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슬럼프는 안녕하신가요? [사람]

글 입력 2021.02.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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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녀석'이 찾아왔다.



때때로 문득 찾아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괴롭히는 슬럼프, 얼마 전 나에게도 순탄한 일상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깊고 깊은 슬럼프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듯했으나, 다행히 금세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름을 되찾았다.


쿠크다스(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지는 과자) 멘탈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반 년간은 큰 슬럼프 없이 무난하게 잘 살아왔던 것 같다. 정확히는 슬럼프가 와도 1주일이 넘어가기 전에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걸까. 지금까지 슬럼프를 극복하며 좋았던 방법들을 정리하고, 혹여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글에 담아본다.

 

 


슬럼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자



슬럼프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어딘가 있을 수도 있지만, 28년을 시간을 살아오면서 아직까지는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과감히 추측해본다. 만약 그렇다면, 먼저 슬럼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자. 애초에 슬럼프가 평생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첫 번째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잘 되는 순간이 있으면, 반드시 잘 안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에서의 성취와 성장은 결코 노력에 비례해서 선형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주식시장의 그래프처럼, 불규칙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존경하는 스님께서는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은 제가 항상 잘 나갈 것 같죠?

아니에요.

제가 지금 방송도 나가고, 책도 쓰고, 이름을 날리고, 유명해지고, 인기도 많아지고.

그럼 이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내가 이제 떨어질 일만 남았구나.


반대로, 바닥을 칠 때는 또 이렇게 생각하죠.

아, 내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구나.

 

이런 과정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겁니다.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지극히 자연스럽다."


스님의 말씀처럼, 슬럼프도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슬럼프는 특별한 사건이나 일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겪는 정체기, 누구나 겪는 하락세, 누구나 한 번쯤 예기치 못한 사건과 불행한 일을 경험하듯, 마찬가지로 슬럼프도 자연스러운 삶의 순간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슬럼프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조금씩 슬럼프를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 또 그 녀석이 왔구나. 나의 오랜 친구가 찾아왔구나. 반갑다 이 녀석아."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슬럼프의 시작점



그다음으로, 슬럼프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슬럼프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에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때로는 누적된 피로로 몸 컨디션 좋지 못해서, 감기나 몸살로 건강이 나빠져서, 혹은 오랜 스트레스로 마음이 힘들고 지쳐서, 최근 겪은 충격적인 일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어서, 우울증 혹은 트라우마 같은 것들이 우리를 슬럼프의 길로 빠트릴 수도 있다.


누적된 피로와 감기몸살 같은 병을 몸이 좋지 못하면 휴식을 취하면 되고, 오랜 스트레스로 마음이 힘들고 지쳤다면 잠시 마음의 안정을 취하면 된다. 슬럼프를 만든 원인을 재빨리 발견하여 잘 해결할 수 있다면, 슬럼프가 진행되는 것을 막고 금세 다시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슬럼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우리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슬럼프가 시작된 원인이 사소한 실수나 어쩔 수 없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슬럼프가 시작되는 패턴은 보통 비슷하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요인들로 인해, 우리는 그날 하루의 일을 망친다. 학생에게는 공부, 직장인에게는 업무, 축구 선수에게는 운동, 예술가에게는 그림 혹은 음악 등. 우리는 각자 저마다 오늘 하루 주어진 일을 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데, 슬럼프가 시작되는 그 날에는 어김없이 하루의 일을 망치게 된다. 평소보다 현저히 떨어진 성과가 슬럼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러고 난 다음 날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어제의 나를 책망하는 마음이 오늘의 나를 더욱 짓누르고, 여전히 지친 몸과 마음은 그 무게를 견딜 힘이 없다. 그렇게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망치게 되고, 이렇게 악순환의 반복이 시작된다.


이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작은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였지만, 이후 슬럼프가 장기화되는 과정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생긴 관성으로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슬럼프의 악순환을 만드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제의 나를 후회하고 자책하는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나는 무슨 일이든 완벽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성향이 때로는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이어져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쉽게 무너트리는 독이 된다. 특히 슬럼프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잘 되는 순간이 있으면 반드시 잘 안되는 순간도 있는 것처럼, 때때로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완벽주의에 빠진 나는 어제의 실수로 무너진 하루를 인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지나간 날을 자책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너무나 큰 나머지, 오늘의 나를 더욱 채찍질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무너진 데는 이유가 있다. 단지 그날 하루로 끝날 실수였을 수도 있고, 정말 몸이 좋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때로는 오랜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쳐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어제를 망쳤다는 사실에 연연하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면, 오늘의 나는 더 크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늘의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내가 많이 힘들구나.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구나. 내가 많이 지쳤구나. 바이오리듬에 따라 몸 상태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오늘의 나는 하락세라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면 오히려 슬럼프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제의 실수를 메꾸기 위해, 무리하게 발버둥 치다가 오히려 더 큰 실패를 맛보았고, 그 실패는 다시 또 다른 자책과 자괴감을 낳아 또 다른 실패를 낳았다. 그러므로 슬럼프의 시작점, 그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될 때, 때로는 욕심과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고, 겸허히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자 슬럼프 극복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내 기대와 달리, 내 몸과 마음은 굉장히 지쳤거나 힘든 상태였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소보다 훨씬 더 못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그건 자책할 일이 아니라, 위로할 일이다. 담담하게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보자.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부족한 현실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와, 힘들고 지친 자기 자신을 향한 따뜻한 위로다.


"아, 지금 내가 많이 힘들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괜찮아, 자연스러운 과정이야. 이런 날도 있지"

 

 

 

그러나 아무리 힘들다고 오늘을 완전히 놓지는 말자.



슬럼프가 왔을 때, 가장 위험한 행동이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슬럼프가 왔으니까, 휴식이라는 명목하에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을 그만둬버리는 것. 그러면 평소에 힘들 게 유지하고 있었던 '실천의 관성'이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아주 작은 양이라도 좋으니 가장 중요한 일 한두 가지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최소한 이것만은 놓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일 한두 가지. 그것도 평소 하던 양의 3분의 1 정도로 대폭 줄여서, '내가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라는 최소한의 관성만을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험생이라면 어제 공부를 망치거나 못 했던 것을 문제 삼지 말고, 오히려 슬럼프가 왔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훨씬 더 적은 양의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평소 10시간 공부를 해왔던 사람이라면, 오늘은 3시간만 하고서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취한다.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마찬가지로 어제의 실패를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서, 충분한 휴식과 함께 평소보다 훨씬 더 낮은 업무 강도로 시작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라면 평소 쓰던 글의 3분의 1 만 쓰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라면 평소 그리던 그림보다 훨씬 더 쉽고 적은 양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처럼, 평소보다 더 적은 노력과 의지를 쓰도록, 평소 하던 양의 3분의 1 이하에 해당하는 훨씬 더 낮은 목표로 오늘 일과를 살아보자. 적절한 휴식과 함께 아주 적은 양이라도 지속해 주는 것이 완전히 손 놓고 쉬는 것보다, 다시 원래의 페이스대로 끌어올리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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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슬럼프



최근 슬럼프가 왔을 때, 그 순간 나의 계획과 목표에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회사에 연차를 내고 늦게까지 푹 잤다. 그러나 동시에 게으름과 나태에 취하지 않도록, 눈을 뜨는 즉시 억지로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러 나갔다.


"안 그래도 슬럼프로 너무 힘든데, 꼭 운동해야 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괴롭혔지만, 애써 나를 잘 다독였다.


"오늘 우리는 푹 쉴 거야. 다른 건 안 해도 좋아. 하지만 운동만큼은 꼭 하고 오자. 평소 하던 운동의 3분의 1만 하자. 딱 10분 만이라도 좋으니 땀을 흘리고 오자.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훨씬 더 몸이 쳐지고 우울감에 빠질 거야. 최소한 이것만은 끝내고, 오늘 하루 푹 쉬자."


그렇게 억지로라도 운동을 마치고 나니, 훨씬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었다. 기분 좋은 포만감과 함께, 평소 좋아하는 카페를 갔다. 평소 하던 공부, 과제, 업무량의 3분의 1을 목표로 천천히 하나씩 해나갔다. 평소보다 훨씬 적은 목표를 달성했지만, 완전히 놓지 않았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꼈다. 오늘 같은 힘든 날에도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점차 나에게 자신감과 의욕을 불어넣었다.


아무리 슬럼프가 와도 평소 하던 일에 10%~30%를 목표로 잡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10분의 1만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내가 목표로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하루를 놓지 않았다는 것, 슬럼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 성실함이 조금씩 쌓이면서, 다시 긍정적인 관성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2~3일만 보내면, 길어도 일주일이면 금세 몸과 마음은 회복되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슬럼프는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더 심해졌다. 무기력과 우울이라는 괴물은 나태와 게으름을 먹고 자란다.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휴식을 명목으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주아주 작은 양이라도 무언가를 지속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렇게 이번에도 무사히 슬럼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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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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