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디어 전시의 방향 -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

미디어 전시에 대한 선입견을 깨준 전시
글 입력 2021.02.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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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서울_포스터_세로형-01.jpg

 

 

리뷰에 앞서, 각자가 미디어 전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고싶다.

 

나의 경우, 미디어 전시. 그 중에서도 사진 촬영이 주가 되는 체험형 전시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고대하고 찾아갔던 전시의 초입에서 마주친 딱딱한 디지털 액정을 바라보며 기대감이 곤두박질쳤던 경험이 있을까?

 

뉴미디어에서 디스플레이란 현존하는 그 어떤 매체보다 빠르게 많은 정보를 송출하며, 가변적으로 복수의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적합하지만 정지된 한 점의 페인팅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물질성이나 작가의 고유함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게 미디어 전시는 '어쩐지 전시답지 못한' 느낌의 전시였다.

 

그렇다면 '전시다운 전시'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전시장을 향해 하루의 시간을 내어 발걸음을 옮길까. 특히나 요즘처럼 온택트 시대에 접어들고, 간접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전시 이전에 오감을 통해 무언가를 보고, 느끼며 '직접 체험'한다는 것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안녕인사동에서 6월 말까지 만나볼 수 있는 <2021 딜라이트 서울>은 아주 친근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이러한 물음들에 나름의 답을 내린다. 전시 전반에서 활용된 규모있는 뉴미디어 디스플레이와, 전시 공간마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서라운드 음향은 이번 전시에서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완벽히 관람객의 '지각을 통한 체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시는 여러 개의 관으로 나뉘어 구역마다 확고한 컨셉을 갖는데, 그 중 인상깊었던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corridor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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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가 개방되어 있는 보편적인 전시들과 달리, 완전하게 차폐된 큰 자동문을 통해서만 전시의 문을 들어설 수 있다. 고요한 음악소리와 영롱하게 떠오른 달, 구름처럼 차있는 연기는 체험과 오감을 강조하고자 했던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를 엿볼 수 있는 도입이라고 느껴졌다.

 

 

 

The 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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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만나볼 수 있는 신화 파트에서는 십이지신과 음양오행의 이미지가 강조된다.

 

압도적인 크기의 디스플레이로 채워진 기둥 측면에는 바코드를 통해 입장 시 관람객이 입력했던 생년월일시에 의한 간단한 운세나 성격 등을 뽑아볼 수 있다.

 

 

 

Welcome to D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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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청사초롱 등불로 가득한 거울의 방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공간이 아니었을까. 쿠사마 야요이의 거울과 수많은 미러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연상되는 이 공간은 압도적인 시지각을 선사한다.

 

전시의 초입에서 봤던 강한 고전풍의 동양 양식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통해 한국과 서울의 역사에 기반한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는 전시의 방향성을 크게 환기시켜주는 코너이다.

 

 

 

Echo of Soul


 

Echo of Soul_01.jpg

 

 

<딜라이트 서울>은 체험형 전시인만큼 전시 곳곳에서 다양한 사진촬영이나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만든 텍스트로만 거대한 방 벽면을 전부 채우는 이 부분에서는 바바라 크루거처럼 글자 자체가 지닌 이미지와 개념을 통해 작품을 채우던 작가들이 연상되었다. 물론, 전시 공간에 채워지는 텍스트들은 함께 온 누군가나, 그 날의 기분처럼 관람객 본인의 소소한 체험으로 채워진다.

 

이 공간이 전시 전체에서 뒤이어지는 체험들 중 가장 우선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한 번씩 꼭 화면을 눌러보고 체험해보며 즐거워하는 표정이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작품이 하나도 없는 공간이니, '이게 뭐야!'하면서도 금새 사진을 남겨보고 화면에 송출되어 네온사인처럼 흘러가는 글자를 바라보며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체험을 통해 추억으로 남긴다는 부분이 꽤 사랑스럽게 느껴져 이 공간에서 체험형 전시, 미디어 전시에 대한 나의 접근방식을 달리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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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Authentic Street' 코너에서도 체험이 이어진다.

 

 

 

An Olden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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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파트에서는 수궁전이 사방을 꽉 에워싼 공간 전체에서 펼쳐진다.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방문했을 때 가장 좋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빔프로젝터를 통해 맵핑 방식으로 바닥과 벽면 모두를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

 

솔직한 평으로 <딜라이트 서울>에서 어떤 '작품'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근방에 있는 갤러리들을 순회하는 편이 훨씬 더 알맞지 않을까 싶다. 대신, '재미있는 경험'을 오감을 통해 지각할 수 있던 체험공간으로서의 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장에는 도슨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를 이해하기 위한 특별한 사전지식이나 예술에 대한 조예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보고, 듣고, 만지는 등의 지각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현재는 시국으로 인해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전시공간 중 일부에서 미각 등 이색체험을 함께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전시장 전체를 관람할 때 QR코드나 바코드를 활용해 관람객이 전시장 곳곳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바코드는 전시를 온전히 관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입장 시 팔찌로 뽑아준다. QR코드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전시장 곳곳에 있는 십이지 캐릭터를 촬영하는 체험으로서, '포켓몬 GO'를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사방신과 십이지를 합쳐 총 16개의 QR코드를 모두 찍는 것에 성공하면, 기념품샵에서 마음에 드는 십이지 캐릭터 굿즈로 교환할 수 있다.

 

무언가를 관람하고 깊은 생각을 하며 감상하게 하는 전시는 아니었지만, 오늘날 대중에게 있어 '전시장'이 가지는 의미나 역할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묵직한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전시였다. 아무생각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를 본다는 것이, 어떤 관점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겠다.

 

내게는 이 전시가 '인사동'에 위치했다는 것이 무척 중요한 포인트라고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는데, 인사동에 전시를 해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기성작가들이 주로 찾는 고즈넉한 느낌의 갤러리가 많은 지역인만큼 젊은 관람객과 작가들의 발길은 비교적 드문 것이 사실이다. '안녕인사동' 공간 자체가 젊은 세대가 흥미로워 할 법한 가게들로 채워져있고, 그 사이에 있는 전시장으로서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전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때 온전하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답이 정해진다.

 

이 전시를 관람할 때는 함께 추억을 남기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사색보다는 호쾌하게 나누는 상대의 웃음소리 한번이 그 날의 감상 중 하나로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공간이니 말이다.

 

 

[지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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