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의 서울은 무슨 색으로 빛나나요? -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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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인지, 서울에 별 특별한 감정 없이 지내고 있지만, 타지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사뭇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 신기할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건 타인의 감상일 뿐, 나에게 서울은 그저 서울일 뿐이었다.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회에 입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21 딜라이트 서울>은 '서울'을 테마로 한 미디어 아트 전시로, 단순히 눈으로 전시 품목들을 보는 것을 넘어서 직접 사진을 찍고 꾸미거나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AR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전시회 곳곳에서 '보물 찾기' 하듯이 히든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다.
전시회 스태프분께 전시 프로그램과 체험 방법에 관한 설명을 간단히 들은 뒤, 전시장에 입장했고 안갯속에 들어간 것처럼 연기가 가득한 첫 번째 파트에선 고요한 서울의 새벽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어딘가 모르게 꿈 속처럼 신비로웠던 공간을 지나 두 번째 파트에 들어섰을 땐 내가 생각한 서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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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순서는 전시장 순서와 무관합니다.
1. 서울에서 '나'를 마주하다
서울의 모습은커녕, '십이지신' 관련 영상들이 나오던 The Myth전시장에서 나는 대체 이게 서울이랑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을 품었었다. 입장하기 전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받았던 '바코드'를 대보니, "나의 십이지신"과 "운세"가 나오고(언제까지나 재미로 보는!), 전시장은 나의 수호신 영상으로 가득 찼다.'
서울을 둘러보기 전, '나'부터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서울은 때때로 '바쁜 현대 사회'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느라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세상을 살피지 못하고 있던 나에게 일단 나부터 제대로 살펴 볼 시간을 선물받은 것 같았다.
Echo of Soul에서는 내 얼굴도 바라보고, 렌즈에 담긴 나에게 '한글'로 예쁜 말을 해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한민국만의 글자 '한글'로 스스로에게 한 마디 건네 보니,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도 열심히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나처럼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리고 같이 온 친구에게 남긴 각양각색의 메시지들은 모두 전시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다 다르게 생긴 이 사람들이 누군지도 잘 모르지만, 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화면을 보니 그들과 소통하는 기분도 들고, 그들과 함께 이 서울을 빛내고 있다는 동지애도 느껴졌다.
올 한 해에 힘든 일들이 있어도 다 빛이 나기 위한 과정일 테니 힘을 내길 바라며 사진 속 웃고 있는 나에게 메시지를 남겨보았다.
2. 각양각색의 서울, 당신에겐 어떤 색으로 빛나고 있나요?
Welcome to Delight 전시장에 들어갔을 땐, 감탄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환한 불빛으로 가득 찬 전시장은 Delight 그 자체였다.
해가 져도, '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서울의 까만 배경'은 모순적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서울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질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건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Welcome to Delight와 Dynamic Seoul전시를 연속으로 보고 나니, 과거의 편협한 시각은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불을 끄지 않고, 저마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다운 일'이었다.
형형색색으로 입혀진 전시장, 은하수처럼 영롱한 전시장은 일상의 빛들이 얼마나 이 세상을 다채롭게 만드는지를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피곤하게 느껴졌던 서울 거리의 네온사인들도 이렇게 모여서 보니 꽤나 보기 좋았다. 하루하루 세상을 자신만의 색으로 빛내고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온전히 느껴졌다.
나는 어떤 색으로 내 삶을 빛내고 있는가?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은 어떤 색으로 빛나고 있을까?
3. 같은 서울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An Olden Tale 역시 앞서 The Myth처럼 대체 서울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전시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오래 머물러서 여러 포즈로 사진을 찍는 걸 보고 나니, "맞다. '우리'만의 전래동화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과거부터 내려온 가장 본질적인 서울, 그리고 한국을 나타내는 전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릴 적 읽었던 별주부전을 다시 떠올리며 영상을 보니, 마치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오랜 과거의 서울에 내가 들어간 것 같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서울의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다음의 Authentic Street은 어쩌면 20대인 나와 가장 맞닿아 있는 서울의 모습 같았다. 친구들과 시간을 지내면서 사진을 찍고 난 뒤 그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우면 꼭 이 한마디를 한다. "오 좀 힙한데?" 그리고 이 그 한 마디를 형상화한 것만 같은 이 전시 공간에선 2021년 현재 서울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기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전시 공간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이 힙한 감성을 그대로 내 몸에 담기 위한 노력이었다. 나는 2021년 현재의 서울을 빛내고 있는 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름대로 나만의 힙한 감성 한 번 얹어보았다. Echo of Soul과 비슷하게,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의 고유한 '힙'이 멋들어지게 전시장을 구성하고 있었다. 어떤 모습이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야말로 'Real Hip'인 것 같았다.
For our Futre에는 언젠가는 어른이 되어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서울을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힙한' 현재의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서울을 남겨줘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때의 내가 서울을 바라보는 것과 지금의 내가 다르며, 앞으로 더 큰 사람이 되어 바라볼 서울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대를 불문하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채롭게 서울을 물들이며 '좋은' 서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 어린아이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도 밝게 빛나는 꿈만은 잃지 말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나는 서울에서 좋은 어른이 되어가길 바라며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나에게 서울은 기쁨의 색!
서울은 그냥 바쁘고 빌딩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하여 별 감흥이 없던 나는, 누가 살고 있는지, 또 누가 서울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사진을 찍고 꾸미는지, 어떤 문구를 남기는지, 어떤 정보를 입력하는지에 따라 전시되는 그림과 영상이, 그리고 전체적인 색감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누군가에게 서울은 바쁜 일상 속 고요한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로 가득한 '고독'의 색일 수도, 화려한 불빛으로 꾸며진 색일 수도, 어린아이의 동심의 색일 수도, "YOLO!"를 외치며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힙'한 색일 수도,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어른들의 추억의 색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서울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색이 어우러져 밝게 빛난다.
그래서 오늘부터 서울은 나에게 기쁨의 색이다. 개성 가득한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울을 빛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큰 기쁨 (Delight)이다!
[이현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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