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ig data, Big society?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2.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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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2017 (네이버영화)

 

 

몇 해 전, 영화 <서치>가 개봉했다. 실종된 딸을 아버지가 찾는다는 자칫 진부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기술시대의 걸맞은 연출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스크린은 모니터화면이 되어, 관객은 오로지 그 화면을 따라 사라진 딸을 함께 추적한다. 실종된 딸을 찾는 단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술'이 제공한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딸을 추적하던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모든 정보는 저장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규모, 생산속도, 다양성에 있어서 기존의 데이터와 현저히 다른 특성을 갖는 데이터를 총칭한다.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데이터들은 기존의 GB 단위의 데이터들과 달리 TB 이상의 규모를 가진다. 종류뿐 아니라 양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1김성철, 정보기술로 세상을 바꾸다, 시그마프레스, p209.

 

 

 

데이터와 개인 : 개인의 발전? 혹은 개인의 소외?


 

많은 기업들이 저마다의 수집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 상의 데이터를 모으고, 빅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이를 활용해 여러 전략을 펼친다. 특히 개인맞춤형 광고, 개인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개인이 검색한 키워드, 클릭한 검색어, 클릭 수, 오고 간 사이트 등을 수집해 상품 마케팅에 활용하고, 취향 하나하나에 초점이 맞추어져 품종의 다각화, 질의 다원화를 이루었다.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정보기술사회는 보편성보다 특수성에, 다수보다는 개인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의 능력면에서는 어떨까. 'SAP 매치인사이트'라는 분석 프로그램은 축구선수들의 정강이 보호대 밑, 경기복, 그리고 축구공 속에 삽입된 마이크로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하여 선수들의 능력치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독일축구협회가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하여 도입한 바 있다2 이준정,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시간여행, p117. 이는 선수 개개인의 약점을 보완하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기억력의 한계 또한 극복한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인가를 외우려 애쓸 필요도, 수많은 정보를 굳이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 이미 형성된 빅데이터는 우리 뇌 해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어딘가에 분명히 저장되어 있어서 굳이 그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해도,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대로 괜찮은가? <서치>가 보여주듯이 디지털 세상에는 현실이 간과한 수많은 정보들이 혼재한다. 디지털과 현실 사이에서 개인은 여러 개의 자아로 분리되어 스스로에게 가하는 소외현상을 겪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인간이 감정과 스키마에 기반 해 수집한 정보보다 빅데이터가 더 정확하고 진실된 자아를 뒷받침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치 영화에서 아버지가 딸의 진실을 인터넷 상의 정보를 통해 아는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빅데이터가 '나다움'을 증명하는 시대가 됐다.




데이터와 사회 : 사회의 유지 혹은 새로운 사회의 탄생


 

국가는 만들어졌고 개인은 사회를 구성한다. 개개인에 대한 집중은 다수의 공감으로 뭉쳐진 사회를 만들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사회구조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해결책으로써 기술은 이용되고 있다. 한 사람의 취향을 수집해 여러 사람의 취향을 확인한다. 그렇게 대세문화가 형성된다. 패션계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확인하고 유행에 맞는 디자인을 내놓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은 다시 사회의 취향으로 환원되기 마련이다.


능력면에서도 그렇다. 선수 개인의 능력향상은 팀의 능력 향상으로, 결국에는 국가의 스포츠경쟁력 우위선점은 물론 이와 연계된 새로운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또한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곧 기억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고, 사유의 과정이 생략된 채 제공되는 정보-그것이 옳든 그르든-만을 흡수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정보의 생산자는 가장 적절한 이데올로기를 주입할 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의 진실 왜곡은 견디지만, 정치 선전의 진정한 위험성은 단지 특정한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3 NewPhilosopher vol.1, p11.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각고의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같은 취향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또는 내가 찾는 정보를 찾고있는 사람들을 빅데이터의 매개를 통해 접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또 다른 사회의 재편을 목도한다. 원자화된 개인들이 다시, 그들이 원하는 공통된 기준으로 모여 그들만의 우주를 형성한다. 수백수천 개의 다중우주가 디지털 플랫폼에 공존한다. 예컨대 인스타그램(또는 다른 여러 플랫폼)에 생성되는 각종 유머계정, 팬계정, 상품판매계정 등에 이르기까지 개인은 몇 분 몇 초의 욕구를 가지고 '계정'의 형태를 띤 여러 사회를 들락날락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대신 공공정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빅데이터 안에서 개인의 존재는 사라지고 공동체만이 남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는 기술에 의해 형성과 붕괴를 반복한다.

 

*


이웃사촌의 시대를 지나고, 근대화는 우리에게 단지 물리적인 개념으로서의 이웃의 시대를 선사했다. 이제는 물리적 거리와는 상관없는 이웃의 시대가 왔다. 빅데이터는 특수한 개인으로부터 보편화를 이룩하고, 보편화된 공동체를 다시금 특정한다. 빅데이터가 낳은 새로운 사회 현상이다. 그러나 어떤 하나에 대한 매몰은 다른 존재에 대한 배척을 의미하기도 한다. 뉴런과 시냅스의 온-오프시스템처럼 빅데이터에 의해 사회는 끊임없이 온-오프를 반복한다. 빅데이터는 서로 나뉜 우리를 다시금 이을 수 있을까?



1김성철, 정보기술로 세상을 바꾸다, 시그마프레스, p209

2 이준정,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시간여행, p117.

3 NewPhilosopher vol.1, p11.

 

 

[송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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