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이스를 이렇게도 칠 수 있습니다 [음악]

글 입력 2021.0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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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좋은 버릇은 아니겠지만, 나는 음악을 백색 소음처럼 틀어 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아무 음악이나 무분별하게 듣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취향과 원칙, 그리고 상황에 따른 선택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음악 앱 안에는 상황별로 들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어 둔-여전히 만들고 있는 것에 가깝긴 하지만-재생 목록이 10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 재생 목록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앨범들을 간혹 발견한다. 듣고 있지 않으면 듣고 싶고, 음악을 들어야 할 때면 저절로 손이 가는 그런 앨범들 말이다. 그중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것은 바로 영국 록 밴드 ‘로열 블러드(Royal Blood)’의 정규 1집과 2집이다. 지금까지 발매한 정규 앨범이 단 두 장뿐이므로, 사실상 그들의 전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무 곡의 노래가 행여나 닳을까, 질릴까, 노심초사하며 아껴 들었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시원하게 귀를 때리는 드럼, 그리고 마치 확성기를 거쳐서 나오는 듯 카랑카랑하면서도 거칠지 않은 보컬의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물론 중독성 있는 리프와 멜로디도 한몫 했다. 보통 록은 여름에 들어야 제맛이라고들 하지만, 이들의 노래는 사계절 어느 때에 들어도 똑같이 좋았다. 내가 사계절을 3번 보내는 동안 내내 들으며 확인한 사실이므로 믿어도 좋다.

 

나는 이전까지 한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를 전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은 음악을 찾아내는 방법은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 검색창에 무작위로 단어를 적어 넣고 검색에 걸린 노래가 좋기를 바라며 듣는 것이었다(대단히 비생산적이었으나, 꽤 즐거웠다). 노래가 좋으면 좋은 대로 들었지만, 그것이 더 광범위한 관심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들의 노래를 한 곡 듣고 나자, 이 사람들이 만들었을 다른 노래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발견한 ‘로열 블러드’의 두 정규 앨범은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노래들이 지나치게 비슷하다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로열 블러드’의 음악은 그들의 색이 확실했다. 그러니 한 곡만 듣고 마음을 빼앗긴 내가, 그와 비슷한 노래로 채워진 두 장의 앨범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Figure It Out’과 ‘Loose Change’이다.

 

첫 번째 곡은 첫 마디부터 귀를 붙잡는 리프가 등장한다. 그 위로 힘 있는 드럼이 입혀지고, 똑같은 리프가 계속 반복된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노래가 끝나갈 무렵 시작되는 베이스 솔로이다. 거친 베이스가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 조마조마하게 시작해서, 끝을 향해 갈수록 빠르게 질주하는 것을 들으면 저절로 몸이 들썩거린다.

 

두 번째 곡은 사실 밴드로 활동하며 한 번 커버했던 곡이다. 우리 밴드에는 기타가 두 명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직접 연주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멤버들이 합주하는 동안 앞에 앉아서 열심히 머리를 흔들었다. 이 노래 역시 끝나기 전 시작되는 솔로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휘몰아치는 베이스와 드럼은 단조로운 앞부분과 상반되는 매력을 보여준다. 가장 마지막 부분에 제목처럼 몇 개의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또한 재밌는 부분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밴드의 구성은 보컬, 기타, 베이스, 그리고 드럼이다. 보컬이 기타를 하나 맡아서 한다고 해도 최소 3명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로열 블러드’의 구성 인원은 단둘, 베이시스트 겸 보컬 ‘마이크 커’와 드러머 ‘벤 대처’뿐이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노래 전체를 묵직하게 채우는 힘도 그렇고, 빈틈없는 사운드와 멜로디가 도저히 두 사람만으로 가능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나 베이스 소리가 그랬다. 내가 아는 베이스는 날카로운 기타 소리에 묻히기 쉬운, 대단한 리프가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악기였다.

 

하지만 ‘로열 블러드’의 베이스는 마치 기타를 연상케 했다. 아니, 그보다는 기타와 베이스를 합쳐 놓은 것 같았다. 겹겹이 발린 이펙트 사이로 둔중하고 넓은 베이스의 소리와 쨍한 기타의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이 소리가 한 대의 베이스에서 나오는 것도 모자라, 이걸 들고 노래까지 한다니. 나는 정말 ‘마이크 커’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드러머 ‘벤 대처’도 빼놓을 수 없다.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이자,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창시자인 ‘데이브 그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연주는 돌을 때리는 것처럼 파워풀하고 낮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베이스 리프 위로 꽂히는 드럼은 ‘로열 블러드’의 또 다른 매력이다.

 

 

So we said, ‘You know what? We don’t actually need anything else right now. This is way more interesting and more fun if we just do it together.’ So we decided that that is what we were going to do.

 

'있잖아, 사실 지금 더 필요한 게 없어. 그냥 우리 둘이 하는 게 더 흥미롭고 재밌을거야.' 그래서 저희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죠.

 

- DRUM! Magazine 2017년 9월호에서 발췌

 

 

둘은 객원 멤버로 여러 밴드를 전전하다 2013년에 같이 밴드를 시작했다. 곡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둘이 만들어 내는 사운드에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로열 블러드’가 탄생했다.

 

이들의 판단은 정확했다. ‘로열 블러드’는 2014년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데뷔했고, 그해 말 ‘BBC Sound of 2014’에 선정되었으며, 이후 발매된 정규 1집 앨범은 일주일간 6만 6천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2011년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의 데뷔 앨범 이후 가장 많이 팔린 록 데뷔 앨범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데뷔한 지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글래스턴베리, 리딩 앤 리즈, 록 워히터 등 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를 장식하는 밴드가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거칠고 강한 사운드의 록은 고사하고, 록이라는 장르 자체가 주류에서 사라졌다. 그사이 등장한 ‘로열 블러드’의 음악은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얼터너티브 록에 하드 록의 무게감을 섞은 듯한 그들의 음악은 신선하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앞선 두 정규 앨범이 지나치게 대단했으니, 새로운 싱글 앨범 ‘Trouble’s Coming’과 ‘Typhoon’을 들으며 ‘로열 블러드’가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충격을 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은 오는 4월에 발매될 예정이다. 3집이 발매되기 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들을 알리고 싶었다. 한 번쯤 들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이브 영상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 짓는다.

 

 

[이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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