 걸 담은 이 영상은, 다양한 딴짓을 소개한다. 강의 시간에 몰래 메신저를 하는 것부터 멍 때리는 것까지 아, 민간인 사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다.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가? 사실 나는 매일 그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어제의 나를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있는가? 사실 그 생각도 내가 매일 하는 생각이다. 한 번 쯤 그런 생각을 해봤다면 ‘후회의 노래’가 격하게 공감될 것이다. 내일의 나에게 모든 걸 맡기고 싶은 오늘의 나와, 그런 어제의 나를 후회하는 오늘의 나가 공존하는 영상이다. 공감되는 내용에 더불어 독특한 편집 방식이 흥미로운 영상이었다.

 

집콕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집에 있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분명히 그 이전에도 집콕족들은 존재했다. 유명한 맛집에 가는 건 힘드니까, 밖에 추우니까 '집에 있자'고 티키틱은 말한다. 사실 뼛속 깊이 외향적 인간이지만 집에 있고 싶은 날도 분명히 있기에 이 영상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뼛속 깊이 집을 사랑하는 친구 한 명은 이 영상을 처음 접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도 다운 받았다.

 

소개한 영상들 중 가장 좋아하는 ‘후회의 노래’를 첨부한다.

 

 

 

 

 

| 늘 그랬듯, 오늘이 무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엄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엄마. 왜 노래는 다 사랑 노래야? 그때 엄마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라고 대답하셨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 사랑은 인기 소재가 된다. 노래에서, 소설에서, 영화에서 우리는 심심찮게 사랑이라는 주제를 찾을 수 있다.

 

티키틱 역시 사랑을 노래한다. 하지만 이 사랑은 사람들 간의 사랑이 아니다. 내 인생에 대한 사랑이다. 티키틱은 우리의 인생을 노래한다.

 

‘롱테이크’라는 영상에서는 누구나 할 법한 인생의 쓴맛을 담았다. 남들은 전부 편집된 것처럼 완벽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원본 영상처럼 뒤쳐진 것만 같은 초라함. 티키틱은 항상 날 앞서가는 불안에 맞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생들을 위로한다. ‘불행 면접’ 역시 그렇다. 내 안의 숨 쉬고 있는 불행한 생각들이 서로 앞다투어 달려드는 걸 면접 현장에 비유했다. 불행한 생각 지원자는 여럿인데 긍정적인 생각 지원자는 단 한 명뿐인 것이 꼭 우리네 인생과 같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건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그렇게 티키틱은 우리 안의 조그마한 긍정적인 생각까지 끌어내 우리를 격려한다.

 

그러니까, 티키틱은 그야말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버겁게만 느껴지는 내 인생의 한 부분이 그럴듯한 노래의, 유쾌하고 때로는 잔잔한 영상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기에 티키틱의 영상 속에서 내 인생,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무대가 된다. 늘 그랬듯, 오늘이 무대라는 티키틱의 슬로건처럼.

 

그렇기에 나는 티키틱을 좋아한다. 오늘의 무대를 살아가는 티키틱과 함께 나는 오늘도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유쾌한 날엔 경쾌한 영상들이 배경에 깔리고,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엔 잔잔한 음악들이 무대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티키틱 멤버들에게도 부탁한다. 앞으로도 내 평범한 일상이 기억에 남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그대들의 상상력을 동원해주기를 염치 불고하고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티키틱의 영상을 첨부한다.

 

 

 

 

그럼, 오늘도 각자의 무대를 멋지게 채우길 바란다. 인생이란 무대에서 배우는 바로 나니까.

 

 

 

황시연.jpg

 

 

[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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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룰루
    • 티키틱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말이 참 좋네요! 티키틱의 영상을 보며 늘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나봐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오늘'을 티키틱과 함께 멋진 무대로 만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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