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무게에 대하여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Thank You for Playing)> 리뷰
글 입력 2021.02.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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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FOR PLAYING | Official Trailer | FilmBuff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그린씨, 부인 유감스럽게도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아드님인 조엘의 뇌종양이 재발했습니다."

 

의사의 대사와 함께 부모와 의사가 있던 방 안에 비가 오기 시작해 점점 물이 차오르는 게임 속 화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말기 암환자인 어린 아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여기 깊은 물 속에 빠져있는듯이 고통스러웠다. 그것은 이 영화가 고통 속에 있는 인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2021년 우리의 삶은 어떠한 모습일까?

 

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 매체들이 취미의 영역을 넘은지는 이미 오래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SF영화 속 세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것은 옮고 그름을 떠나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의 삶은 디지털 기술을 제외하고는 이야기 하기가 힘들 듯하다.

 

우리 삶의 또다른 특징은 유행처럼 번져버린 '소통'이라는 단어로 대표될 수 있다. 펜데믹이라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주  '떨어져 있지만 계속해서 소통을 해야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 단어는 우리에게 긍정의 모습으로만 다가온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무거운 것인지는 오히려 감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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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라이언'은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세상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리고 게임 속 유저들은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 그리고 라이언은 우리가 피하던 현실을 게임을 통해 직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을 외면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그가 던진 메시지는 무거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영화를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을 창작하는 라이언과 가족들 역시 힘들어했다. 라이언은 조엘이 너무 아파하는 장면을 넣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조엘의 형 아이작은 게임을 위한 음성 녹음 중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스스로 감당하기도 힘든 부분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직면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진짜 힘들어하는 것은 가린 채 너무도 쉽게 소통과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진심은 통한다'는 상투적인 말을 고민없이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보여지듯이 그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를 보다 복잡한 감정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의 진짜 본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일은 우리를 끝없는 고민으로 이끄는, 어쩌면 잔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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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FOR PLAYING | Official Trailer | FilmBuff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그렇다면 상대를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파악하는 '소통'은 이렇게 잔인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인가 물을 수 있다. 또 그것은 과연 극복일까, 위로일까, 그 모든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 과정을 버텨서 나온 산물은 과연 상대에게 또 자신에게 각각 어떤 의미일까. 이어지는 물음은 힘들게 알아낸 자신의 아픔을 자기 외부로 드러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라이언은 이렇게 말한다.

 

"경험을 통해 내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 경험들은 복잡미묘하거나 비극적이거나 아름답기도 하죠."

 

라이언의 이야기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라이언은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냈다. 그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곧 '소통하기'이다. 그렇다면 앞선 물음은 곧 '소통이 꼭 필요한가'라는 물음으로 바꾸어 볼 수도 있다. 또한 소통의 반대말이 소외라고 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소외하면 안되는가라는 물음으로 연결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물음을 바꾸어 보니 이야기가 좀 더 수월해진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소외시킨다면 우리에게는 문화라는 것도, 삶이라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통, 즉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은 자신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라이언과 아이작처럼 자신의 아픔을 다시 꺼내야 하는 잔인하리만치 무겁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작은 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소통의 핵심은 정확히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매개체가 무엇이 되는가는 그 다음의 문제일 것이다.

 

라이언이 게임이란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공감한 것은 먼저 그가 자신의 진심과 공감했기 때문이다. 소통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신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좋은 생각과 좋은 콘텐츠는 그렇게 때로는 힘들고 무거운 과정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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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강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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