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나의 글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

좋은 에디터가 갖췄으면 하는 태도
글 입력 2021.02.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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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

 

 

언제나 되뇌어야 할 질문이지만 부끄럽게도 그렇지 못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고백하자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마감일까지 주제를 정하고 글을 마무리 짓기 급급할 때가 잦았다. 일상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재주가 없어서 웬만하면 시각예술 카테고리 안에서 글을 주로 써왔고, 그중에서도 전시 리뷰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두었던 터라 바깥 활동이 어려운 최근 들어 소재를 찾는 것이 가끔은 버거웠다.

 

내가 이렇게 시각예술과 관련된 글을 주로 쓰는 결정적 이유는 나의 대학 생활이다. 미술 이론을 전공하며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은 시각예술이었다. 대부분의 전공 과목명에 ‘미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됐고, 동기들과 어딘가로 놀러 갈 때도 꼭 전시를 봤다. 시각예술에 대한 애정으로 선택한 학교생활이었기에 당연히 즐거웠고 내가 미술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러나 나만의 보폭과 속도와는 별개로, 공부하며 내게 요구되는 이해도의 깊이는 점점 깊어졌다.

 

언젠가부터 작은 회의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취미라고 생각했던 미술 전시는 즐기기 이전에 배워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별다른 감명을 받지 못했거나 설명문이 잘 읽히지 않을 때,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가끔씩 불안했다. 분명 아는 작품인데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때, 나중에 읽겠다고 잔뜩 찍어 둔 전시실의 텍스트들이 쌓여갈 때는 나의 무심한 태도를 탓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들이 따라왔다.


“나는 미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맞나? 전시 관람을 나의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전공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전시를 찾아 돌아다녔을까?”

 

미술과 관련된 어렵고 깊이 있는 텍스트를 읽으면서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언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제 벌써 4학년인데, 이 실력으로 미술계에서 일할 수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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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음들은 자연히 나의 글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렸다. 문화예술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한가득 담긴 다른 이들의 글을 읽어볼 때는 내 글과 비교하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난 매력적인 문체로 흡인력 있게 글을 풀어나가는 능력에는 영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감성보다는 정보와 메시지로 승부하며 시각예술에 대해 이야기해 왔는데, 시각예술을 향한 나의 애정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이상 내가 완성한 글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던 중 ‘Project 당신’을 계기로 두 명의 에디터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부러워했던, 유려하면서도 열정적인 글을 쓴 바로 그 분들이 자신 없었던 나의 글을 애호해 주셨다. 문화예술과 글이라는 두 가지 공통분모로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이어졌다. 조회수 이외에는 내가 써왔던 글에 대한 피드백을 접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이고, 또 기쁜 반응이라니.

 

지금까지 미적미적 눈치만 봤던 내 글들이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일어서는 기분이었다. 이 글을 빌려 노지우 에디터님과 송민형 에디터님께 감사했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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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ject 당신'을 계기로 글을 써 주신 노지우, 송민형 에디터님

 

 

이백 명 가량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개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곳에서, 내 이름을 알고 내 글을 읽는 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가끔 만족스럽지 못하게 마무리한 글은 차라리 아무도 읽지 못하게끔 다른 글 사이에 묻히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글을 읽은 다른 이와의 대화는 그러한 마음을 싹 가시게 했다. 내심 지우고 싶었던 글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과거의 글이 성에 차지 않는 지금의 나’의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과거에 이 글을 썼던 나 자신을 이해하며’ 말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누군가의 칭찬으로 자신감이 충전되었다는 것이 이 글의 중심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게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랑 무슨 상관이지?’하고 말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좋은 에디터의 조건은 ‘나의 목소리를 믿고, 나의 글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에디터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이는 일반적인 직업으로서의 에디터 - 어딘가에 소속되어 조직을 대변한다는 책임감 하에서 글을 쓰는 - 가 아닌, 아트인사이트에 자유롭게 방목된 나와 같은 에디터들을 두고 떠올린 생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침은 ‘문화예술에 대한 자신의 관심사와 메시지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것’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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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견이 어떠한 재단도 거치지 않고 무한히 포용된다는 것은 우리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소중히 여겨진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렇게 플랫폼의 구성원부터 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나의 글을 존중해 주는데, 나 자신이라고 내 글에서 트집을 잡을 이유는 없다. 나 자신도 내가 쓴 글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내 경우 글을 쓰는 과정을 사랑한다고는 말하기 어렵겠다. 글을 쓰면서 언제나 느끼는 나의 한계와 글 쓸 거리를 고민하며 썩히는 골머리를 좋아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 글을 사랑할 줄 아는 태도를 숙달한다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내 손을 벗어나 하나의 완성품이 될 내 글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과정도 기대로 물들어갈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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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서 밝혔던, 나 스스로에게 던진 회의감 어린 여러 질문들의 답은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중요할까? 미술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미술과는 관련 없는 공부를 했더라도 미술 전시를 좋아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뭐가 됐던 나는 재작년 여름부터 오늘까지 이곳에서 시각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풀어놓았다. 어느덧 67건의 글이 차곡차곡 쌓였고 이 글은 68번째 글이 될 것이다. 다른 이들과 나를 비교하려는 복잡한 생각은 좀 덜어내고 내가 써왔던 글에 집중해 나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겨야겠다.

 

어느덧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공통주제 글쓰기는 처음이다. 이제야 털어놓지만 공통주제 글쓰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주제의 다른 글과 비교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은 에디터가 지녀야 할 태도는 자신의 글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 만큼, 나부터 좋은 에디터가 되기 위해 이제부터는 다른 글과 내 글을 저울질하기보다는 모든 글을 같은 눈빛으로 바라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글에서도 칭찬할 거리를 찾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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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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