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궁극의 레시피를 향하여

좋은 에디터에 대한 고민
글 입력 2021.02.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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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토피어리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나는 친구 A,B와 함께 집 근처 교회에서 진행하는 토피어리 클래스에 등록했다. 토피어리는 물이끼를 뭉쳐서 모양을 잡은 뒤 와이어로 고정시킨 장식품인데 당시 이걸 만드는 게 유행했다. 늦잠자기 바쁜 방학에 아침 일찍 일어나 토피어리 수업 듣는 편을 택한 우리는 시류에 동참한 셈이었고.


수업이 진행된 곳은 이동식 화이트보드와 길다란 책상 하나가 놓인 교회의 작은 강의실이었다. 셋이 일렬로 책상에 앉았는데 주로 내가 중간에 앉고 친구들이 나의 양 옆에 앉았다. (나는 중간에 앉는 걸 좋아하는 꼬맹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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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재미있었다. 물에 불린 물이끼를 손으로 조물조물 만져서 곰돌이 모양을 잡고, 꾸미기 재료들로 눈과 코를 붙여주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A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B가 수업을 듣다가 모르는 게 생기면 항상 A에게 물어봤기 때문이다. 수업 당시 앉아있던 구조를 보면 ‘A 나 B’ 이렇게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나는 B가 왜 굳이 나를 넘어서 A에게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 갔고 그게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었다.


B가 A에게 물어본 이유는 단순했다. 나와 B는 둘다 수업 진도를 바쁘게 따라잡는 상황이라면 A는 빠른 속도로 진도를 나가는 타입이었기 때문. 이런 것에 서운해 했다는 게 지금은 그저 귀여운 에피소드로 기억되지만 당시의 나는 꽤나 진지하게 ‘나한테도 물어봐줘..’ 하고 바랐다는 점. 나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커가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판단하는 자기객관화 능력을 얻었고 그 결과 지금은 토피어리를 못 만드는 내 자신에게 화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미숙함을 견딜 수 없는 분야가 있는데 그건 바로 ‘글'이다.

 

 

 

서론이 길었다. 좋은 에디터란?


 

내가 글쓰기에 대한 승부욕과 욕망이 똘똘 뭉쳐있다는 사실을 쓰기 위해 내 흑역사를 짧게 밝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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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좋은 에디터란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만드는 사람이다. ‘읽고 싶은 글'이란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하면서 촉촉한 통삼겹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겉은 크리스피해야 한다. 겉이란 글의 외적인 요소들로, 스크롤을 내리면 끝없이 나오는 글 사이에서 굳이 내 컨텐츠를 클릭하게 만드는 한끝을 말한다. 요소들로는 글의 제목과 부제목, 그와 어울리는 센스있는 섬네일 사진, 그리고 컨텐츠를 클릭했을 때 글이 가독성있게 쓰여 있는지에 대한 짜임새가 해당된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제목과 섬네일에서 내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면 안 읽게 되는 게 사람 심리니까. 그렇다고 해서 제목과 섬네일에만 신경쓰고 내용이 가독성 없이 지루하게 이어진다면 그건 말짱 도루묵이다. 사람들을 끌어 모은 후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 역시 에디터의 몫이니까. 에디터는 센스를 요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겉이 크리스피하게 만들었다면 육즙이 가득한 속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글의 퀄리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글을 쓴 사람이 해당 주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있고 잘 알고 있는 지에 따라서 글의 내용은 촘촘하거나 엉성하다.

 

 

 

그리고 이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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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가 부족한 에디터라는 고백이기도 하다.

 

나는 종종 겉만 바삭한 글을 쓴다. 제목과 사진에 신경쓰고 정작 내용은 부실한 글을 만들기 일수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더니 배경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배경 지식 전부를 독자들에게 알려주지는 않아도, 에디터는 다양한 정보들을 알고 있어야 글이 풍부해지는데 내 글의 재료들은 아직 풍성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어떤 글이 좋은지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온라인으로 구독하고 있는 잡지나 뉴스팀에서 어떤 에디터들이 맛있는 글을 올리면 감탄하며 해당 글을 스크랩해두곤 한다. 그런 분들의 글을 보면 내 글이 초라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내가 롤모델로 삼을 분들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정보와 이미지를 흡수할 준비가 되어있고, 이를 토대로 '겉바속촉'인 글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곧 좋은 에디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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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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