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승리호 [영화]

가능성을 가진 작품
글 입력 2021.02.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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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월 5일 한국 최초의 SF 우주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개봉되었다.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상위 랭크를 차지했고, 글로벌 영화 커뮤니티인 IDMB, 로튼토마토 등의 사이트에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엇갈리는 평가들의 원인이 궁금했다. 그리고, 영화를 감상한 후 나는 극명한 반대편에 놓인 사람들의 리뷰가 모두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승리호는 2092년 환경오염으로 파괴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95%의 사람들은 오염된 지구에서 거주하고, 5%의 부자들만 우주낙원 UTS에 거주한다. 승리호의 선원, 태호, 장 선장, 타이거 박, 업동이는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들을 청소한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집을 잡아 벌금을 부과하고, 파손 비용들을 청구하며, 돈을 벌어도 계속 빚은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명 수배 중인 로봇, 도로시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핵심요소인 도로시, 꽃님이는 전개와 결말, 그리고 감초 역할까지 하며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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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즈음에 개봉된 영화인만큼, 자극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주제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주제를 대상으로 삼았다. 정, 가족애 등을 서술하고자 하는 의도가 많이 엿보인다.

 

하지만 감독이 표현한 가족애는 불완전하다. 가족애의 대상, 줄거리의 메인인 태오는 부성애를 표현하는 인물이지만, 아버지로서 자질에 의심을 가지게 한다. 도박에 빠져 순이를 소홀히 하고, 또 다시 돈에 집착하며 꽃님이까지 외면하려 한다.

 

이러한 자질의 결함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반감시켜 공감을 어렵게 했다. 꽃님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원들은 꽃님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급조된 가족과 생략된 애도의 시간은 가족애의 의미, 성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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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들의 행보를 통해 전달되는 대표적인 주제가 가족애라면, 조연들과 전체적인 배경 등을 통해 제시되는 주제는 환경문제와 계급갈등이다. 오염과 파괴로 생명에게 유해한 불모의 땅이 된 지구에서 살아가는 95%의 사람들, 그리고 우주 낙원에서 살아가는 5%의 사람들 사이에는 명시적이고 확연한 계급의 분리가 이루어져 있다.

 

환경의 불평등은 정보의 불평등을 만들어 냈고 다수의 능력이 쇠퇴해감에 따라 소수 권력가들의 낙원이 만들어졌다. 소수 권력가들은 얻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지구 사람들을 착취하고 인위적인 재해를 만들어 낸다.

 

계급갈등은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와 권력과 돈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UTS 대표의 언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착취, 압제, 강탈 등으로 이익을 얻는 UTS의 운영방식을 보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국가의 역할을 할 때, 어떤 모습이 펼쳐질 지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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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다 라는 바램 아래 욕심껏 넣은 구성장치, 줄거리는 안타깝게도 서로 잘 융화되지 못했다.

 

이 설정을 왜 집어 넣어야 했을까? 이 스토리는 꼭 들어가야 하지 않았을까 등? 생각과 감성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끊어진 연결고리들이 산재했다. 매력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은데도, 이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했다. 가지치기가 안 된 줄거리이다.

 

단점이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인물이 악역, 설리반이다. 그를 악역으로 만드는 것은 포악함, 잔혹함과 화날 때마다 변하는 얼굴 뿐이다. 치밀한 계획이나, 뛰어난 두뇌, 상상을 뛰어넘는 사이코 패스적 면모가 아니다. 개성 없는, 매력 없는 악역이다.

 

설리반은 장 선장, 태호와 인연이 있었다고 짧게 언급된다. 이러한 줄거리를 좀 더 발전시켜 그를 사이코적인 악역으로 만들거나, 공감할 수 있는 악역으로 만들었다면 인물상이 더욱 입체적이고, 전투 장면도 더욱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 최종 보스, 악역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약한 존재감, 위압감이었다.

 

 

 

아름다운 영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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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배경의 우주에 떠 있는 별, 빛, 행성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액션감과 빛, 사운드를 극장에서 들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영화의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액션씬, 전투씬이 생동감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물론 제작비의 차이로 대기업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전투 이펙트나 배경이 화려하거나,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면들, 적재적소의 특수효과 이펙트들이 한국 SF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신과 함께’ 이래 오랜만에 한국 특수 효과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목소리만으로도 빛나는 존재감,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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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송중기, 유해진, 진선규 등 빵빵한 배우들의 라인업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유해진이었다. 유쾌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은 이 배우는 강약조절에 능숙하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서 아무리 찾아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는 로봇, 업동이를 통해 스크린에 출연한다. 표정이나 행동이 아닌, 오직 목소리를 통해 감정과 상황을 전달한다는 것.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영화가 점점 진행될수록 로봇은 한 명의 인격체,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 들었다. 유해진이 업동이에게 업힌 인간성과 자연스러움은 익살스럽고,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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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배우들의 가능성, 한국 영화계의 가능성,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 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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