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첫 문장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 말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의 ‘가정’을 ‘인간’으로 착각했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살아갈수록 그 오해에 의문이 들었다. 나는 분명 수많은 이유로 행복했고 타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이유로 아름다웠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에게 『진리의 발견』은 새로운 발견이 된다. 『진리의 발견』은 170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적 인물들의 서로 교차하는 삶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여러 갈래이다.
성 운동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 과학에서 여성의 길을 닦은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과 조각 예술에서 성별이라는 견고한 암석을 부수어낸 해리엇 호스머, 문학비평가이자 <뉴욕 타임스> 최초의 여성 편집자로 여성주의 운동에 불을 지핀 마거릿 풀러,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거쳐 환경 운동을 촉발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을 다루어 복잡함과 다양성, 사랑, 진실과 의미와 초월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주목한다.
이들의 삶은 노력을 전부 보상받지 못했다. 뛰어난 발견을 했으나 무시당했거나 타인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성 소수자인 이들은 모두 대담한 사상가들로 크나큰 장애와 그 시대의 "성별 구조"를 극복하고, 천문학적 발견을 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환경 운동의 기반을 닦았다. 저자는 과학, 문학, 예술 분야를 넘나들고 시대를 뛰어넘는 역사적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삶을 통해 상호 연결된 무작위성의 우주를 펼쳐 보인다.
우리는 『진리의 발견』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들의 업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사랑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야기가 계속해서 광범위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 의문을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것이 됨으로써 동시성을 관통한다.”
“우리는 줄곧 우연을 선택이라 착각한다. 어떤 사물에 붙인 이름과 형식을 그 사물 자체라 착각한다. 기록을 역사라 착각한다. 역사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에 불과한데도.”
사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과정처럼 차근차근 과정을 쌓아 올린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연히 누군가에 의해 태어나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평생 우리 존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나머지 세계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고자 애를 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존재의 동시성에서 삶의 정지 화면을 포착하기 위해서 말이다.
여성이자 성 소수자
![[크기변환]women-3422243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102/20210210114232_lxzfyaak.jpg)
『진리의 발견』이 흥미로운 이유는 대부분 여성이자 성 소수자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여성이자 성 소수자”라는 설명만으로 우린 그들의 삶을 걱정하게 된다. 그건 나 또한 당사자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케플러는 마녀로 몰리고 어머니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자신이 여자가 아닌 남자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케플러는 성별에 차이에서 비롯한 운명의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문화의 작용에 따른 성별 구조의 차이라고 꼬집는다. 우리의 어머니를 불학무식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본성이 아닌, 세계가 결정한 사회적 위치라는 것이다.
여성 해방 운동의 기초가 되는 『19세기 여성』을 쓴 마거릿 풀러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퇴화한 대화의 기술을 가르쳤다. 당시 여성들은 자기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었다. 오직 남자의 지혜를 담는 저장소가 되기만을 요구받았다. 맨스플레인의 수신자로만 살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풀러는 교실을 대화를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 대화의 조건은 단 하나다. 반드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것.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구자인 이 책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양성애자 혹은 동성애자이거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관계를 맺는다. 이들의 사랑은 단순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한 가지 형태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성별과 나이, 신분과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다.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는 이들의 사람과 삶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다시 그들의 삶이 다양한 형태로 아름다운 것을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