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편의 시를 건네다: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글 입력 2021.02.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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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봄. 광화문을 지나다가 우연히 ‘글판’을 하나 보게 되었다. 봄과 잘 어울리는 시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바로 찾아보니 「 풀꽃 1 」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1.나태주-

 

 

풀꽃은 눈에 잘 띄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오랫동안 보지 않으면, 자세 보지 않으면 풀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없다. 풀꽃처럼 우리도 옆에서 오랜 시간 동안, 더 자세히 보아야 각각의 어떤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알 수 있다.

 

자신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러한 애정이 담긴 ‘누군가’의 마음은 더욱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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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의 시에서 느껴졌던 대상에 대한 애정이 어린 시선. 그리고 사랑.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를 통해 건네는 한 편의 사랑 시. / 아직도 홀로 외로운 당신을 위해 건네는 나태주 시인이 뽑은 해외 명시 120편. /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바람이 계절을 바꾸듯 곧 좋은 날이 온다.


 

 

# 먼 길 떠나는 당신을 위해



 

『 행복 』

 

행복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대는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그대 것일지라도

 

이미 잃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동안

그대는 목표를 가지고 쉼 없이 달리지만

무엇이 평안인지 알지 못한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린 채 

행복에 대해 더는 말하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그대 마음에 닿지 않고

그대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될 것이다. 

 

- 헤르만 헤세 -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 그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의 여러 작품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내면의 세계에 많은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나'라는 존재에 대해 가장 많은 궁금증을 지닌 인물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그의 고민과 생각이 소설과 시에서 묻어난다.

 

행복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로 '행복'을 가장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행복이란, 오히려 몸과 마음을 가볍고 편안한 상태에 두는 것이다.

 

나의 내면을 어지럽히는 복잡한 소망, 목표와 욕망을 잠시 놓아둔 채, 행복의 범위에서 잠시 벗어나면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헤르만 헤세가 말한 영혼의 휴식은 언제쯤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까?

 

 

 

# 울고 싶을 당신을 위해


 

 

『 너는 울었다 』

 

너는 울었다,

나의 불행을 보고.

 

나도 울었다,

나를 슬퍼하는 너의 동정이 가슴에 사무쳐.

 

그러나 너는

 

너 자신의 불행 때문에 운 것이 아닐까?

 

너는 너 자신의 불행을

내게서 보았을 뿐.

 

-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

 

 

시를 읽으며 마치 실제 내 모습과 거울 속의 비친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울고 싶을 때 일부러 슬픈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것도 사실 이와 비슷하다. 저마다 가진 슬픔이 크기도 울고 싶을 때도 다 다를 수 있지만 결국은 상대방을 통해 나의 아픔과 슬픔을 마주한다.

 

하지만, 상대의 아픔과 슬픔을 보며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은 생각보다 기쁜 일만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를 바꿔서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좀 더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자극이어도 더욱 예민하데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도 시나 소설, 여러 작품을 읽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누군가와 공감하며 감정이입 상태에 이르는 것. 시인의 생각과 감정을 끝없이 상상해보는 재미는 쉽게 놓을 수 없다. 감정에 쉽게 동화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누군가에게 '위로'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감의 표현을 건넬 수 있다.

 

 

 

# 기도하고 있을 당신을 위해


 

 

『 나그네 밤 노래 』

 

모든 산봉우리마다

안식은 있다.

 

나뭇가지는 

바람도 없이 흔들리지 않고 

산새는 숲속에 깃을 찾는다. 

 

기다려라, 그래도 머지않아

쉴 날이 오게 되리라.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시는 참 신기하다. 어떻게 짧은 글 속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을까? <나그네 밤 노래>를 읽으며 시를 쓴 괴테라는 인물이 눈에 띄었다. 괴테의 작품 중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었는데 시를 읽으면서 문득 '베르테르'가 떠올랐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가 괴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알려져있고 <나그네 밤 노래>는 그가 작은 산장에서 지내며 산장의 벽에 적은 시라고 한다. '하나의 시' 속에는 시인의 삶, 생각과 감정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의미에서 시는 시인이 써 내려가는 일기일 수도 있으며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주고 싶은 편지일 수도 있다. 가장 보내고 싶은 편지의 수신인은 아마도 '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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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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