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노트 Sigak] 8. 우린 그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한 거죠

"미술을 담은 글"에 대한 고민과 하나의 결론
글 입력 2021.03.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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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어요.

우린 그저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한 거죠.


그냥, 정말로 그냥

우리의 태도를 서슴없이 나눠보자고 했어요.

짧은 시간이어도 좋으니

우리가 경험한 것을 이야기해보자고요.

그런 걸 남겨보기로 했어요."



나는 미술을 주제로 두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이지만 아직 전문가는 아니고, 아주 직업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좋아하다 보니 지금까지 쓰고 있는 한 사람에 가깝다. 지난 한 달 동안 나의 화두였던 질문 하나로 글을 시작하고 싶다. “미술을 말하는 글은 어떤 글이 될 수 있을까?” 미술 비평 같은 전문적인 글이 떠오를 수도 있고, 전시회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리플릿 속 소개글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요즘 미술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글이 많은 만큼 언젠가 보았던 콘텐츠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글을 통해 미술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나 역시 한 명의 독자로서 생각해 볼 때 분명 즐거운 일인 것 같다.


다시 독자가 아닌 글쓴이로 돌아와 질문한다. “미술을 말하는 글은 어떤 글이 될 수 있을까?” 미술을 읽는 건 즐거운데 쓰는 걸 생각하노라면 갑자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미술에 대해 다른 것이 아닌 나의 것을 말하는 일에  여러 의미로 꽤 힘이 들었었는데, 이 ‘힘’의 8할 정도가 미술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스스로 증명하고 확인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는 것에 들었다. 그만큼 글을 쓰는 나를 의심했었다는 의미다.

 

지난 한 달간 [관객 노트 Sigak]이 잠시 자취를 감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저 한 명의 관객으로서,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시선으로, 내가 미술을 향해 하고 싶은 질문들을 생각하고 글로 말하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는 여전히 “내가 미술을 말할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걸까”라며 의심하는 내가 이해되지 않아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 내게 상반된 태도로 내재하고 있는 두 정체성 간의 이상하고 단단한 간극을 제대로 응시하고 답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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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노트 Sigak]에서 특정한 내용이 조금씩 반복되기 시작하고, 나 스스로 어떤 결론에 이르렀기에, 더 이상 글로 말할 수 있는 색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 즈음 무심코 이런 질문을 했다. “정말 그냥, 미술을 이야기해볼 수는 없는 걸까”라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나는, 미술을 향한 관심과 호기심만으로 미술에 대한 소통을 시작할 수 없을까에 대한 것, 그러니까 이런 것이 글로 나타날 때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질문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원하던 글이 스스로에게 자격을 운운할 만큼 전문적인 글이었는지에 대한 질문, 왜 스스로 원하던 것과 달리 지금까지 특정한 틀에 갇혀있었는지에 대해 묻는 성찰적인 질문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관객 노트 Sigak]을 쓰기 시작했을 때 글을 쓰는 나의 입장을 ‘관객’이라 상정한 이유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또 질문해보았다. 내가 내게 보내는 반성문을 쓴 이후로 처음으로 용기 내서 지금까지 내가 써온 글들을 모두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이 지닐 수 있는 무게가 꼭 전문성이 되어야 하는가,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의 관심이 묻어난 진심이 그것이 될 수는 없는 걸까. 그러니까 내가 그런 글을 쓰고 싶던 게 아닐까, 하며 어렴풋이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매번 미술이 내게 안겨준 기쁨은 다른 것도 아닌 한 사람으로서 하게 된 경험들이었다고 매번 해명 아닌 해명하듯 말하던 내가 떠올랐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내가 정말 나로서 미술을 말하는 글을 쓰며 끌어안고 싣고 싶던 무게는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고민들이 글을 연재하기 전 진작 일어나야 했었던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글을 쓰며 숱하게 겪은 고민이 있었기에 비로소 이뤄질 수 있던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여러 모호한 단상 중에서도, 내가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사실과 내가 보기에 잘 쓴 것 같은 글들이 (내가 그렇게 생각했기에)“전문적인 글”이었기에나 역시 그런 글을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나를 스스로 가둬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사실 나는 [관객 노트 Sigak]을 쓰면서 만큼은 궁금한 게 더 많은 관객으로 머물고 싶던 것인데 말이다.


지난 고민들의 결과로,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 보겠다고 선언하는 듯한, 동시에 새로운 프롤로그 같은 8편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며 다음 글에 대한 것을 계속 생각해 보고 있는데, 나는 어디 볕 좋은 잔디밭에 돗자리 깔아두고 편하게 앉아 시시콜콜하게, 아주 가볍게 나눌 수 있는 대화 같은 미술 글을 상상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당신이 몇몇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미술을 좋아한다는 친구 한 명이 자연스럽게 자기와 미술 사이에 얽혀있는 소소한 이것저것들을 잠시 쏟아 놓는 것이다. 대화와 대화 사이에서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이야기처럼 말이다. 다만 나는 분명 어떤 무게를 의미하는 ’가벼움’이란 것까지도 미술을 향한 관심에서 능동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상상해보고 있다.


[관객 노트 Sigak] 연재 기간의 중간이 조금 더 지난 이 시점에, 작은 변화를 가지며 남은 트랙을 거닐어 보려 한다. “그래 이거야!”하고 확신에 차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고 싶던 것을 정말로 찾아보자며 시작하는 것에 가깝다. 가능성의 실험이랄까. 하지만 거창한 말과는 달리 참으로 가벼운 대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노트 아래 써왔던 6000자를 훌쩍 넘곤 했던 지난 나의 사유들이 이 대화의 단초가 될 것이다. 내가 지식만큼 소중히 여겼던 ‘경험’, 아는 것보다 일상적인 기쁨으로서의 예술, 그에 대해 쓰고 또 썼던 글들 말이다. 다채로운 미술 글들 사이에서 그런 글 하나 있으면 어떠하리, 라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정말 미술을 마주하고 있는 내 마음을 따라 계속 걸어가 보려 한다.

 

 

“그래서요?”


“그렇게 미술을 말한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그러니까... 어떤 글을 쓰겠다는 거죠?”


“그게... 저도 몰라요”


“어... 정말 아무 대책없이 저를 불렀군요...”


“엄... 무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냥 어쩌다 슬쩍 클릭해서 슥- 읽어볼 수 있는 글?”

 

“…”


“그뿐인 글이요. 누군가의 대화 옆에 있는 글이요.

근데 온 마음이 담긴 글이랄까.

남은 여정을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너무 낭만적인 말 같지만... 지금은 그게 제 마음이에요.”



그냥 막연히 이런 여정 끝에 무엇을 발견할지, 무엇이 남겨질지 궁금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변화의 시도를 더 가벼운 것으로 선택하게 된 데에는 이 글에 쓰인 것 외에도 얽힌 이야기가 더 많지만 생략할게요. 그나저나 제가 [관객 노트 Sigak]을 시작할 때 이렇게 썼더라고요. 찾아갈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필 미술이란 낯선 경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관객과 관객 간의 소통을 생각하는 사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를 묻고 싶은 사람, ‘나’라는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 역시 예술이 주는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 작품을 살펴보는 게 나를 살펴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라고 저를 소개했더라고요. 혹시 이런 사람 궁금하지 않으세요? 즐거운 게 그렇게 많은데 그 어렵고 복잡한 미술이 좋데요. 흠... 재미없을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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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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