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에 대한 본원적 성찰과 깨달음의 여정 - 싯다르타 [도서/문학]

글 입력 2021.02.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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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삶에서 권태나 허무와 같은 감정들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문득 내 앞에 놓인 모든 일들이 무의미해 보이고, 즐거움이나 행복처럼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어렵다.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건가 싶은 회의감은 슬럼프로 이어지기도 한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삶에 집중할 수 있고 삶을 즐길 수 있다.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며 방황에 빠진다.

 

방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해결책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며 누군가는 종교에 의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혼자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떠나는 내면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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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에서 유복한 바라문(브라만) 가정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존재이지만 스스로에게는 기쁨을 주지 못한 채 내면에 불만의 싹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는 부모의 사랑이나 자신의 그림자와 같은 죽마고우 고빈다와의 우애도 궁극적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느낀다.

 

싯다르타의 앞에 놓인 한 가지 목표는 갈증, 소망, 기쁨,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비우는 것이었다. 그는 자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친구 고빈다와 함께 출가한다.

 

 
“그것을, 그러니까 바로 자기 자신의 자아 속에 있는 근원적인 샘물을 찾아내어야만 하며, 바로 그것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탐색하는 것이요, 우회하는 길이며, 길을 잃고 방황하는 데 불과하다.”
 


자기를 초탈하는 사색을 통해 마음을 텅 비운 상태에서 평정함을 얻는 것, 이것이 그의 목표였다. 자신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는 숲에 들어가 사문들과 함께 지낸다. 그렇지만 고행이 끝나면 그는 늘 다시 자아로 돌아와 고통스러운 윤회의 업보를 느꼈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 속에서 싯다르타와 고빈다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세존 부처가 머물고 있는 기원정사다. 싯다르타는 얼굴과 발걸음, 조용히 내리깐 눈길, 얌전하게 아래로 내려뜨린 손, 손가락 하나하나에서 부처가 진리를 깨우친 완성된 존재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하지만 그는 가르침이 스승한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친구 고타마를 두고 다시 순례를 떠난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싯다르타가 나에게 그토록 낯설고 생판 모르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는 것, 그것은 한 가지 원인, 딱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부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싯다르타는 오직 자신의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깨달음에 이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는다. 그리고 현실에 실재하는 모든 것들이 더이상 무의미한 껍질에 불과하거나 우연한 현상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그는 본질적인 것이 가시적인 세계 너머에 있다고 생각해왔으나 실은 의의와 본질은 사물들 속에, 삼라만상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탈속의 공간을 넘어 세속의 공간, 마을로 들어간다. 도시에서 카말라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유희를 즐기기도, 상인 카마스와미의 사업에 참여하며 물질적 부유함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나 세속과 나태함은 점차 싯다르타의 영혼을 뚫고 들어와 영혼을 지치고 권태롭게 만들었고, 그는 끝없는 유희를 위하여 사는 것이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싯다르타는 속세에서 벗어나 다시 자연으로, 숲속으로 향한다. 그리고 예전에 강을 건너기 위해 갔었던 강가에서 뱃사공 바주데바와 다시 만난다. 평온한 표정을 한 그는 싯다르타에게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싯다르타는 바주데바를 따라 강을 통하여 참선을 하고, 마침내 정신과 자연, 사상과 육욕, 선과 악은 대립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단일하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수많은 단계를 거치며 스스로 자기 완성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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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는 헤르만 헤세가 거의 일 년 반 동안 창작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정신 치료를 받은 후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집필 과정에서 스스로의 체험 없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그는 1년 반의 자기 체험 기간을 거치기도 했다.

 

싯다르타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오랜 여정은 작가의 자기 실현 과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자 너머로 전해지는 싯다르타의 치열한 고뇌에서 자기 초월에 대한 헤세의 의지가 엿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의 중요할 뿐이야.”

 

 

모든 것이 선하고, 완전하다는 싯다르타의 깨달음은 곧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가 깨달은 진리들은 사실 아직 나이가 어린 독자에게는 매우 심오하고 아득하게 느껴져 어떤 것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진리는 직접 깨우쳐야 하는 것인데, 언제쯤 그가 깨달은 것들을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깨달음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자신의 몫이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싯다르타의 긴 여정은 저마다의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내면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것들을 찬찬히 돌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을 때, 잠시 멈춰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할 때 <싯다르타>는 각자의 인생에서 깨달음을 찾아 나서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오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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