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

세상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처참할지라도.
글 입력 2021.01.2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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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리, 연출 중심 리뷰입니다.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바이러스가 퍼져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 온다고 해보자. 만약에 한 소녀가 그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그 소녀를 희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인류의 생존이 최우선이니, 대부분 그렇다고 할 것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이러한 비슷한 맥락에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한 주인공과 백신을 가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얼핏 이 선택에 대해 듣기만 한다면, 그를 책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플레이’ 한다면, 마지막 부분에서 그의 선택에 대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캐릭터에 애착을 주게 하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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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는 포자가 퍼져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 TPS 류 게임이다.

 

‘조엘’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며, 조엘은 어느 날 소녀 ‘엘리’를 ‘파이어 플라이’라는 저항군 단체에 전달해달라는 거래를 받고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여정 도중에 엘리가 백신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길을 같이 떠났던 동료 ‘테스’가 죽게 된다. 조엘은 어쩔 수 없이 엘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 둘의 여정은 알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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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의 이야기는 조엘이 엘리를 만나면서 시작되고, 이 둘은 서로의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 시켜 나가며 진행된다. 하지만 이 둘이 관계를 발전 시켜 나가는 바탕이 되는 현실 세계는 그리 순조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 게임의 세계관에선 좀비와 유사한 감염체들이 돌아다니며 사람을 물어뜯고 감염시키고, 생존자 무리가 사람을 사냥해서 죽이거나 인육을 먹는 등의 잔혹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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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플레이어에게 자원은 한정될 정도로 깔려 있으며, 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공격 도구를 만들 것인지, 또는 의료용 키트를 만들 것인지 등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총알은 매우 적게 주어지기 때문에, 잠입해서 자원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적들을 처리해야 할지, 또는 총알을 사용해 공격할 지 계산하게 된다.


이러한 공포적인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과 능력치를 가지고 생존을 하며 플레이어에겐 이 게임은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게임은 엘리가 조엘과 함께 움직이게 하면서 플레이어 혼자서 그 압박을 견뎌내게 하지 않는다.


엘리는 조엘(플레이어)가 위험에 처할 경우 조엘에게 구급상자를 주거나 벽돌을 던지고 같이 공격함으로써 전투를 도와주며, 평화로울 때는 장난을 치거나 말을 걸어주는 등 줄곧 플레이어의 곁에 있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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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반해 엘리와 고립되어 혼자 있게 되는 상황이 처할 땐 더욱 두려운 연출이 가미되며 쓸쓸한 음악이 흐른다. 엘리와 같이 있을 때도 힘들었던 상황을 혼자 이겨내야 하니 플레이어 입장에선 더욱더 외롭게 다가오게 된다.

 

다시 엘리와 만나게 되면 컷 신이 나타나면서 사건이 종료하게 되는데, 그러기에 플레이어는 안도감이 들고 압박감이 풀어지며 ‘엘리’ 라는 존재가 더욱 소중히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라스트 오브 어스> 속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에게 상황을 해결해가는 데서 오는 오락성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게 하며 게임 속 세계관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계절에 따라 발전되는 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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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는 여름-가을-겨울-봄 순으로 4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의 챕터가 흐를 때마다 조엘과 엘리의 관계에 전환점이 생긴다.

 

‘여름’ 챕터에서는 둘의 관계의 시작, ‘가을’ 챕터에서는 갈등과 그로 인한 관계의 성장, ‘겨울’ 챕터에서는 서로를 구해주는 사건이 벌어지며, 마지막 ‘봄’ 챕터에서는 둘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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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개의 챕터 중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겨울’ 챕터일 것이다. 3번째 챕터인 ‘겨울’ 챕터에선 평소에 조작하던 조엘이 아닌, 엘리를 조종하게 되며, 엘리는 조엘을 살리기 위해 음식과 물자를 찾아다니다 납치를 당하게 된다.

 

그 이후 조엘이 깨어나면서 플레이어는 조엘과 엘리를 번갈아 가며 서로의 상황을 플레이하게 된다. 엘리와 같은 경우 조엘보다 한정된 무기와 적은 체력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 난이도를 간접적으로 높이게 된다. 그동안 모았던 무기나 도구들을 플레이어로부터 빼앗고, 새로운 플레이를 모색하게 하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사이드킥 역할을 하는 것만 같았던 엘리를 플레이함으로, 엘리 또한 게임의 주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엘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엘리의 조엘을 위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으며, 조엘의 시점으로 엘리를 찾아다니는 플레이를 하므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로에게 어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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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했듯이 게임의 마지막 챕터 ‘봄’ 에서는 ‘다수의 생명을 위해 소수의 생명을 희생할 수 있는가?’이라는 공리주의적인 질문이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면, 모두가 할 만한 ‘당연히 다수가 중요하지’라는 보편적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소수의 생명’이 다름이 아닌, ‘엘리’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장장 12시간 동안 게임을 하는 내내 조엘에 이입해 엘리와의 인연을 쌓았고, 단순한 게임 동반자 그 이상인 지켜야 하는 소중한 캐릭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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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스토리적 흐름에서 조엘은 결국에 엘리를 구해내고,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조엘의 이런 선택에 동의하며 엘리를 지켜낸 것에 대해 안도한다.

 

엘리와 함께 적들과 싸우며 힘든 상황을 같이 이겨내며 플레이어는 본인의 이야기와 본인과 엘리의 관계를 스스로 구축해냈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겐 이 ‘관계’란 도구와 같이 거래될 수 없는 것으로 와 닿을 것이다.

 

 

 

The Last of Us, 제목과 결말의 의미



<라스트 오브 어스> 제목의 뜻은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The Last of US으로 폐허가 된 미국의 마지막 생존자들인 엘리와 조엘을 가리키는 뜻일 수도 있으며, The Last of Us로 인간 (us)의 마지막 생존자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목은 최종적으로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엘리와 조엘의 여정을 통해 형성해나간 관계를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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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조엘은 딸이 준 시계를 만지작거리면서 엘리에게 ‘살아갈 의미를 계속 찾아가라’라고 충고한다. 그만큼 조엘은 아직 딸을 생각하며 생존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DLC <레프트 비하인드>에서 엘리 또한 함께 이기 위해 끝까지 살아보려 노력하자는 친구와의 약속으로 생존해 나간 것이었다. 그러기에 엘리는 조엘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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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둘은 사람 간의 관계에 의존하여 생존해 왔던 것이었고, 서로 간의 관계를 쌓아가며 살 만한 ‘또 다른 의미’를 찾은 것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결국 플레이어에게 우리는 모두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러기에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 세상이 비록 이리 비극적이고 처참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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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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