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50년 전에 자축한 모차르트의 생일 [음악]

여전히 열일하는 모차르트의 신곡 <Allegro in D major> 발매!
글 입력 2021.01.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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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태어난 순간부터 유효하다. 생의 빛이 스러지고 나면, 이제는 몇의 사람들에게만 흔적이 남을 뿐이다. 머지않아 생일보다는 기일에 그에 대한 감정을 몰아세운 뒤 일상을 살아간다.


같은 시간을 살지 않으며, 말을 잃은 지 오래인 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세상이 들썩인다면, 지금도 그의 생이 영향력을 갖는 시대일 것이다.


지난 1월 27일에 모차르트는 265번째 생일을 맞았다.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생일 주간을 맞이해 신보를 내보였다. 모차르트 연구기관 모차르테움 (The Salzburg Mozarteum Foundation)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1773년, 17세에 작곡한 피아노곡이다.


신보 Allegro in D major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손을 빌려 노래되었다. 94초동안 경쾌한 리듬이 울려퍼졌다. 옥타브를 넘나드는 요란함이나 복잡한 음계 없이도 화려함을 표현하는 곡. 악보를 꽉 채운 음표들. 과연 초연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었다.

 

 

Deutsche Grammophon - DG.png
Youtube @Deutsche Grammophon - DG

 

 

토비아스 데 부흐(Tobias Debuch) 모차르테움 총 책임자는 악보가 담긴 서류가방을 받아 열어본 순간의 느낌을 손주들에게 나중에 꼭 들려주고 싶다고 언급 했을 정도로 두 페이지의 종이는 귀중하다.


음악학자 이성률은 왕립음악단 취업 실패에 좌절한 10대 작곡가가 쓴 작품이라며 모차르테움의 말을 전했다. 어린천재는 위협적이었으므로 위험하다고 여겨 벌어진 사건인데, 현 시대의 취업난에 괜시리 대입해보게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동질감을 살짝 끼워보며 모차르트가 낙담에서 벗어난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곡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모차르트는 신곡을 꾸준하게 발표하고 있다. 2009년 초 바이올린 연주곡, 같은 해 중순 피아노 협주곡 (Allegro molto in C major) 등 지난 60년간 10곡 가량 선보였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400곡 이상의 작업량과 오늘날처럼 기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시대상에 악보가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즉흥적 변주 연주를 즐겼던 모차르트였으므로 영영 발견되지 못할 곡까지 생각한다면 애간장이 녹는다. 여전히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에는 인류 역사에 기록할 수 있어 영광 그 자체인 아름다운 음악에 대한 경외감, 짧았던 모차르트 생이 앗아간 음악에 대한 아쉬움이 혼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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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Mozarteum Foundation

 

 

 

모차르트의 곡이 확실해?


 

대한민국에 클래식 붐이 일어 태교에까지도 모차르트를 찾을 때가 있었다. 네이쳐지에 기재된 논문에 따라 ‘모차르트 효과(ME: Mozart Effect)’가 발견된 직후였다.


모차르트 소나타를 포함한 클래식 음악이 학습능률을 올려준다는 것이 바로 모차르트 효과다. 모차르트는 수정한 흔적이 없는 악보로 유명한데에 반해, 매우 계산적으로 작곡했다는 이야기를 여기에 더하면 괜시리 이를 뒷받침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현대 의학은 이런 모차르트가 ADHD 혹은 양극성 장애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변인들은 그가 작곡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중제비를 돌거나, 방 안을 휘젓고 다니거나, 뚜렛증후군 장면을 보이는 경우까지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이 비일비재 했다고 묘사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당구대에서 공을 굴리며 작곡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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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 (1984)

 

 

그러나 모차르트의 처남에 따르면 작업시간 외에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으며, 즐겁게 음악을 대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한다. 빚을 낼 정도로 사교모임을 좋아했으며, 웃음이 많았던 것은 활동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이번에 공개된 94초의 곡을 포함한 그의 작품들에서 충분히 나타난다.

 

모차르트는 가볍고 신나는 데에 반해 굉장히 많은 노트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아노를 만든 이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피아노의 모든 구성요소를 빠지지 않고 고루 쓴다. 특히 페달을 잘 쓰지 않는다고 언급되기도 하는데, 일반 클래식의 악곡들처럼 길게 누르는 경우가 비교적 적을 뿐 적재적소에 울림음을 배치해야 모차르트 풍이 완성된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특히 모차르트의 곡들은 유년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녀본 이라면 지긋지긋한 하농을 완벽하게 끝낸 사람에게만 깔끔한 연주가 허락된다. 악보의 모든 음표가 제 역할을 해야하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모차르트 애호가들이 이 곡을 새롭게 접했다면 확신의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도 명확하다. 간결하게 표기한 제목(Allegro)과 타 악보들과 일치하는 모차르트의 손글씨라는 점, 노트 반복과 코드 진행이 확장되는 특징 등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모차르테움은 자신했다. 그리고 한 마디 남겼다. Welcome and enjoy!

 





클래식을 들었던 기억이 희미해졌을 때, 모차르트와 차이코프스키, 쇼팽이 구분되지 않는 지경까지 도래했을 때, 이 94초를 듣게 된다면 이제 같이 모차르트의 생일을 축하하게 될 것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 이 말인 즉슨 모차르트는 영원하다는 말이다. 그의 미완성 레퀴엠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완성본을 내보이는 것처럼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악보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악보가 어디 숨어서 가족을 꾸려 몸집을 불린다면 좋겠다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그가 원했던 것처럼 음악을 그대로 즐겨준 이들에 대한 선물이다. 오늘도 잠 못들 이들에게 주는 위로이다. 걱정이 많은 이들에게 덮어주는 담요같은 곡이다.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이도 힘든 시절을 밝게 견뎌냈다고. 이겨낼 방법이 있을 거라고.


오늘 클래식에 다시 발을 들이셨습니까? 같이 즐깁시다. 그리고 편히 이불을 덮고 잠에 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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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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