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이 있는 공간과 공기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라스트 북스토어

상상 속 서재, 문학의 별들, 드레스를 입은 책
글 입력 2021.02.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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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본다는 것 자체는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을 선물해 준다. 사람은 대부분 비슷한 공간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긴데, 전시회는 그러한 평범한 날들을 탈피시켜준다. 시원하게 트인 공간 안에서 몇 발자국만 앞으로 서서히 이동하면 참신한 기획의도를 바탕으로 펼쳐진 매력적인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다.

 

언제나 그러듯, 이번 전시회도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K현대미술관에 도착했다. 책이라는 가볍고, 한정적인 페이지 안에 가지고 있는 활자들을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전시를 구상했을지 제일 궁금했다. 궁금해하는 동시에 구상을 미리 예상해봤다. (이는 전시를 풍만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번 라스트 북스토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점”이라는 메신저를 바탕으로 책을 소개하는 느낌보다는, 여러 책들을 모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그중 시선을 확실하게 끌어, 카메라에 담고 싶은 작품과 공간들이 즐비했다.

 

이번 리뷰 글은 내 마음에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았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넌지시 표현해보려고 한다.

 

 

 

상상 속 서재 (Flying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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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법 세계 속에만 등장할 것 같은 서재를 표현했다. (안타깝게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천장에는 책과 타자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어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 책을 꼭 책장에 정돈되게 조심히 모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예술적으로 표현되기에 마땅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책 안에는 밑줄도 그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고, 다시 읽고 싶은 페이지를 따로 접는 행동도 삼갔다. 그러나 작가들이 말하길, 책을 편한 자세로 대해야 다시 꺼내 읽기에도 수월하고, 인상 깊었던 문장을 다시 한번 꺼내서 보는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 후부터, 책에 나만이 알 수 있는 표시를 하며 보는 습관이 길러졌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책을 보존하는 방법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려 자유롭게 만들어야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록달록한 골판지 창고를 레퍼런스 삼아, 나만의 서재에 표현하고 싶은 모양이나 무늬로 꾸민다면 책을 읽는 시간을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았다. 언젠가 꼭 실행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상상 속 서재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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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사방팔방 펼쳐있는 책의 분위기를 느끼니, 어린 시절 놀이터만 보면 뛰어나가고 싶었던 마음처럼 동심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공간이 실제 생기기만 한다면 책 위에 편안하게 앉아, 활자를 꺼내보는 재미가 훨씬 높아질 것만 같다.

 

 

 

문학의 별들 (The Stars of Literature)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곳이다. 이 설치작품은 문인들의 이름을 맞춰보는 반가움과 재미가 동시에 곁들여 있었다.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데미안> 헤르만 헤세, <동물 농장> 조지오웰,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그리고 한국의 대표 시인 백석까지 사진만 봐도 웅장해지는 문인들 앞에 서서 에너지를 받고 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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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헤르만 헤세의 사진 크기는 매우 크게 자리 잡혀 있었다.

 

<데미안>은 내가 본 책 중에서 가장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다. 사실, 선으로 그어져 있는 것뿐 아니라 동그라미나 여러 도형을 첨가해 강조를 많이 해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서점에서 오랜 과거에 머물던 한 인간의 지혜와 경험을 현 세대까지 접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졌던 첫 번째 책이다. 그 정도로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책이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렇게 생각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데미안>을 또다시 필사해보고 싶다. 이미 공책에 수없이 많이 적었지만, 워드로도 적어봐야겠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단 한 가지, 내 속의 목소리, 그 꿈의 영상만 확실했다. 그 영상의 인도에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임무를 느꼈다.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그를 거기로 인도한 것이다.
 

 

이 3문장을 보더라도, 헤세는 자신의 인생을 진취적으로 계획하며 걸어 나가기 위해 생산적인 고군분투를 끝없이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생 만나보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한 작가의 지혜와 내공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은 내가 내뿜을 수 있는 표현으로 설명될 수 없는 큰 영광이다.

 

이번 라스트 북스토어에 들리는 관람객들도, 문학의 별들 코너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큰 영향력을 전파해 준 작가 앞에서 시선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책에서 만나는 것과 또 다른 느낌으로, 수많은 초록색 조명이 더해져 그 순간은 더 반짝반짝한 전율을 줄 것이다.

 

 

 

드레스를 입은 책 (The Book Wearing a 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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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게 구석구석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서있던 작품이다. 화이트 색상인 드레스 위에 책이 올라와 있어, 어떤 의도인지 궁금증이 몰려왔다. ‘책이 드레스같이 순수하고 깨끗한 고귀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걸 표현한 걸까....?’

 

우선, 이 작품의 설명은 이러하다. 순백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사람인데 두상 대신 그 위에 책을 펼쳐 놓았다. 외적으로 아름답고 멋있는 옷을 입은 사람도 다양한 지식 습득을 통해서 내적으로도 아름다움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드레스 위에 당연히 머리가 표현되어 있어야 하는데, 머리에 쌓이는 내면의 힘을 책으로 표현한 것을 담기 위해, 제목을 <드레스를 입은 책>이라고 지은 이유에 큰 감명을 받았다.

 

머리가 띵했다. 사물과 사물의 조합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에 충분하구나. 일상에서 내가 조금만 더 집중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작이 되고 그러한 모든 것들의 결과물이 바로 ‘예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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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20대에 반갑게 안녕을 외친, 나는 문화예술에 대한 호기심이 만땅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작품들을 살펴보며, 내 관점을 기르고 싶고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에도 참신한 시점을 발견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한 방법들을 이번 전시 라스트 북 스토어를 통해 배우면서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을 받았고, 정적이 흐르는 이 공간에서 책과 서점을 애정하고 아껴야 하는 이유 또한 다시 한번 크게 깨닫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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