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의 에디터십을 찾아서 [도서/문학]

「JOBS: Editor」를 읽고
글 입력 2021.03.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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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주목받는 시대



에디터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패션 잡지의 에디터가 먼저 떠오른다면 그들의 주 무대인 잡지 시장이 줄어들면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직업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잡지들이 줄줄이 폐간되는 소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에디터'라는 직업 자체는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이른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같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소비한다. 그렇게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다듬고, 알리기 위해서는 '에디터'가 필요하다. 그들은 온라인 플랫폼에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도 심지어 IT 회사에도 일한다. 에디터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이다.

 

이렇게 에디터가 주목받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에디터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는 곳은 별로 없다. 위키백과에는 '책, 잡지 등의 편집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만 적혀있을 뿐이다. '글 잘 쓰는 기획자',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직군'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에디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평생 사라지지 않을 직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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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Editor」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B의 편집부가 2019년에 펴낸 첫 번째 단행본이다. 그들은 브랜드 이면에 있는 사람의 일, 즉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브랜드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도 존재하리라고 보는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내기로 했고, 그 시작으로 '에디터'를 다뤘다.

 

책에는 에디터 5명의 인터뷰, 그리고 에디터 2명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각각의 에디터들은 이커머스, 패션 잡지, 뉴스 플랫폼, 출판사, 독립잡지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활동한다. 그들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는 에디터십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동일한 축이 있다. 에디터는 편집이라는 행위에 코어를 두고, 여러 갈래로 가지치기를 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에디터가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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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편집)이라는 단어에 ~을 하는 사람이라는 접미사 -or를 붙여서 만들어진 단어 Editor(에디터). '편집'은 한자로 엮을 편, 모을 집 자를 쓴다. 말 그대로 흩어져 있는 재료를 모으고 그것을 골라내어 책, 잡지, 영상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이다.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에디터는 좋은 취향을 가지고 아이템을 찾아 그것을 새롭게 풀어내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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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져보자면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롤을 가지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었다. 에디터라는 타이틀을 처음 달게 된 것은 매거진 동아리에서 활동을하면서였다. 그때는 에디터의 글과 작가의 글이 어떻게 다르고, 에디터십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저 동아리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아이템 선정> 기획> 초고> 퇴고> 무한 퇴고> 마감이 이어지는 빽빽한 스케줄에 놀랐을 뿐이다.

 

에디터의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기획을 하고, 컨셉을 잡고, 그것에 필요한 정보를 모아서 엮었다. 다루는 분야의 특성상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을 때가 많았지만 취재를 나가거나 인터뷰를 할 때면 챙겨야 할 것은 배로 늘어났다. 인터뷰이 섭외를 하고, 질문을 준비하고, 적절한 장소를 찾아 물색하고...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포토그래퍼와의 협업도 필요했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한 편의 글을 쓰고 다듬고, 또다시 다듬고... 에디터는 그야말로 수고스러운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에디터란 다양한 것을 모으고 또 모아서, 그 안에서 좋은 정보를 골라 정리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직업입니다.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주어진 기획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고 팀을 만드는 능력도 필요하고요. 0에서 1을 만드는 게 아니라, 1을 10으로 만드는 것이 에디터죠.

 

- 니시다 젠타, 「JOBS: Editor」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사실만 잘 골라내고 그것들을 하나가 되도록 잇는 행위라는 거죠. 여기서 골라내는 대상은 서비스, 일, 사람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 사사키 노리히코, 「JOBS: Editor」

 



에디터에게 필요한 자세



그렇다면 에디터는 기존에 있는 자료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기만 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짧고 미약한 경력이지만 내가 에디터로서 글을 쓸 때 주의했던 점은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 에디터의 관점과 의견 없이 기존의 정보만을 나열하는 글은 어딘가 밋밋하게 느껴졌고, 그렇다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만이 주를 이루는 글은 독자가 좋아할까? 싶었다.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에디터는 결코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말을 실감했다.

 

 

잡다한 것을 잡다하게 긁어모아서 그 내용을 독자적 시선으로 좁혀가는 것이 바로 잡지입니다. 우선 자기의 호기심을 만족시킨 후에, 그걸 타인에게 가장 흥미로운 방법으로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 니시다 젠타, 「JOBS: Editor」

 


결국 에디터는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은 재료를 잘 발굴하고, 그것을 사람들에 입맛에 맞춰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적절한 소재를 찾아내기 위해 감각적인 안목을 기르는 것은 물론이요, 그것을 독자들이 좋아하게끔 잘 표현해낼 줄도 알아야 하는 사람.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 에디터의 일은 조금 까다로워 보이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에디터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공유하며, 그것이 사실에 근거한 정보인지 확인하고, 독자와 팔로워에게 해당 정보가 의제(agenda)를 가지는지 여부를 알려야 합니다. 에디터는 콘텐츠의 '가이드'나 '양치기'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모아 큐레이팅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고요. 정보를 알리고(inform), 마음을 움직이고(inspire), 보는 사람을 즐겁게(entertain) 해야 합니다.

 

- 제러미 랭미드, 「JOBS: Editor」


 

그들이 좋아하는 세계에만 매몰되어선 안됩니다.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 독자가 미처 몰랐던 세계를 발견해서 소개하는 일 역시 에디터의 역할이자 이 직업의 고유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 제러미 랭미드, 「JOBS: Editor」

 


 

변화하는 에디터


 

서두에 말했듯이 에디터는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으로 뻗어 나가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졌을 뿐, 에디팅이라는 행위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꼭 조직에 속해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에디터라 칭하며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다.

 

 

요즘에는 진입 장벽이 무척 낮아졌죠. 에디터 혹은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굳이 어딘가에 고용되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걸 좋아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미스터포터나 신문사, 매거진 «B»에 취직하지 않아도 가능하고요. 독자 수가 적을 수는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 중요해요. 계정을 생성하는 데는 몇 분 걸리지도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죠. 소속이 없더라도 스스로 첫 발을 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네요.

 

- 제러미 랭미드, 「JOBS: Editor」

 

 

이는 동시에 차별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콘텐츠가 많은 것을 넘어 넘쳐흐르는 이 시점에,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또 어떻게 팔아낼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는 일. 이제 에디터에게는 단순히 기획과 글쓰기를 넘어서서 이런 것을 뒷받침해 줄 다양한 기술적 능력이 요구된다.

 

 

이제 에디터의 역할은 영업력 있는 마케터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사이 어디쯤에 자리한다.

 

- 정문정, 「JOBS: Editor」


 

트렌드를 데이터로 정리하고, 타깃을 세분화하고, 비주얼과 형식에 집착하며, 독자의 다음을 예측하는 설계자가 되는 것. 디지털 미디어 에디터를 하면서 배운 핵심 능력이다.

 

- 정문정, 「JOBS: Editor」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서 나는


 

나는 앞으로 4개월간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서 글을 기고하게 되었다. 소속이 있는 에디터로 글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에디터란 과연 무엇이고, 나는 어떤 에디터가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 보기 위해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에디터에게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고, 플랫폼마다 에디터의 역할도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그 안에서도 각자의 에디터십이 있다. 책에 나온 에디터들도 오랜 인고의 시간을 지나오며 자신들만의 에디터십을 만들어갔다.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간다는 것은 같지만, 아마 저마다의 기준과 관점을 가지고 글을 기고하며, 본인만의 스타일대로 차곡차곡 글을 짓지 않았을까.

 

나는 그동안 글을 꾸준히 쓰기는 했지만, 나의 글이 오로지 내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답답할 때가 많았다. 한 개인에게서 출발하더라도 다른 이에게 닿으면서 더 풍부해지는 글을 좋아하고, 나 역시도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아트인사이트에서 그런 글을 쓰는 에디터가 되고야 말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원래 이상과 현실은 항상 다른 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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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어떤 그릇에 담아낼까, 나만의 시선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화예술이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에디터가 되고자 한다. 그렇게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나만의 에디터십은 무엇인가를 찾아 나가고 싶다.

 

그 여정을 떠나기 위해, 오늘도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마음을 가지고 커서가 깜빡이는 빈 화면 앞에 앉았다.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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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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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이
    • 에디터로서 어떤 글을 써야하는 지 고민되는 요즘, 덕분에 방향성을 잡은 듯 합니다. 잘 정리된 글 덕분에 책을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됩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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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울
    • 재이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ㅎㅎ 저도 계속해서 방향성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함께 그 여정을 즐겨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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