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쩌면 이곳은 누군가에겐 '유럽 여행'같은 곳일지도 몰라 - 2021 딜라이트 서울

미디어 아트 전시, Delight Seoul
글 입력 2021.03.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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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 전시, Delight Seoul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 서울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해왔었기에 어느덧 일상생활의 풍경으로 녹아들어 당연한 것이 되었다. 매번 보는 것으로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서울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우리가 꿈꾸는 '유럽 여행'처럼 설레고 아름다운 일로 가득한 곳이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전시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였다.

 

"서울을 테마로 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어떤 의도로, 왜 하필 많고 많은 주제 중에서도 '서울'을 골랐던 것일까. 그런 생각에 잠기며, 문득 버스 창밖을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 분주한 사람들, 높게 솟은 건물, 특별할 것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정성스럽게 들여다본 서울의 거리는 우리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멋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독특한 간판, 한국의 패션, 정돈된 거리, 곳곳에 보이는 기와집, 늘 푸른 가로수 길, 깔끔한 지하철, 막걸리와 파전집, 한국인의 트렌디함과 멋스러운 디자인이 두드러진 카페들, 내가 만약 외국인이었다면 참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의 나래를 펼치다 전시회가 있는 인사동에 도착할 무렵, 어쩌면 이것 또한 전시회를 기획한 사람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잠시 진정시키며, Delight Seoul을 기획한 '디자인실버피쉬'는 과연 서울을 어떻게 보여줄까.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관의 문을 열었다.

 

 

 

다채로운 감각을 활용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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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idor of Light / 시작"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광경.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아, 오랫동안 이곳에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 위로 커다란 달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달과 안개가 단순히 화면에 비치는 이미지에 그쳤다면 금방 지나쳤을 테지만, 실제 연기를 사용해 안개가 자욱한 효과를 표현한 것이 전시와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전시의 처음을 장식하는 공간이자, 관객의 처음을 맞이하는 전시로 이런 공간을 두었다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보고 있는 이를 압도하는 듯한 달이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자아냈고, 앞으로 경험하게 될 전시에 한층 더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 달은 서울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일까, 아니면 서울의 밤을 상징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늦은 시각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비교적 큰 위험이 없는 치안이 아주 좋은 나라다. 그 덕분에, 특히 유흥이 가득한 거리를 가보면 달이 중천에 떠 있어도 그칠 줄 모르는 열기로 뜨겁다. 그런 점에서 서울은 오히려 달이 떠야만 진정한 활기를 띠는 도시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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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Delight / 환영"


'청사초롱'은 푸른 천으로 하단을 두르고 붉은 천으로 상단을 둘러 만든 등불로, 과거 조선 시대에 궁중의 연회나 양반들이 경사가 있을 때, 혹은 혼례식에서 주로 사용하였다. 밤길을 밝혀 주기도 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청사초롱은 한국 전통 등롱이다. 이러한 청사초롱으로 가득 메운 공간은 이름처럼 'Welcome'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형태는 한국 전통 등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노랑, 초록, 보라, 파랑, 등 다양한 색깔로 변한다. 그래서 훨씬 더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원래의 청사초롱을 그대로 갖다 놓았더라면, 현대적인 느낌은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궁이나 절에서나 어울릴 법한 청사초롱을 이렇게 활용하니, 오히려 새롭고 트렌디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 전통의 멋스러움을 재해석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치 서울의 밤거리, 빛나는 간판과 가로등을 형상화한 것 같지 않은가? 남산에 올라 서울 야경을 볼 때, 멀리 보이는 무수히 반짝거리는 빛처럼 보인다는 생각도 했다. 홀로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겁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시각각 다채롭게 색깔이 변하는 청사초롱으로 하늘을 가득 채우고, 바닥을 거울로 천장을 비추어 아름다운 청사초롱의 빛을 그야말로 빠짐없이 가득 메웠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산속의 풍경 같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이 길을 걷고 있으면 우주 속을 걷고 있는 것만 같은 몽환적인 기분에 휩싸인다.


이처럼, 앞서 언급한 'Corridor of Light'의 안개효과와 커다란 달처럼,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미디어 아트에 다양한 소품을 이용한 배치로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여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그 속에 '디자인실버피쉬'가 말하고 싶은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자극을 생생하게 느끼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자유롭게 사색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전시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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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yth / 12지신의 숲"


처음에 입장하기 전에 안내 직원분께서 생년월일을 입력하라고 말씀하셔서 조금 의아했다. 전시회 감상하는 데 왜 굳이 생년월일, 심지어 태어난 일시까지? 그 이유를 직접 전시회를 경험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입구에서 바코드를 하나씩 나누어 주는데, 그곳에는 조금 전 입력한 자신의 생년월일의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그 바코드를 중앙의 기계 장치에 찍게 되면, 자신의 띠에 맞는 수호신의 이미지가 구현된다. 온 방 안에 벽과 기둥에 오직 나를 위한 12지신의 그림이 나타나는데, 마치 내가 직접 이 공간을 디자인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정보와 공간이 상호작용하여 내가 직접 작품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른 체험과 경험을 선사했다.


나의 수호신 이미지가 사라질 때까지, 뒤이어 온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저마다 정해진 수호신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이미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처럼,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채롭게 나눌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 'Delight Seoul'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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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 of Soul, Authentic Street / 거리, 은유"


12지신의 숲 외에도 다양한 인터랙티브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남기고 싶은 말을 적으면, 그대로 벽에 이미지와 글이 구현된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자유롭게 꾸미고 디자인해서 커다란 기둥의 한 부분을 가득 채울 수도 있다.

 

이처럼, 'Delight Seoul'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할 것을 유도한다. 나의 행동이 작품의 모습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함께 만들어가는 전시라는 느낌을 선물한다.


이러한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서 어쩌면 기획자는 우리가 만들어나갈 서울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결국 서울의 미래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적으면, 전시 공간의 벽에는 좋은 글귀들이 가득하다. 행복한 얼굴과 즐거운 모습을 찍으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드는 활기로 가득한 사진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역시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서울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우리가 곧 주인임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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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준 전시회 'Delight Seoul'



우리 고유의 문화가 가진 아름다움과 멋을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한국인'에게 미디어 아트의 형태로 보여준다. 작품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시회를 구성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수동적인 관람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로 이끌어 준다. 함께 갈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추억 쌓기가 될 것이다.


익숙함에 길들여져 새로움을 잊었지만, 그렇다고 서울이 가진 고유의 멋과 아름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침 코로나 사태로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지금, 어쩌면 우리가 가진 멋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살펴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알맞은 시기에 찾아온 전시회 Delight Seoul에서, 잊고 있었던 서울의 아름다움과 멋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전시회 감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신의 일상적인 풍경이 어쩌면 조금은 새롭게 와 닿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새로움이 당신의 일상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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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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