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글 입력 2021.03.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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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기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시가 사람을 살리는 좋은 약이라는 믿음을

난 한순간도 놓아본 적이 없답니다."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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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 풀꽃

 


 

풀꽃에 열광했던 학생들, 왜 그랬을까?



나태주 시인의 이름은 <풀꽃>이라는 시를 알게 되며 처음 알게 되었다. 시를 알게 된 계기는 2012년 연말 시작한 드라마 <학교 2013>에서였다. 그 드라마는 꽤나 인기를 끌었고,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어도, 친구들에 의해 그 드라마의 내용을 알고는 했다.

 

시 <풀꽃> 역시 그렇다. <풀꽃>이라는 시가 나온 장면은 본 적 없지만, 그 시는 나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내 주위의 모든 학생들이 <풀꽃>의 구절을 외우곤 했다. 시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풀꽃>이라는 시는 다 알 정도였다. 왜 그랬던 걸까? 그 시를 말한 배우가 유명해서? 그 드라마가 엄청난 히트작이어서? 너무나도 좋은 시여서? 어떠한 이유를 떠나 그 당시 학생들에게 <풀꽃>이 그만큼의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당시 <풀꽃>을 외우고 다니던 고등학생들에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예쁘다/너도 그렇다'라는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경쟁 사회에 있고, 그로 인해 평범해지는 것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애매해지는 지점이다. 화려함으로 누군가의 시선에 확 띄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독초가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평범한 풀꽃은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그 시를 외우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번 책을 기다리며, 또 어떤 시가 다가오려나 싶었다. 시 한 편마다 나태주 시인의 코멘트를 함께 읽으며 차곡차곡 시에게 다가가는 시간이었다.


내게 '시'란 참 어려운 존재여서 좋고 나쁘고를 평가할 기준조차 갖고 있지 않다. 그저 한 구절이 마음에 들면,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겠더라도 그 시가 좋아져 버리는 것, 그것이 내가 시를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돌이켜 그 시구절들을 살펴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거나',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거나', 또는 단어가 아름다워서', 이 정도의 이유로 좋음을 선정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두루뭉술하지만, 좋다고 느낀 세 편의 시구절을 뽑아 소개하고자 한다. 마치 책 속 나태주 시인의 코멘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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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성에 대하여



 

너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그 시간에

삶이 너에게 답을 가져다줄 것이리니.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중에서

 


나는 어른들의 충고가 따끔할 때가 있다. 어르신들은 어쩌면 다 지난 시절의 이야기, 지나간 인생의 황금기를 추억하는, 현대의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젊은이의 나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에서 윤여정 배우님은 '나도 67살이 처음이야'라는 말에 순간 따끔했다. 모두가 자정을 지나 맞이하는 하루가 처음이며, 그 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은 또 처음임을 잊고 있었다. 어쩌면 같은 고민을 하고, 계속 답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을 놓친 것이다.

 

이 시구절도 그렇다. 수많은 고민들의 해답을 찾기 위해 애써봐도 어쩌면 그 해답은 아직 내 나이에 만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해답을 알게 될 시기가 오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젊은 시인, 그리고 현대의 젊은이에게도 통하는 오래된 시구절이다.


 

결코 실패는 죄가 아니며

바로 목표가 없는 것이 죄악입니다.


무명 시인 - 인생의 비극은 중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이 시는 계속해서 실패하거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이 아니라, 방향성이 없음에 대한 좌절을 담고 있다. 나는 종종 꿈이 없다는 친구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 친구들이 이 시구절을 본다면,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꿈이 없다, 목표가 없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그 친구들에게는 자기 자신만의 충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떠한 직업이 아니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해도 그것 역시 꿈이고, 목표다. 그러니 이 시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위로와 같다. 실패를 겪는 모두에게 말이다.

 

실패라는 건 어쨌든 도전했다는 것이기에.

 

 

저녁 별은

찬란한 아침이

여기저기에다

흩어놓은 것들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양을 돌려보내고

염소를 돌려보내고

아이들을 그 어머니 품에

돌려보낸다


사포오 - 저녁 별

 


그리스 여성 시인의 시다. 기원전에 살았던 한 여성 시인의 작품이 현대까지 이어져오다니, 개인적으로 이렇게 오래된 여성 시인의 시는 처음 만나보았다. 이 시는 회귀의 모양을 상상하게 한다. 어쨌든 저녁 별이 뜨면 다시 되돌아가는 일상, 그 가치에 대한 형상과 같이 느껴졌다. 마지막 구절을 읽을 때, 8~90년대 골목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던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집에 대한 회귀본능이랄까. 이는 일상 속 중심축이 어디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저녁 별이 중심축이라면, 나의 저녁 별은 무엇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시골 가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만약 고향이 서울인 사람이라면 <리틀 포레스트>는 완벽히 공감하기 어려운 영화일까. 여기서 리틀 포레스트는 어릴 적 뛰어놀던 놀이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쌓여있는 곳,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중심축, 그러한 공간 같은 것 말이다. 저녁 별 역시 그러한 중심축이 아닐까. 저녁이 되어 별이 뜨기 시작할 무렵, 찾아오는 평온, 그것이 시인에게는 중심축이었을 것이다. 나의 중심축은 아마도 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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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 편의 시를 포함하여 120편의 시가 소개된다. 그리고 시 한 편마다의 코멘트는 감상을 깊게 해준다. 나태주 시인은 좋은 가이드가 되어 책의 끝까지 잘 이끈다. 시가 필요한 이들께 좋은 책으로 남길 바란다.

 

 

기도하고 싶은 당신을 위하여


돌아보면 한 생애 지난한 삶이었습니다. 이른바 춥고 배고프고 가난한 날들이었지요. 누구도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는 날에도 위로해 주거나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달래며 가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이런 사정이야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할 때, 진정으로 목이 마르고 다리가 팍팍할 때,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어루만져 준 것이 시였습니다. 국내 시인들의 시도 좋았지만 외국 시인들의 시도 좋았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나라, 낯선 나라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함께 안겨주어서 좋았습니다.


시가 마음의 버팀목이 되었고 부드러운 동행의 손길이 되어 나를 멀리까지 이끌어주었습니다. 바로 이 책에 실린 시편들이 그런 작품들입니다.


나의 낡은 노트 한구석에 적혀, 수십 년 동안 나와 함께 숨을 쉬어온 작품들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속에 무지개 같은 꿈을 주는 문장들입니다.


당신, 젊으신 당신.

당신,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인가요?

당신, 지금 무언지 모를 그리움에 목이 마른 사람인가요?

아니라면 혼자라는 생각에 마음이 외로운 사람인가요?

아, 지금 너무도 막막한 심정에 무릎 꿇고 기도드리고 싶은 사람인가요?


울고 싶은 당신에게 이 시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목마른 당신, 외로운 당신에게 이 시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도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시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시들이 당신에게 잃어버린 사랑을 데려다줄 것입니다. 당신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더불어 약속해줄 것입니다. 당신을 대신하여 기도가 되어줄 것입니다. 시가 사람을 살리는 좋은 약이라는 믿음을 나는 한순간도 놓아본 적이 없답니다.



2021년 새봄에

나태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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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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