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찮은 질문도 받아주시나요?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2.21 19: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an-dooley-ZLBzMGle-nE-unsplash.jpg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우리 각자의 미술관>은 그림 감상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특별히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유독 그림에 대해 견해를 이야기할 때,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양해를 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필요가 없음을, 누구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음을 말하는 책이다.

 

우리가 미술에 대해 말하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미술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림을 대면하는 것만으로 감명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에, 미술관은 충분히 친절하지 않다. 나만 해도 빈 벽에 난해한 그림만 덜렁 걸린 미술관에서 어찌할 줄 모르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을 ‘착시’라고 말한다. 불친절해도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미술관의 권위를 꼬집는 표현이다. 그와 관련된 논의 중 하나는 많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공공프로그램에 대한 것이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한 자료이다.


 

조사에 따르면, 공공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술관에 열 번 이상 방문한 분들로 대부분 전공자였습니다. ‘공공프로그램’이 아닌데도 계속 ‘공공’이란 이름을 기만적으로 사용해왔죠.

 

- 월간 《미술세계》 68호, <심포지엄 리뷰 : 미술관에서 연구란 무엇인가> 중

 

 

felicia-buitenwerf-Qs_Zkak27Jk-unsplash.jpg

 

 

이와 관련하며 풀어볼 나의 경험담이 있다.

 

나는 몇 년 전, 한 미술관의 작가와의 대화에 참가신청을 냈다. 당시에 내가 고등학생이었는지 대학교 저학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할 뿐, 미술에 대해 부실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내가 작가와의 대화에서 기대했던 것은 솔직하고 친절한 이야기였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본 설명은 전시에서 어떤 것들을 기대해야 할지 알기 어려운, 조금은 복잡한 글들이었다.

 

대화라는 형식이 주는 가벼움에 이끌려서 신청했었다. 작가가 어떻게 작업을 하고, 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듣다가 보면, 쉽게 작품세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손쉽게 감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필 비까지 격렬하게 내리던 궂은 날, 빗속을 헤치며 찾았던 미술관에서의 기억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작가의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면서 나는 곧 여기에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내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sandy-ching-k7b6pvNqAuM-unsplash.jpg

 

 

난생처음 듣는 미술사조의 영향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들으며,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나의 미술사 지식은 고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던 내용에서 멈춰 있었다. 나는 설명을 들으며 노트에 변변치 않은 질문들을 적었었던 걸 이내 덮어버렸다.

 

그 날 내가 겨우 알아들었던 질문은 한 미술 전공생이 작업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한 내용이었다.

 

그나마도 질문자가 내 또래의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이해한 것이지, 그 역시도 미술을 잘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왠지 오면 안 될 곳에 온 것처럼 초조했다. 그곳에 앉아있던 사람 중에 변변한 미술지식의 바탕도 없이 정말 ‘대화’를 하러 온 건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다시 빗속을 헤치며 집으로 향하면서 나의 무지를 탓했다. 그 뒤로는 미술관 프로그램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미술관에 앉아서 작품과 마주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믿었던 나의 환상이 깨졌던 사건이었다.

 


teun-swagerman-EnSO3AfK2fE-unsplash.jpg

 

 

오늘의 나는 그 날 충분히 친절하지 못했던 공공프로그램에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

 

누군가는 그냥 내가 손들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됐던 것 아닌지, 용기가 부족했던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엉뚱한 곳으로 표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물어올지도 모른다. 혹은 누군가가 예술은 원래 어려운 것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단정 지을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은 다르다. 미술이 어렵고 예술이 대단한 것이라면, 그것과 대중을 잇는 미술관은 ‘어떻게’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더 다양한 사람들의 편안한 목소리들이 오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작품들이 공공성을 표방하는 미술관에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aaina-sharma-nqj3ncOPS0g-unsplash.jpg

 

 

예전에 방문했던 유럽의 현대미술관 중 하나에서 마주쳤던 질문이 기억난다.

 

그림에 대한 장황한 설명 대신, 관람자에게 무엇이 느껴지는지를 묻고 있었다. 당시 욕심껏 여러 미술관을 다니면서도, 가뜩이나 어려운 설명을 영어로 읽어내는 데 지쳤던 나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느라 바빴던 걸음이 질문 하나에 멈추었다.

 

우리는 미술관 작품 앞에서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아마 분명히 더 재미있을 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과 말랑말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미술관을 꿈꾼다.

 

우리가 서로 조금 더 친절해진다면, 더 재밌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경원.jpg


 

[박경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6698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3.06,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