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읽고 이해하는' 루브르 미술 관람법 - 63일 침대맡 미술관

방구석 미술 여행 어떠세요?
글 입력 2021.03.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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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 파리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마지막 날, 친구와 나는 그날을 미술관 투어로 콘셉트를 잡고 하루 종일 파리의 유명 미술관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까지.. 그날은 하루 종일 예술로 충만했다.


‘예술 데이’의 화룡점정을 찍을 루브르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갔지만, 시간을 착각해서 미술관은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았고 허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지라 우리는 몹시 실망했고, 돌아오는 길엔 비까지 와서 더 우울했다. 친구와 나는 꼭 다시 파리로 와서 루브르를 보자고 약속했다.


그때부터 루브르는 내게 ‘꼭 가야 할’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남아있다. 아니. 모든 사람에게 ‘루브르’는 꿈같은 장소가 아닐까? 원래대로라면 바로 올해,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을 테지만.. 바이러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니, 아쉬운 대로 방구석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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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63일 침대맡 미술관>이란 책이 나왔을 땐 무척 반가웠다. 책은 시국 탓에 직접 루브르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방구석 미술 여행을 제안한다. 나중에 직접 루브를 가기 전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그리고 잠시나마 미술의 허기를 달래고자 책을 펼쳐들었다.

 

 

 

역사와 문화 ‘읽기’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된 6,000점 이상의 유럽 회화 가운데 각 국가와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선별해 미술사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법’을 소개한다. ‘보는 법’이나 ‘느끼는 법’이 아니라 ‘읽고 이해하는 법’이다.”

 

-5p

 


저자는 루브르의 미술들을 감상하기 위해선 기존의 ‘느끼는’ 관람법 대신, ‘읽고 이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양 미술은 종교화에서부터 발전해 각 시대와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됨은 물론, 역사에 따른 히에라르키(피라미드 형태의 단계적 조직 구조나 계급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겨있는 정치, 종교, 도덕적 메시지와 역사, 문화를 읽을 줄 알아야 그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전에 미술을 볼 땐, 그림 속 색채와 묘사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상에서 그쳤다. 하지만 루브르의 미술을 보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했다. 그림을 보기 전, 책에 소개된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먼저 알고 그림을 보니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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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 작품은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인 보티첼리의 『어린 성 세례요한과 함께 있는 성모자』 20대 젊은 보티첼리가 그의 스승 루크레티아의 영향을 받고 그린 그림인데,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그림을 읽을 수 있는 단서들이 확실히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조각 같은 인체와 옷 주름 표현, 성모와 아기 예수의 얼굴에 담긴 감정 묘사는 인간 중심을 기저로 세운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다웠다.


추가로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나는 이 작품에서 인간적인 아름다움과 동시에 이상적인 미와 영적 신성함마저 느꼈는데, 이는 탈신중심주의인 르네상스 그림풍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게 성모는 천사 같으면서도 매혹적인 여인으로 보인다. 이 두 개의 상반된 아름다움을 동시에 품은 이 그림에, 나는 처음 본 순간부터 강하게 매료되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성모의 얼굴과 그런 성모를 바라보는 아기 예수의 시선에 평온함을 느낀다.


그림에 담겨있는 시대와 문화, 화가의 메시지를 읽고 나니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이 보다 체계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대의 가치관 ‘읽기’


 

그림에는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 사고관과 추구하는 풍습이 담겨있었다.

 

우리에게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그는 시민의 생활을 주제로 하는 풍속 화가였는데, 당시 네덜란드 시민 사회가 부유해지면서 회화의 주된 구매층 역시 시민의 생활을 주제로 하는 풍속화가 유행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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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페르메이르는 위 그림, 『레이스 뜨는 여인』과 같이 주로 시민들의 일상 모습을 그렸다. 여기에는 네덜란드의 프로테스탄트 사회 특유의 복음주의와 교훈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레이스를 짜는데 몰두하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가사에 전념하는 도덕적 미덕을 칭찬하고 교훈과 신앙으로 이끄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일상과 일에 몰입하는 여인의 모습은, 세속을 멀리하는 정숙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높이 산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이 잘 반영되어 있다.


*


책을 덮고 오랜만에 미술적 감동을 머금었다. 작품에서 받는 아름다움과 경이는 물론,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얻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물론 방대한 유럽의 역사와 작품들을 책 한 권으로 자세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번 여행은 ‘맛보기’인 셈이다.

 

하지만 그 감칠맛에 더 루브르를 그리게 된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고 파리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곳에 가고 싶다. 더 넓고 풍성한 맛을 보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사서 공부할 것이다.

 

 

63일 침대맡 미술관

 

지은이 | 기무라 다이지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발행일 | 2021년 1월 28일

 

가격 | 16,000원

 

쪽수 | 204쪽

 

ISBN | 978-89-475-4686-7 (03600)

 

판형 | 140*200 (양장)

 

분야 | 예술 > 미술일반/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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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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