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아야지 [사람]

글 입력 2021.01.3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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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제공]

 

 

JTBC <싱어게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연 <쇼미더머니>지!' 라고 생각했던 내가, 최근 즐겨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굳이 찾아보는 것은 아니지만, 또 채널은 돌리지 않는 정도의 관심이랄까?

 

<싱어게인>은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낸 적은 있으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위 '무명 가수'들을 위한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실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다들 실력이 굉장하다. 그런 실력자들이 직접 경연곡을 선정하니, 노래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경연곡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10호 김준휘 가수가 선정했던 임재범의 <살아야지>였다.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춥고 아프고 위태로운 거지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

 

이번주에는 11호 이소정 가수가 뮤지컬 <서편제>의 OST <살다보면>을 선정하였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산다는 것


 

도대체 산다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리도 노래하는 것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매 순간을 고민해도 탁월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다. 오히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다양한 삶의 양상을 더듬거릴수록 산다는 것이 그리 허무하게 느껴질 수 없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순간 나에게 산다는 것은 한없이 덧없게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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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음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에게는 시작도 전에 끝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한없이 우아하게만 보였던 카페에서의 하루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대외활동을 통해 친구가 된 사람들과 활동 종료 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험은 순간의 즐거움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프게 가르쳐주었다.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 어떤 일이든 크게 동요하는 일이 사라졌다.

 

분명 나에게도 아침이 설렜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산다는 것이 이리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으로 전율을 느끼곤 했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깨지고 부딪혀도 그것을 결코 소모적인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애쓰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을 따지고 효율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태도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을 잃어간다는 것은 전혀 바라지 않았던 부작용이었다. 다채로운 색의 20살은 이제 무색무취의 30살을 향해 가고 있다.

 

덧없다. 참 덧없다. 삶을 스포 당한 기분이다. 여기서 더 무엇을 해야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소위 말하는 안정된 삶을 쟁취한 이들조차 행복하지 않다 말하기에 나는 더욱 혼란스럽다.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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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덧없는 삶을 포기하라는 이는 없다. 오히려 '살아야지'라고 노래한다.

 

가끔, 나에게도 가슴 뛰는 단어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 단어들은 지금 당장 내 손안에 잡을 수 없어서, 혹은 나도 모르는 새 간절히 바라고 있어서 파동을 일으킨다. 파동이 일어나면,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용기를 생각한다.

 

합리와 용기의 사이는 좋지 않은 편이다. 합리적인 선택은 용기 있는 결단을 밀어내고 이상적인 도전은 현실적인 눈을 멀게 한다. 합리에 물든 나는 차마 용기를 낼 수 없다. 용기를 동경하지만, 나는 현실 안에 살고 있다. 합리는 현실인 것일까? 그렇다면 용기는 과거인가? 미래는? 그럼 미래는 무엇일까? 현재가 미래가 된다면, 나의 미래 또한 합리이겠지. 합리도 용기도 아닌 제3의 단어일 가능성도 존재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소용돌이를 치던 내게, 그래도 살아야지 말하는 노랫말이 들려온다. 살다 보면 알게 될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또다시 화사한 풍경화가 될 수 있을까? 행복... 할 수 있을까?

 

결국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앉은 자리에서 노트북을 켠다. 커서가 내 눈앞에서 깜빡이면, 정제되지 않은 고민의 찌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래,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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