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S에 지친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2.24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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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사용해본 SNS는 싸이월드다. 많은 사람이 싸이월드 꾸미기에 열광하던 시절 나는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그리 즐기지는 못했지만, 도토리를 사서 캐릭터와 미니홈피를 열심히 꾸몄던 것만큼은 기억난다. 싸이월드는 얼짱, 인터넷소설 등과 함께 2000년 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다음으론 카카오스토리를 사용했다. 중학생 때에는 반 아이들끼리 카스 친구를 맺고 사진에 서로를 태그하고, 댓글을 남기고, 문답을 공유하곤 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카카오스토리를 쓰는 친구들이 없어졌고 카카오스토리는 아줌마, 아저씨만 쓰는 SNS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는 페이스북을 썼다. 페이스북은 한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면 그 사람의 친구들에게도 그 게시물이 보여진다. 또한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어도 친구의 계정을 타고 들어가서 그 사람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SNS보다 넓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던 페이스북에서는 광고도 성행했고 페이스북 스타들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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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선 인스타그램을 주로 사용했다.

 

연예인들도 인스타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하고 일반인이지만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인스타 카페, 인스타 핫플레이스 등 인스타만의 감성이 생겨 인기를 끌었다. 반면에 허영만 가득한 인스타 감성을 조롱하는 사람들과 인스타에서 물건을 파는 ‘팔이 피플’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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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SNS에는 공통점이 있다. 광고가 한가득 차지하고 있다는 것. 페이스북에선 광고 계정이 따로 생겨 광고 글이 올라왔고 댓글 알바 등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인스타로 넘어왔다. 인스타는 내가 팔로우한 사람의 게시물만 피드에 올라오기에 광고의 영향을 덜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인스타에도 광고가 많다. 최근 인스타그램은 팔로워의 게시물을 모두 확인하면 팔로우하지 않은 다른 계정의 게시물이 보이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또한 인스타 쇼핑 탭이 따로 생겼고 페이스북과 똑같이 댓글 알바가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인스타가 ‘페이스북이 광고 때문에 망한 걸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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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틱톡이나 릴스 등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주 짧은 영상에 임팩트를 주어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길게 보는 영상이 아니니 잠깐씩 보기에도 용이하고 머리가 복잡해질 일도 없다. 이런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Z세대, 10대 사용자의 친화적인 플랫폼이다. 모바일 환경을 가장 우선시하고 중독성 강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틱톡은 게시자에게도 편리한 시스템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달리 복잡한 편집이나 이미지 제작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콘텐츠 개시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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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도 요즘 주목받는 SNS다.

 

이는 기존의 SNS와는 다르게 음성 기반의 SNS다. 사용자는 유명인의 방이나 관심이 있는 주제 방어디든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방장의 이야기를 듣고 발언권을 얻으면 자신도 이야기할 수 있다.


폐쇄성과 희소성도 큰 특징이다. 클럽하우스는 초대권을 가지고 있거나 기존 사용자가 연락처를 입력해야지만 새로운 사용자가 입장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방에 들어가서 유명인사를 만날 수 있으니 희소성은 더 배가 된다. 마치 클럽하우스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입하지 못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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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들도 끊임없이 변한다. 사람들의 SNS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난 이제 이 변화에 따라가고 싶지가 않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 그래왔을지도 모른다.


먼저 누구나 말하듯 SNS는 삶의 단면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한 후배가 내 사진에 댓글을 달았다. “언니 인스타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 보여요. 언니처럼 살고 싶어요.” 그때는 내가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은 지 5개월이나 되었을 때였다.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SNS의 내 모습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전체를 알아야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SNS로 보는 것과 실제는 분명히 오차 범위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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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현실의 비교

 

 

두 번째로 SNS는 서로를 비교하는 장이다. 다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 광고하려 노력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을 깎아내린다. 같이 사는 사회이니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박탈감을 안겨준다.

 

모두들 잘 꾸며진 삶의 일부를 과시하다보니 실제 삶은 더욱 비참해진다. 나도 다른 사람이 재밌게 혹은 유능하게 사는 것을 보며 "나는 도대체 뭐지,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지, 왜 재밌게 살지도 못하지?" 비관한 적이 있다.

 

이후로도 계속 SNS를 했던 이유는 타인을 순수하게 궁금해하거나 그들에게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내 삶이 사회에 부합한 건지 염탐하고 싶기도 했고 내 삶에 자랑할 일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뽐내고 싶었다.


많은 사람은 사회의 통념에 따라가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20대에는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다. 우리는 자신의 삶이 타인의 삶보다 부족할까 봐 타인의 삶을 훔쳐본다. 동시에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타인과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사는 데 익숙해졌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SNS로 외로움을 달래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소통일까? 사람과 사람을 단순히 연결하는 플랫폼이 소통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소통은 물리적 연결이 아니라 깊은 이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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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사람이 싫다. 인간들은 쓰레기를 만들고 범죄를 저지르고 돈만 좋아하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한다. 이런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SNS도 그러하다.

 

세상에는 분명 따뜻하고 정직한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매일 뉴스에서는 난리가 나고 신문은 가득 찬다.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20세기 전에도 그랬고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20세기 후에도 쭉 그럴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싫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서 속세를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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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마음의 소리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남자 김 씨는 빚에 시달려 자살하려다가 한강의 무인도 밤섬에 표류한다. 그는 처음에는 절망하며 섬에서라도 자살하려다가 오히려 아무도 없는 무인도 생활에, 돈에 쫓기지 않는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던 삶보다 더 행복한 모습으로 혼자 농사를 짓고 짜장면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


나도 김 씨처럼 표류를 시작하려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문명 속에서 아웃 사이더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야겠다. SNS를 하지 않고, 새로운 SNS 계정도 만들지 않고,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불안해하지 않고, 나를 과시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평생 무인도에서 사는 삶이, 사회와 단절된 삶만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김 씨는 결국 한강을 관리하던 공무원들에게 쫓겨난다. 절망한 그는 밖에서 여자 김 씨를 만나고 희망의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김 씨가 밤섬에 있을 때부터 유리병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 소통했던 사람이다.

 

몇 번의 대화, 몇 글자 안되는 짧은 내용이었지만, 둘은 소통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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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SNS를 끊고 살아간다 해서 내가 소통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가짜 이미지 속에 둘러싸인 거짓된 소통을 거부하고 진정한 소통을 바라고 있는 중이다. 먼 거리, 짧은 메시지에도 마음이 통하는 소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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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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