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 속에서도 '나를 찾아서' [사람]

잃어버리지만은 않은 것들
글 입력 2021.02.24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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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면서 어쩐지 취향이란 것이 더 확고해진 느낌이다.

 

하고 싶지만, 당장 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걸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탓에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은 계속 커져만 간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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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소울 서퍼'라는 한 영화 때문이었다.

 

바다를 굽이 치는 파도를 미끄러지듯이 넘실대는 서퍼들의 모습이 마냥 낭만적이었달까? 친구들과 여행을 간 김에 서핑 강습을 한 번 받아봤는데, 그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짜릿했다.

 

'소울 서퍼'에 나오는 고래 같은 파도는 한국에 잘 없지만,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수 십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패들에 누워 함께 수평선을 응시한다. 파도가 오길 기다리는 것이다. 평화로우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 순간들. 말 한마디 하지 않았어도 이상한 유대감을 느꼈다.

 

이후 한강에서 윈드 서핑도 해보고 양평에서 웨이크보드도 타봤는데,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단연 바다 서핑이었다. 끝을 모르는 수평선 너머, 어디서 부터 시작되어 왔을 지 모르는 파도를 내 한 몸으로 부딫혀 가는 일. 하루 종일 서핑을 즐긴 날이면 근육통에 몸이 남아나지 않지만 금새 다시 가고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

 

또 한 가지, 할 수 없었던 것은 고대하던 교환학생 프로그램.

 

장기간 마음 졸이며 준비했지만 결국 일일 만 명 확진자를 넘어서는 체코의 상황으로 자진해서 취소했다. 원래 지금 쯤 한창 새학기에 적응해 있을 텐데.......

 

올 9월. 다시 한 번 기대를 품고 체코 교환학생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하고 싶은게 아주 많다. 프랑스에 디즈니랜드, 모로코의 사막, 폴란드에서의 서핑... 낭만 듬뿍한 생각들 뿐이다.

 

낭만이 현실이 되려면 상황이 도와주어야하는 것도, 감수해야할 것도 많다. 24살에 떠나는 체코 도전기. 어떤 이야기로 채워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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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고양이와 아침 세상의 냄새를 맡는 일, 일력을 떼고 샤워를 하는 일, 아침을 먹고 작업을 하기 위해 카페로 향해 온라인 회의를 하는 일.

 

곧 세상이 다시 바뀐다고 하는데, 곧 이 일상도 바뀌게 되는 걸까?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던 걸 드디어 해볼 수 있는 걸까? 여전히 막연한 물음이다.

 

더 이상 뒤돌아보지도, 앞을 내다보지도 않기로 했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 없구나, 느끼며 주어진 일에 감사해야한다. 이게 잘 되지 않은 날은 그냥 하루 놓아버릴 수도 있어야한다. 코로나 시대 1년 간의 적응기를 마치고 상황에 숙련된 Z세대로 살아가는 건, 마음을 잘 가누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다이어리에는 다짐의 글들이 빼곡하다.

 

 

[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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