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더 나은 나를 꿈꾸며 마음껏 삐꺽거리는 반성문

매 순간의 나에게 보내는 작지 않는 편지
글 입력 2021.02.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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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두고 쓴 세 번째 글이다. 첫 번째 글은 (나로선 상상도 못할 짧은 시간인) 1시간 만에 완성된 글이었는데, 불편할 정도로 솔직한 날 것의 감정이 점철된 부끄러운 글이었다. 두 번째 글은 첫 번째 글을 쓰던 나를 떠올리며 날 것의 내용을 다시 다듬고 정리한 글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는 “여전히 정말 솔직할 예정이다. 내가 내게 보내는 부끄러운 글을 쓰기로 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라고 고백했었다. 그러나 두 번째 글도 방황의 흔적 가득한 대책 없는 상태의 글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세 번째 글을 쓴다. 부끄러운 글을 쓰겠다는 나의 다짐은 쉽게 물러나지 않은 채로.

 

 


 

  

언젠가 “에디터란 무엇일까” 질문하던 적이 있었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스스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고 세상에 내보내는 이들이 에디터이니 말이다.


매체, 분야, 목적 등에 따라 에디터가 하는 일은 서로 다른 형태와 색채를 띠고 있다. 그래서 에디터는 에디터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그에 대한 목적과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 움직임을 위해 에디터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자신이 지닌 역량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에디터로서의 삶 속 다양한 리듬을 잘 이끌어가야 한다. 포괄적인 정의지만 나는 이를 잘 해내는 에디터가 좋은 에디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글을 쓰다가도 내가 하는 말을 확신하지 못해서, 능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내 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방황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마감이 촉박해질수록 글을 쓰는 일상의 리듬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내가 하는 건 대체 무엇인지, 내가 성취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어서 노트 위에 글씨를 끄적이며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어떻다 할 확신을 얻지 못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은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사실 질문을 하기만 했었지, 그것에 대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스스로 끈질기게 가져왔는지 지난 시간의 나 자신에게 의문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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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인스타스토리

 

"지금까지 해온 것들 생각하면

내가 잘해서 했다기보다는

시도를 하다 보니 하고 있는 것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문제는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

생각보다 손에 쥐고 있는 게

실력이 아니라 막무가내의 시도인 사람"

 

 

그렇다면 나는 왜 아직도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거라도 안 하면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일상의 많은 리듬이 이미 문장을 쓰는 일에 맞춰져버렸다. 글이나 에디터에 대해 겉으로는 무어라 말을 해온 것과 달리, 어리숙한 오기만으로 몇 년째 이러고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에디터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아직 온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나를 ‘에디터’라 불러도, 나에게 나는 여전히 ‘에디터’가 아니었다.


좋은 에디터를 말하기 이전에 에디터는 "자신의 일에 대한 이유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이 문장이 나의 것이 되는 순간이 되어야만 나를 스스로 에디터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 많은 질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답을 찾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것이 아닌 이 대답으로부터 나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수반되는 무수한 노력들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꾸준히 얻고 싶고, 얻을 수 있는 에디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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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없어도 그저 좋아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라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좋아하는 마음’이야말로 좋은 에디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게 하는 의미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좋아하는 마음’에만 그쳐버렸던 것 같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원동력이라면, 그것으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목적을 위해 내가 지닌 이 원동력을 기쁜 마음으로 곳곳에 쏘아 올려야 했다. 글을 읽는 ‘맛’에, 다채로운 지식에, 편집력에, 나의 시각에,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 원동력을 소비해야 했다. 적어도 그것으로 좋은 무엇인가를 것을 만들고 싶었다면 좋아하는 마음을 명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가지고 온몸을 움직여야 했다.


나는 충분히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에도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보고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지속해야 했었는데, 매번 글을 완성하는 데에만 급급했었다. 내 글을 다시 마주하기를 두려워했었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가끔 남이 좋다고 말해줘야 겨우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정말 진득하게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건 부끄러운 글들이 되어야 했을 텐데 말이다. 스스로 글을 고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쳐왔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았었다. 내가 나의 글을 스스로 판단하고 살펴보는 기준조차 무책임하게 외부의 평가에 모두 맡겨버려왔을지도 모른다. 늘 반복하던 “다음에 잘하면 될 거야”는 그저 건조한 핑계에 불과했던 것 같다. 나는 진정 내 글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하지도 않은) 외부의 평가와 비교에 내 글에 대한 모든 평가를 맡겨버리는 나의 무의식적인 나약함은 여전히 골칫거리다(어쩌면 평생의 골칫거리였다). 비교의 늪에서 살아온 게 익숙한 탓인지, 그저 내가 그런 사람인 것인지, 나는 정말 작은 평가에도 쉽게 휘청거린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전부터 가져왔지만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도 그러기 위한 노력의 시도는 글 하나, 게시물 하나를 올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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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필사 노트

 

 

무엇보다 좋은 에디터는 어떤 것이 좋은 콘텐츠인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방향을 잡을 줄 알고, 어떤 내용이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이해하고,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지 아는 사람을 좋은 에디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에 좋은 에디터는 동시에 좋은 독자여야 한다. 더 많은 글을,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그 내용을 자신의 사유와 함께 마음에 끌어 담아 둔 사람이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의 형태를 보다 더 다채롭게 그려보고 실천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부족했던 나에 대한 반성과 함께, 어떤 평가나 판단 없이 다양한 글을 찾아 읽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저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은 글을 위해 독자로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들을 한 번 더 살펴보며 그 형태와 흐름에 대한 사유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기록으로 잘 남겨둬야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하게 되었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나 시작이 무엇인지 고민할 틈도 없이 최근에는 무작정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노트북만 두들기던 손가락으로 글자 하나하나를 모두 쓰려니 처음에는 몇 문장을 쓰는 것조차 버거웠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니 금세 손가락에 인내와 근육이 붙었다. 그렇게 시선과 손이 동행하며 일어나는 느림의 미학이 주는 기록의 힘이 무엇인지 느껴보려는 풋내기의 단계를 걷는 중이다. 이 기세를 몰아 이번에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 쓰인 다른 에디터님들의 글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내용과 질문들을 하나하나 노트에 기록했다. 정말 '좋은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장을 읽으며 글씨를 써 내려갔다. 분명 그냥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깊이의 향유였다. 이것이야말로 에디터로서든 독자로서든, 의미 있는 글쓴이가 되고 싶은 내게 필요한 변화 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남다른 깊이로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에디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에디터'의 태도란 그런 것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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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것은 나의 무의식마저 바꿔보려는 노력을, 적어도 그것을 위한 시도를 자연스레 일으키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은 분명 자신을 혹은 상대를 다시 이해하고 성찰하게 하며 어떤 변화를 꿈꾸게 한다. '더 나은 나'라는 것이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에디터'(가 되는 과정이)란 것은 어떤 직업이기 이전에 그런 끊임없는 성찰과 변화를 감내하는 위치에 서있는 것이었다.

 

어떤 연유인지 알게 모르게 굳게 자리 잡은 나의 관념과 태도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고통스럽고, 부끄럽고, 나를 향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 자신과 글을 쓰는 일이 정말 싫어지기도 한다. 그럼 그만두면 되는데, 언젠가부터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이기적으로라도 이루고 싶은 것이 생겼다. 지금에 머물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나를 찾고 싶어졌다. 혼자 만족하면 그만이었던 사람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좋은 에디터’가 돼보고 싶다고 속삭이는 마음이 나타났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말할 자격도 없는 주제라며 등부터 돌리던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꽤 많이 달려온 이야기와 달리, 이제 내게 남은 일은 우선 ‘에디터’가 되는 일이다. 내가 나를 에디터라 부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고군분투만이 놓여있다. 이제부터 다시 에디터가 무엇인지, ‘좋은 것’이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가치관과 목적은 무엇인지... 등등 사유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내적인 고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글도 읽어보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공부를 마음 담아 해나가야 한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비로소 출발선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좋은’이란 의미에 부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갈 길이 한참하고도 한참 더 남았다. 다만 적어도 이 ‘좋은’을 향해 어떻게든 내달려보려는 나의 어설픈 몸부림 자체에, 그 과정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애증의 마음 같은 것일까, 그것만은 확실하다. 이 몸부림이야말로 내가 평생 하게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스스로 자신을 이끌어가며 창조적인 일을 해나가는’ 에디터라는 모습에 나를 담아보고 싶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 마음과 생각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반성문을 앞으로의 내가 잊지 않고 잘 기억해 주면 좋겠다. 제발, 꼭, 꼭 말이다. 진심으로, 이 글은 내가 매 순간의 나에게 보내는 작지 않는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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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이지만, 이번 2월은 나를 향한 회의적인 시선과 함께 일어난 성찰과 반성의 연속이었다. 그런 와중에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우연인 듯 아닌 듯 내게 다가왔고, 지금까지의 성찰과 맞물리며 글의 형태가 자연스레 '반성문' 같은 것이 되었다. 좋은 에디터를 스스로 말할 자신이 없어서, 좋은 에디터가 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솔직하게 성찰하며 반성해보았다. 사실 이걸 공개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정말 부끄러운 글이다. 나를 지워버리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에디터는 1번, 2번, 3번..." 이렇게 쓰는 것이 정말 훨씬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항상 솔직한 이야기로 회귀하게 되는 글쓴이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정말 솔직하게 하나하나 반성하다 보니, (글에 일일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내가 에디터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글을 내가 내게 보내는 반성문인 동시에 꿈에 대한 어떤 기록이고 편지 같은 것이라고, 조금 난해하게(?) 정의하게 되었다. 좋은 무엇인가를 향해 달려가는 매 순간이 아름답지는 않을지언정, 의미가 없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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