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콜'에 담긴 노자의 메시지 [영화]

글 입력 2021.02.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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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물의 시작은 어디였더라? 로맨스물의 기원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만큼 타임슬립이 하나의 장르로, 서사적 장치로, 보편화 되었다는 뜻일 거다.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은, 이제는 더이상 특별하지 않을 타임슬립과 그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에, ‘여성이 힘쓰는 서사’라는 특별함을 입힌다. 거기에, 주인공이 그다지 영웅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또다른 특별함이라고 하면 특별함이다. 그레마스나 토도로프 같은 서사학자들이 정립한 서사도식에 따르면-세부적인 내용은 다 다르지만-이야기가 가지는 보편적인 서사구조는 주인공의 시련과 성공적인 극복이다. 이 보편성이 위반되면서 <콜>의 서사는 한층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는 쿠키영상에서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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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임 패러독스> (네이버영화)

 

 

그럼에도 어쩐지 자꾸 다른 서사물이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시그널>. 무전기와 전화기라는 비슷한 통신 수단이 소재로 사용되니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또 시골마을의 무속신앙 분위기는 <곡성>을 생각나게 하고, 과거를 바꿔 죽은 아버지를 살리지만 그 때문에 무언가가 일어나는 흐름은 <프리퀀시>를 연상시킨다. 나름대로의 반전이자 뒤틀림을 주었던 쿠키영상 또한 사실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임 패러독스>를 본 사람이라면, "이거 타임 패러독스잖아!"를 외쳤을테니까.

 

뭔가 더 있을 것 같았던 선희 슈퍼나 영숙과 엄마의 이야기가 조그마한 물음표를 남기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콜>은 충분히 재미는 있었다. 관객이 언제 숨을 쉬었는지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다면 스릴러 장르로서 반은 성공일테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나머지 반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통쾌함을 선사하지 않는 장르물에서 나는 어떤 메시지를 읽었다. 주인공이 무언가를 이뤄내는 보통의 것과는 달리, 서연은 결국 영숙과의 대결에서 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누군가는 이 부분에 매우 실망한 듯 하지만 이것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연 역의 박신혜 배우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간과 관련된 많은 소재의 영화가 있는데, 보통 후회를 가지고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돌리고 싶어하는 류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콜'은 시간을 돌렸을 때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과거를 바꿨을 때 어떤 것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 더 잘 표현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가 말한대로 지난 날의 후회를 후회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 과거를 바꾸면 무언가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서연이 되돌리고 싶은 과거를 되돌렸더니 더 끔찍한 일이 생긴 것 처럼 말이다.

 

노자의 <도덕경> 58장에는 화(재앙)와 복에 관한 문장이 나온다. 영화를 보고 단번에 이 구절이 생각이 났다.

 

 

禍兮福之所倚(화혜복지소의) 福兮禍之所伏(복혜화지소복)

화에는 복이 기대어 있고, 복에는 화가 엎드려 있다.

 

 

지금 당장 재앙에 가까운 나쁜 일이라도 그 속에는 복이 숨어 있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예상치 못한 화가 그 일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화는 복에 기대어 있고, 복에는 화가 엎드려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어떻게 이런 시련이 주어졌나 싶을 정도로 힘든 프로젝트를 맡은 사람이 있다. 잘 마무리가 되어 인정을 받아 연봉도 올랐고 직급도 올랐다. 그런데 직급이 오르니 책임도 커지고 바빠져서 스트레스가 전보다 크다. 이렇듯 바뀌고, 바뀌기 마련이다. 눈 앞의 결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서연은 아빠가 돌아와 행복했을 때 알았어야 했다. 복에는 화가 엎드려 있다는 걸.

 

서연이 몸바쳐 보여주는 새옹지마를 통해 <콜>은 '과거는 그냥 내버려 둬...' 그 한마디를 내게 남겼다. 더 진지하게 말해 보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쉬운 과거를 바꾸기 위한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기꺼이 거부 할 자신.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타임 패러독스 스틸컷 / 콜 스틸컷

스포츠조선, [인터뷰①]'콜' 박신혜 "한 차례 출연 거절했던 작품…女중심의 웰메이드 영화의 매력"

 

 

[송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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