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딜라이트 서울, 다이나믹 서울

글 입력 2021.03.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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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자인실버피쉬에서 기획한 <2021 딜라이트 서울>은 서울의 이미지를 재해석·재구성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 지하 1층에 마련된 이 전시는 올해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장은 관람객이 비대면으로 인터랙티브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각적 자극에 더불어서 청각, 공감각적 체험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혼합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중에서도 특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초점을 맞추었다. 준비된 11개의 공간에 머물며 우리의 삶과 문화를 콘텐츠로 확인한다. 각 공간은 잊고 있던 한국의 신화와 역사를 되새기고 현재 서울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멀리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아가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어린이들의 놀이 모습을 통해서 떠올리며, 한국의 '내일'을 그려본다.

 

 

 

한국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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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어둠 속 정면에 보이는 보름달이다.

 

바닥에는 안개가 깔린다. 보름달 빛으로 서서히 밝아오는 공간에서, 앞으로 전시에서 펼쳐질 실감형 미디어 아트로 옮겨진 서울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자욱한 안개와 어둠, 그리고 홀로 밝게 빛나는 보름달을 보며 웅장함을 느낀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기 위해 보름달을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내디딘다.

 

사방의 공간을 에워싼 스크린과 마주한다. 12지신들이 랜덤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전시를 시작하기 전에 입력한 생년월일과 시간으로 받은 바코드를 전시장 안 정해진 위치에 찍게 되면, 정면에 보이는 LED 화면에 12지신 중 나의 수호신이 등장한다. 12지신에 대해서는 매년 새해가 되면 이야기하는 띠와 사극에 등장하는 시간 표현으로만 접했는데, 예상보다 더 늠름한 자태를 드러낸다.

 

한국에서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다. 만월이라고도 불리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으로 비는 풍습이 있다. 특히 새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인 정월대보름은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명절 중 하나이다. 12방위에 따라 동물 얼굴과 사람 몸을 취하는 12지신은 호국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전시 시작에서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우리의 기술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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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무대에서는 조선 후기에 왕세손 혹은 일반인이 혼례식에 사용하였던 초롱을 가득히 발견할 수 있다.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는 청사초롱의 모습과 바닥에 설치된 거울에서 반사되는 빛을 보며 환상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거울이 없는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빛에 매료되어 들리지 않던 영롱한 종소리가 들린다. 아름답게 보이는 모습과 산속 풍경이 떠오르는 소리에 설레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빛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현재 우리 삶에서 볼 수 있는 빛이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낮에는 보이지 않던 서울의 빛이 점차 간판 불빛으로 채워진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에서 익숙한 모습이지만, 실감형 미디어 아트를 통해 재현된 모습으로 다시 보면 놀랍게도 낯설게 느껴진다.

 

한낮의 선명함과 대조되는 일상의 빛으로 우리는 다시금 경험한다. 우리가 발 딛고 매일을 살아가는 이곳. Dynamic Seoul.

 

 

 

한국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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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소울이 응집된 '한글'로 쓰인 사람들의 프로필이 화면에 쏟아진다.

 

공간에 들어서면 바코드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활동이 있다. 각자 자신의 사진을 찍고 꾸미며 나만의 프로필을 완성한다. 관람객이 작성한 글자들로 공간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로 인해 실제로 마주할 수는 없지만,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을 인식하고 하나로 연결하는 체험이라고 느꼈다.


미디어 파사드 쇼를 통해 움직이는 역사 깊은 설화의 무대는, 앞과 양옆의 화면뿐만 아니라 바닥까지 이어진다. 영상이 상영되는 화면 반대편은 거울로 채워져 있다. 화면을 향해 있는 의자에서 쇼를 관람하다가 뒤편을 보게 되면, 마치 내가 설화 속 바다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미지는 단순하게 움직이지만 적은 움직임만으로도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한국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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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공간을 채우는 공기, 빛, 소리, 건축물,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완성된다. 또 한 번의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각자 사진을 찍고 꾸며본다. 스티커와 색 필터로 전보다 더 힙(Hip!)하게 꾸밀 수 있다.

 

질서 있게 각자의 이미지를 장식한 후 코너를 돌면, 런웨이처럼 이곳을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펼쳐진다. 힙(Hip!)한 음악과 조명은 춤을 절로 부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스크린에 등장한 우리의 모습 뒤편에는 외국인의 모습이 있다. 글로벌 세상에 존재하는 한국, 서울, 그리고 우리를 느낄 수 있다.

 

런웨이와 횡단보도처럼 보이는 길을 지나 더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서울의 미디어 파사드를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은 가운데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중심으로 모든 벽에 투사된다. 영상에 등장하는 과거의 한국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에는, 당시 일상과 관련된 소품(돈, 카메라, 성냥, 자동차)과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담겨있다.

 

과거의 이미지가 팝아트적으로 재탄생하여 역사 속에서 현대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서 나타나는 분주한 서울의 야경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Seoul'은 우리의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한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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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실감형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재생산된 서울의 이미지를 확인하고, 여러 차례 이루어진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서울 안에 존재하는 우리의 모습을 꾸미며 이동하다 보면, 이내 이번 전시의 끝자락에 도달한다.

 

여러 대의 모니터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저마다 어떤 행동을 하고 있다. 껌으로 풍선을 불기 위해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기도 하고, 실뜨기하고 있기도, 사탕 통을 열기도, 실제 풍선을 불기도 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배우고 싶고, 해내고 싶은 놀이 기술들을 연습하는 어린이들은 실패하기도, 성공하기도 한다. 어린이를 통해 미래의 서울을 생각해 보다가, 불현듯 화면 속 아이들처럼 작은 실패와 성공을 익숙하게 경험하던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새 커버린 어른의 눈에는 사소한 과제처럼 보이는 활동을 끊임없이 도전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그려질 서울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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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동안은 보지 못했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때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해가 진 저녁 시간에 비행기가 서울의 하늘을 나는 경우에만 볼 수 있는 서울 야경이다. 다른 나라 상공에서도 야경은 볼 수 있지만 나는 유독 서울의 야경을 사랑했고, 밤 비행을 할 수 있는 시간대로 항공권을 늘 구매하곤 했다.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를 보러 가고 싶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못 본 지 오래된 서울의 아름다운 빛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

 

관람객 체험형 활동이 전시장에 자주 등장하고, 실감형 미디어 아트로 펼쳐지는 서울의 모습이 눈으로만 담기에는 너무나 환상적이기 때문인지, 많은 관람객이 손에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사실 사진 말고도 핸드폰을 들고 있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카메라로 순간을 저장한다. 어쩌면 기존에 작품 자체를 감상하고 오롯이 눈으로만 작품을 즐기는 전시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포토 스팟이 많은 전시'라는 표현은 <2021 딜라이트 서울>을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며 이제는 개인 SNS에 올라간 전시장의 일부 모습이 전시를 알지 못했던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할 수 있다. 전시된 작품을 일방적으로만 감상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의 활동으로 전시물이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기술이 활용된다.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전시 형태의 새로운 변화에 알맞으면서도, 서울 안의 우리를 돌아보는 메시지를 담은 이번 전시 <2021 딜라이트 서울>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색다르고 다채로운 이미지로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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