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발끝과 손끝에서 시작된 욕망의 분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글 입력 2021.0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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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로 티켓값을 다한다.



이토록 강렬한 프롤로그가 있을까. 탭 소리, 박수 소리, 배우들이 직접 무대 위 리듬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듬은 하나의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전율을 선사한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 전통 민족예술인 플라멩코를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플라멩코는 노래와 박수가 주요 연주 수단으로 그들이 내는 박자의 시작은 몸에서부터 나온다. 본 뮤지컬의 프롤로그 역시 박수와 탭으로 시작한다. 이제 앞으로 등장할 그녀들의 노래와 춤은 그녀들의 몸 깊숙이 박힌 욕망임을 비유하듯 말이다.


3년 전, 초연 전석 매진, 강렬한 화제성을 가졌던 베르나르다 알바는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존의 3면 극장에서 프로시니엄 극장으로 옮겨옴에 따라 초연과는 다른 동선, 다른 연출, 다른 무대까지. 바뀌지 않은 것은 음악이었다.

 

강렬한 플라멩코 음악을 기반으로 새롭지만, 여전히 강렬한 <베르나르다 알바>가 돌아왔다.

 

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플라멩코를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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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콜에서 참여한 배우들은 '플라멩코'를 준비하느라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낯설 수 있는 스페인 전통 리듬을 익힌다는 것부터, 무대 위 10명의 배우가 함께 하나의 리듬을 맞추는 것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열정적인 연습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무대 위로 올라온 플라멩코는 관객을 압도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장면마다 각자의 욕망과 격동하는 감정을 표현한다.

 

심장 박동을 울리는 탭 소리와 박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더욱 각 캐릭터의 욕망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직접 내는 몸의 소리이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또한 플라멩코는 흔히 정열적인 예술로 정의된다. 이 때문에 욕망을 거세당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 역설적으로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되었다. 꽉꽉 눌러 담으면 어쩔 수 없이 넘치는 것처럼, 절제하고, 감출수록 그녀들의 넘치는 욕망은 더 강렬하게 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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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르나르다 알바>를 현재에 보아야 하는가



원작 희곡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1936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리고 한국 초연은 2018년이다. 그리고 올해 돌아온 이 작품, 우리는 이 과거의 이야기를 왜 현재에 보아야 할까.


본 작품의 가장 큰 키워드는 '약자에 대한 폭력과 억압의 대물림'이다. 두 번째 남편의  베르나르다 알바는 다섯 명의 딸을 가진 엄마로, 두 번째 남편의 장례식 이후 8년 상을 치르게 되며 극이 시작된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자신의 보호로 집안의 평온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보호는 다섯 딸에게는 억압 그 자체이다. 그리고 딸들 역시 그러한 억압을 자신의 아래로, 동생에게 대물림한다.

 

그렇다면 베르나르다 알바의 보호이자, 억압의 시작은 어디일까. 베르나르다 알바가 사는 시대는 여성들에게 억압이 당연한 시대였다. 추문이 돌면 그 피해는 오롯이 여성들의 몫이 된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번째 남편이 의붓딸과 하녀를 탐할 때도 베르나르다는 눈 감았다. 반면, 추문에 휩싸인 동네 여자가 거리를 지날 때, 돌을 던진다.

 

이러한 시대에 등장하는 대사 한 줄은 예전보다 지금이 여성으로서 낫다는 대사다. 그러니까 베르나르다의 시대도 과거에 비하면 나아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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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다 알바에 등장하는 폭력과 억압은 꽤 오래된 역사다. 그 역사는 약자들을 향해 있고 그 안에 여성들은 속해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과거의 시대보다 훨씬 나은 현실인가. 그렇다면 왜 이 작품은 현대의 무대 위에 올라온 걸까. 과거보다 나은 현실이지만, 지금도 약자에 대한 폭력과 억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뉴스를 통해 폭력과 억압의 사례를 마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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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18명의 배우들



프로듀서이자 배우로서 참여한 정영주 배우는 제3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베르나르다 알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녀의 수상소감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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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10명 모으는 거, 어렵지 않았어요. 여배우 10명이 나오는 공연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18명 모든 캐스트가 여성인 본 뮤지컬은 이점으로 가장 화제가 되었다. 이렇게 많은 여성 배우가 무대 위에 오른다는 점이 왜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아무래도 2018년 초연 전까지만 해도, 전부가 여성 캐스트인 공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프레스콜 현장에서도 정영주 배우는 옥석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좋은 여성 배우들이 많이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배역과 극의 한계로 재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한 배우들에게 <베르나르다 알바>는 일종의 가능성 자체다. 여성 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의 수가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극들의 등장이 더 많은 배우에게 더 많은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석매진 자체로 보여주었다.


3년 전처럼 강렬하게 돌아온 <베르나르다 알바>가 코로나로 얼어붙은 극장에 정열적인 숨을 불어넣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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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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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난 이 평화와 고요를 즐기고 싶어. 오늘도 무사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내 보호 안에서는 모두가 편하게 숨 쉴 수 있지”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마을베르나르다 알바는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가 죽게되고 난 후 늙은 어머니와 다선명의 딸들과 지내고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안토니오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가족들에게 극도의 절제된 삶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마을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교류조차 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감시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는 연하의 약혼자 페페와의 결혼을 서두르려 하고 페페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되는 자매들 간 미묘한 긴장감이 그들 사이에 생겨난다.


겉보기에는 평온하게 보이는 그러나 억압과 숨막힘이 존재하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안에서 베르나르다 알바와 가족들은 각자의 감정들에 의해 사로 시기하고 갈등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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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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