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쉴 틈 있네

바쁜 일상 속 여유 찾기
글 입력 2021.02.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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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나는 매일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대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종강하고, 바로 일을 하게 됐다. 누군가는 졸업도 하기 전에 일을 구했으면 좋은 거 아니야?라고 물을 지도 모르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회사의 시스템도 잘 모르는데 재택근무로 일을 하니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었고, 처음 해보는 일인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감도 잘 안 왔다. 막상 일을 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있어서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결정을 한 건 아닌가? 싶었고, 그렇다고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도 딱히 없고,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그려가야 하는지도 막막한 기분. 다른 곳에 지원을 해야 할까? 아니야 그래도 주어진 일을 잘 하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만 이 조직에 내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걸? 아니야 스스로 쓸모를 만들면 되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설렘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체, 내 머릿속은 전쟁통이었다. 앞의 문장들에서도 느껴지지 않은가. 내가 얼마나 조급한 마음을 먹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는지.

 

그러니까 나에게는 시간의 여유가 없다기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올해의 첫 달을 보내고 나서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급하게 결정하려 했을까. 나에게서 마치 먹고 싶은 과자를 잔뜩 안고 내려놓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일도 해보고 싶고, 저런 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욕심을 부렸다. 이러다가는 하나의 과자도 먹지 못하겠구나 싶어서 덜어내보기로 했다.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무작정 자소서를 쓰고 지원하기보다는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에만 지원서를 넣기. 2월은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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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을 먹은 지 며칠 되지 않아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 택배 상자를 열고 깜짝 놀랐다. 정기구독으로 받아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2월 호가 도착했는데 주제가 '여유'였던 것이다. 나에게 정말 여유가 필요하다고 누군가 말해주고 있는 거 같았다. 사실 1월 호 매거진은 제대로 읽은 페이지가 별로 없었다. 초반에는 잡지를 받아들 때마다 설레하면서 서둘러 펼쳐보곤 했는데, 언제부터 부담이고 숙제처럼 여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달에는 여유를 찾고 싶을 때마다 틈틈이 읽어야지- 하면서 침대 옆에 비치해뒀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더라도 침대에 누워서 기사를 하나 읽고 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잡지를 읽는 동안 나는 해방촌으로 산책도 다녀오고, 멍 때리기 대회 참가자의 기분도 느끼고, 서울숲을 바라보며 차를 내려마시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여유의 시간을 보내는지, 각자가 생각하는 여유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여유는 뭐지? 내가 가장 여유로웠던 때는 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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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낮 시간에는 이따금씩 롤플래너(컨셉진 정기구독자에게 제공되는 월간 플래너)를 펼쳤다. 작은 노트를 펼치면 여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데일리 미션들이 이어진다. '그동안 여유가 없었던 이유 적기', '식사에만 집중하기', '여유롭게 색칠하기', '초록 식물 찾아서 눈의 피로 풀기'등 작은 미션을 수행하고 나면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꼭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여유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구나. 여유라고 어디 숨어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의 하루 안에 고스란히 있었구나.


의식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비워내는 훈련을 하면서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더 잘 맞는 길을 가기 위해 조급함을 내려두고 천천히 나의 스타일대로 가보기로 했다. 여유라는 것이 그다지 멀리 있는 게 아닌데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컨셉진 87호를 통해 나는 내 안의 쉴 틈을 찾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오늘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내일이 기다려지지도 않는다면. 꼭 나만의 여유를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좋다. 흘러가는 하루를 잠시 멈추고, 내가 가장 편안해지는 상태를 누리는 것. 아주 잠시일지라도 그 시간은 분명 당신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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