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기, 광고 재미있게 보신 적 있으세요? [문화 전반]

산토리 위스키, 아시아나항공, 트위터 광고에 대해 말합니다.
글 입력 2021.01.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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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표지.jpg

 

 

광고를 배운 적이 있다. 광고를 만드는 일은 크게 기획과 제작 업무로 나눈다. 기획과 제작은 각각 시장과 타겟을 분석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what to say와 그 메시지를 글과 이미지,영상을 통해 어떻게 표현할지 how to say 를 정하는 일로 구분하는 것이 쉽다. 나는 제작반에 속해서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 직무를 배웠다. 몇 개월 단기과정으로 배웠던 광고였지만 그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발전했다.

 

이미지 혹은 영상으로 시선을 끌어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 광고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머리를 싸맸을까. 광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살다가 시구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광고에서 본 멋진 한 줄 카피가 떠오를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살다가 생각나는 광고 모음’ 이 글에서 소개하는 광고의 기준이다. 한 편이면 될 줄 알고 소개하고 싶은 광고를 추려봤더니 생각보다 여러 개가 끌려 나왔다.

 

살다가 생각나는 광고. 가끔씩 광고에 나온 문장을 기억해 직접 찾아보고 곱씹어보게 된다거나 처음 봤을 때 우와 좋다고 생각했던, 그 감상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광고들. 영화는 주로 따뜻한 인생을 보여주는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백퍼센트 편파적으로 반영해 그런 내용의 광고를 골랐다.

 

 

 

산토리 위스키


 

일본의 광고 카피도 좋다는 강사님의 말에 찾아보다가 발견한 카피였다.

 

 

산토리 위스키.jpg

 

별의 수만큼 사람이 있고,

오늘 밤 당신과 마시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 히비키의 2006년 신문광고라고 한다. 이 광고를 깊게 다뤄보고 싶었으나 자료조사의 한계, 언어의 장벽으로 다양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짤막하게 언급하는 것으로나마 만족하고, 일단 산토리 위스키가 대체 무엇인지 짤막하게 말해보자면.

 

산토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위스키 중 하나이다. 탄산수나 토닉워터, 진저에일와 위스키, 얼음을 함께 넣어 희석해서 마시는 하이볼로도 유명하다. 위스키는 독주라는 인식이 퍼지며 섞어마시게 된 것이다. 1964년 도쿄올림을 기점으로 서민들도 위스키를 즐기기 시작하고, 2014년 방영된 NHK의 위스키 장인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히트를 치며 산토리 위스키도 승승장구하게 됐다고. (참고 브런치 1병에 3억 원, 일본 위스키의 성공 비결은)

 

이렇게 위스키가 대중화되는데, 산토리 위스키는 아주 사람들의 인생의 한 장면을 담담히 들어내는 광고를 만들며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풀어낸다. 공감하기 쉬운 스토리를 담기 때문에 사람들이 위스키를 어려운 술로 보지 않고, 하이볼로 만들어 마시든 쉽게 마실 수 있는 술로 보는 것 아닐까.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거친 탄산을 시원하게 들이켜는 맥주 광고와는 다르다. 위스키라 그런지 살짝 더 무겁고 진중하기도 하고. 앞서 소개한 카피 외에도 산토리 위스키 광고만 검색창에 쳐 봐도 좋은 문장들이 꽤 나온다.

 

 

09월-광고이야기-02.jpg

 

저 사람도, 한 잔 해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놀라지 않아.

‘좀 .. 그래’ 라고 생각하고 마셨는데, 좋은 사람이면 기쁘지.

세상엔 그런 일이 꽤 있는 것 같아.

누군가와 누군가와 위스키.

 

<산토리 위스키 창립 100주년 기념 1999년 신문광고 카피>

(출처 건축사, 정카피의 광고 이야기, 저 사람도, 한 잔 해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사람냄새가 풀풀 난다. 결혼할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딸과 그 딸과 미래 사위를 위해 산토리를 들고 나오는 아빠, 그 광고를 보고 있으면 인류애까지 차오른다. 우리나라의 박카스 광고도 떠오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산토리 위스키의 광고는 살짝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정도로 취했을 때의 그 정도의 톤이 얹혀 있는 듯하다.

 

 


주인공 ‘그 이상한 바를 발견한 것은 내 나이 쉰 살 되는 생일날이었다.’

바텐더 “어서 오십시오.”

주인공 “안녕하세요. 그리운 노래네요.”

바텐더 “네? 신곡인걸요.”

다른 손님 “낳았다, 태어났어! 사내아이요. 됐다..!”

주인 ‘아버지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다.’  ‘내가 태어난 해다.’

아버지 “어때요, 당신이 함께 마셔주세요. 반드시 중요한 놈이 될 거요, 우리 애는. 아니,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단지..”

주인공 “단지?”

아버지 “언젠가 둘이서 한 잔 하고 싶어요. 남자 대 남자로.”

바텐더 “제가 한 턱 내겠습니다. 이 놈도 올해 태어났죠.”

아버지 “아들에게 건배!”

주인공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와 나의, 산토리 올드.”

 

 

유튜브에서 겨우 찾은 한국어 자막이 있는 광고다. 자막을 자체적으로 제작했다는 유튜버는 이 영상의 제목을 '산토리 올드 50주년 타임슬립편(1999)' 이라고 써 놓았다. 자신이 태어난 날에 아버지와 산토리 위스키를 한 잔 하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사실 산부인과에 있어야 할 애 아빠가 왜 술집에 있느냐 따지고 싶긴 하지만 이 광고에선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자신이 태어난 날 기뻐하며 언젠간 술을 같이 하고 싶다는 아버지와 술잔을 맞대는 아들. 술을 소재로 이렇게 인생을 풀어나갈 수 있구나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시아나 항공 -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돌아왔듯이

우릴 떠난 여행도 그리고 일상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 함께 날 수 있기를.

아시아나 항공.

 

 

2020년 8월에 개시된 아시아나 항공의 광고다. 텔레비전이었나 유튜브였나 무료하게 방송을 기다리던 중에 맞닥뜨린 광고였다. 멍하니 끝나기를 기다리며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곧추 세우고 집중해서 보게 된 광고.

 

이 광고를 기획했던 차이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의 일상에서 주목한 것이 있다. 보통의 여름 휴가철처럼 여행지를 고르고 항공권을 예약했던 여행의 설렘, 당연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희망하는 모습. 이를 발전시켜 ‘언제나 우리는 여행을 떠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는 카피가 탄생했다고 한다. (참고 Digital insight, 김광식, 여행이 떠났다)

 

차이커뮤니케이션 김태형C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상을 보고 슬프기만 해서는 안되고 희망의 메시지, 따뜻함을 줄 수 있어야 했습니다. 영상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상실한 것에 대해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시청 후, 슬픈 감정에만 빠지지 않도록 완급 조절하는데 신중을 기했습니다.” (출처 Digital insight, 김광식, 여행이 떠났다)

 

나는 이 광고가 관점을 바꿨다는 게 좋았다.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상황이 아니라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는 전환이 새로웠다. 코로나 상황에 대해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도 좋고, 광고의 마지막엔 사람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좋았다. ‘그 때, 함께 날 수 있기를.’ 이라는 마지막 카피가 아주 심금을 울린다. 날다라는 단어에 애착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난다는 표현이 자유롭게 느껴지는 정도도 이번엔 달랐다.

 

아시아나 항공이고 비행기 띄워야 하는 회사니까 난다는 표현 적절하고 최고 맞는데, 코로나라는 상황,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무엇에 구속되지 않고 난다는 그 자유가 복합적으로 나를 쳤다. 부담스럽지도 느끼하지도 않은 적정한 톤의 위로와 응원이 된 광고였기에 가져왔다.

 

 

 

트위터 - 나 지금 커피 마셔


 

시작은 정보의 바다에서 찾아낸 트위터 캡쳐이미지였다.

 

 

트위터.jpg

 

 

SNS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봤을 수도 있는 이 짤. 몇 년 전 본 이 문장은 SNS를 할 때 종종 생각나곤 했다. 불특정다수에게 “야, 나 지금 커피 마시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는 플랫폼은 SNS가 맞다. 2013년의 트윗은 현재까지 2만 6천의 리트윗 기록을 세우고 있다. 롱런하는 이 트윗을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공감하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다들 이런 생각으로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는 거지?

 

살다가 생각나는 광고를 소개하자는 이 글의 취지에 가장 먼저 떠올린 문장이었으나, 열심히 찾아봐도 광고는 나오지 않았다. TWITTER ADS, TWITTER COMMERCIAL, TWITTER COFFEE 라고 검색어를 바꿔가며 찾아봐도 트위터 광고 시스템에 대한 정보, 스타벅스 커피 트위터 계정 정보만 뜬다. 이 글을 올렸던 트위터리안을 찾아보니 원문 첨부가 있었다. 교육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가 만든 영상이었다.

 

 

영상 설명.jpg


 

이 영상에 대한 설명이다. ‘트위터 서비스를 설명하는 비디오이며, 짧은 메시지를 사용해 사람들이 소통하게 하는 트위터의 능력을 중점으로 다뤘다.’ 영상에 대한 스크립트가 있어 가져왔다. 운 좋게도 한국어 설명이 있었다.

 

 

(저 사이트에 들어가면 한국어 자막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

 

뭐하고 있어? 친구와 가족들에게 던지는 첫번째 질문이다. 비록 잔디를 깎는 것이든 저녁을 준비하는 것이라도 우리에겐 흥미롭다. 서로의 삶에 한 부분이 되고 가깝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불행히도, 일상 생활의 대부분은 친한 사람들로부터 숨겨져 있다. 물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는데 이메일이나 블로그 및 전화 등이 있다. 하지만 커피 마시는 것에 대해 친구에게 이메일을 하진 않을 것이다. 친구들이 그걸 알 필요는 없다. 당신의 삶에 아주 사소한 것들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제 삶은 블로그 포스트와 이메일 사이에서 벌어진다. 이제 그걸 공유할 방법이 있다. 트위터로 당신의 삶을 짧고 간결한 업데이트로 공유할 수 있고 웹을 통해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팔로우 할 수 있다. 여기 그 방법이 있다.

 

칼라를 만나보자. 그녀는 전화기에 중독되어 매일 블로그를 읽고 전세계에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트위터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회의적이다. 그녀의 친구들이 끈임 없이 트위터 얘기를 해 그녀도 시도해본다. 무료로 등록을 하고 약간 짧지만 블로그처럼 생긴 트위터 페이지를 본다. 각 페이지는 사적이고 친구들로부터 업데이트를 받는다 그녀는 twitter에서 친구를 찾아본다. 다음, 트위터 페이지에 친구들의 업데이트를 보기 위해 "팔로우"를 클릭했다. 곧 그녀가 팔로우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다른 면을 보기 시작했다. 시애틀에 있는 스티븐이 야구팬이었고 런던에 줄리아는 신간 투자서를 읽고 있다는 것을 전엔 몰랐다. 작은 메시지들이 전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친구와 가족 그리고 동료들의 사진으로 도배를 한다 이건 실제 세상이다.

 

곧, 그녀는 트위터의 팬이 되었고 매일 업데이트를 포스트 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업데이트를 팔로우 했고 밴 헬렌에 대한 그녀의 최근 열정을 알게 됐다. 블로그 포스트와 이메일 사이에서 친구들은 칼라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칼라에게, 트위터는 단순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었다. 업데이트는 보통 140자 내외로 짧다. 브라우저에 소프트웨어나 휴대폰 또는 인스턴트 메시지 등에 트위터 웹사이트를 이용해 업데이트를 포스트하고 친구를 팔로우 한다. 회원에게 "뭐해?"라고 물음으로써 트위터는 140자 내의 트윗 하나로 칼라가 소중해하는 사람들을 한 층 더 가깝게 해줬다. twitter에서 당신의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 찾아보라.

 

 

안타깝게도 내가 꽂혀 찾고자 했던 문장은 광고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거나 스토리를 올릴 때마다 간혹 생각나는 이 문장은 나에게 이미 SNS의 광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물며 회자되는 짤meme로서 많은 이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광고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다뤄봤다. 그 원문 트위터 자체가 트위터의 광고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층에게 트위터의 모토와 서비스의 기능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으니 광고는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저 짤을 아는 이들에게는 트위터 광고가 되었다.

 

*

 

총 세 가지를 다뤘다. 그 브랜드가 마주한 문제상황은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로서 해결하고 싶었는지 심층적으로 다루진 않았지만, 광고를 콘텐츠로 소비해보고 싶었다. 사회 혹은 소비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음악, 영상, 글. 견고하게 완성된 좋은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각종 브랜드가 펼치는 캠페인, 프로모션 영상, 그를 정리한 케이스보드. 또 다른 멋진 카피, 언급한 박카스 광고, 말하고 싶었던 일본의 달리기 광고, 매번 획기적인 이케아 광고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잊지 못할 시구가 생각나 가끔 뒤적여 찾아보는 것처럼, 멋진 카피를 만나 그 광고를 찾아볼 수도 있다. 광고를 예술로서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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