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저들은 트럭을 보냈다 [게임]
-
올해 1월 유저들은 한 게임사에 트럭을 보냈다. 그 게임은 게임사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있는 ‘페이트/그랜드 오더’다. 운영진들의 안일한 운영 방식, 진정성 없는 사과문과 대응 방식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넷마블 게임사 앞에 트럭을 보낸 것이다. 트럭 시위 이후 넷마블에서는 사과문과 유저 간담회를 진행하며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는 행동을 취했다.
일명 ‘트럭 보내기 시위’는 유저들이 게임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다른 게임에도 시위의 물결이 번지게 되었다. 다음 달 2월에는 ‘마비노기’ 유저들이 넥슨 사옥 앞으로 트럭을 보냈다. 운영진의 슈퍼 계정 의혹, 버그 수정, 확률 강화 시스템 ‘세공’의 확률 공개를 요구 등 쌓이고 쌓인 불만과 문제점을 트럭 시위를 통해 드러냈다. 마비노기는 계속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 버스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기세를 몰아 다른 게임에서도 트럭 시위가 벌어졌다. 바로 메이플스토리에서 강화 아이템 ‘환생의 불꽃’ 확률 조작 사건이 터졌다. 밸런스 패치와 함께 환생의 불꽃의 능력치 옵션을 동일하게 부여하도록 수정된다는 내용이었다. 수정된 내용으로 볼 때 지금까지는 동일 확률이 아니었음이 드러났고, 환생의 불꽃 이외 다른 강화 아이템에도 확률 조작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에 유저들은 확률 공개와 보상을 요구하며 트럭을 넥슨 사옥 앞으로 보냈다.
지금까지 유저들은 이전에는 게임에 불만이 있을 때 게임사에 대한 항의로 무과금이나 계정 삭제, 탈퇴 등의 방법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해온 과금이 아깝고, 점점 더 성장해야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MMOPRG의 게임 특성상 고스펙 유저들을 중심으로 한 무과금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리고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 게임사의 태도에 ‘결코 게임사는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페그오’의 트럭 시위는 다른 게임 유저들에게도 ‘유저가 게임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게임사에는 고질적인 불통 운영의 문제점을 진심이든 아니든 해결하려는 노력하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게임 외부에서도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효과까지. 이 관점에서 트럭 시위는 게임사에 타격을 줄 만한 효과적인 방법임이 입증되었다.
이제는 유저들도 변해야 할 때가 왔다. 게임 속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꼭 들려오는 말이 있다. “꼬우면 접어라” 또는 “ㅇㅇ 탈출은 지능 순” 이라는 말이다. 자조적으로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는데, 이 말은 주로 게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유저를 비난하기 위해 쓰인다. ‘그렇게 싫으면 접으면 되잖아’.
물론, 싫으면 접는 것도 맞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해결 방식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이 말은 문제 해결을 위하기보다는 괜히 게임에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뜻으로 전달된다. 이 말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트럭 시위와 함께 무과금 선언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트럭 시위와 함께 무과금 선언, 계정 삭제 등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과금 선언을 왜 하지 않느냐’, 또는 ‘과금을 왜 하느냐’, ‘게임 안 접는가’ 등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유저에게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 불매운동은 강요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시위를 포함한 불매 운동은 강요가 되어선 안 된다.
**
무엇보다 게임사가 바뀌어야 한다. 게임계는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유저들을 배려하지 않는 운영을 해왔다. 이렇게 해도 할 사람은 할 거라는 마인드가 느껴질 정도다. 과금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저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불통 운영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유저들은 게임을 접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유저들을 대한다. 이번 트럭 시위는 게임사의 고질적인 운영 문제가 불러 일으킨 결과다. 안일하고 유저의 피드백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이 쌓이고 쌓여 터진 것이다. 고질적인 불통 운영 방식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유저들은 계속해서 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계획하고 있다. 돈을 지불한 만큼 보상과 함께 권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지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