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리 전쟁의 서막을 연 '추리 게임: 크라임씬2' [예능]

누군가 추리 예능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크라임씬2>를 보게 하라
글 입력 2021.01.2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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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추리와 게임을 좋아했다.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려 단서를 찾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실마리가 풀릴 때마다 사건 아래 감춰진 비밀에 다가서는 쾌감은 강렬했다. 이는 게임과 같았다. 잘 짜인 스토리와 완벽해 보이는 트릭을 볼 때면 가슴이 뛰었다. 탐정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판단력, 이를 논리적으로 엮어내어 완성한 추리는 게임에서 이긴 승자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책,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추리와 관련된 내용이라면 가리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추리·범죄물이 취향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봤던 것을 다시 봐도 좋았다. 추리 과정과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도 다시 보면 무심코 넘어갔던 단서가 보이기도 하고 이미 누가 범인인지 알기에 범인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추리 예능을 좋아해서 자주 정주행한다.


이번에 티빙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로 차원이 다른 추리를 보여주겠다는 < 미스터리 어드벤처: 여고추리반 > 소식을 들었다. < 대탈출 >, < 더 지니어스 > 제작진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출연진을 보고 있으니 추리 덕심이 차오르면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 주 금요일이 오기 전까지 이전에 봤던 추리 예능 < 추리게임: 크라임씬2 >를 다시금 정주행하기로 했다.


누군가 추리 예능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고개를 들어 < 크라임씬2 >를 보라고 할 정도로 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추리물이지만 예능적 요소가 섞여 있어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의 케미가 압도적이라 몇 번을 봐도 좋다. 추리 예능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혹은 추리 예능을 많이 봤던 사람이라도 금방 빠져들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 여고추리반 >을 기다리면서 추리 예능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던 < 크라임씬2 >를 소개하고자 한다.

 

 

 

추리게임: 크라임씬2


 

추리게임 크라임씬2.jpg

 

 

“국내외 실제 범죄 사건을 재구성, 출연자들이 의문의 사건 현장 속 용의자로 지목된다. 진범을 찾기 위해 치열한 추리 공방전을 펼치는 본격 롤플레잉 추리 프로그램”

 

 

2015년 방송되었던 ‘롤플레잉 추리게임’ < 크라임씬2 >는 총 12부작이다. 크라임(crime: 범죄, 범행, 죄악) 씬(scene: 현장, 장면), 말 그대로 범죄 현장을 재현하여 그 속에서 단서를 찾아 투표를 통해 범인을 검거,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플레이 방식


 

플레이어들은 용의자, 범인 그리고 탐정의 역할을 맡아 함께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추리해나간다. 설정상 용의자들은 진실만을 말하지만, 범인은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와 살해 동기, 정황 등을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탐정은 플레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나 사전 정보 없이 시청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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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임씬2 > 1화 밀회갤러리 살인사건

(사진=jtbc 크라임씬2 홈페이지)

 

 

사건 현장은 총 3번 볼 수 있다. 1차 현장 조사에서는 플레이어 두 명이 짝을 이루어 제한 시간 동안 현장을 살펴본다. 이때 찾은 단서는 폴라로이드로 찍는다. 이를 토대로 취조실에 모여 자신이 찾은 단서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데 앞에 나와서 한 명씩 브리핑하는 형식이다. 그 순서는 탐정이 정하며, 첫 조사로 가장 의심이 가는 용의자에게 1표를 던진다.


2차 현장 조사는 플레이어 모두 현장에 투입되어 단서를 찾으며 자신이 아는 정보도 공유한다. 용의자는 증거가 발견되기 전까지 먼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최대한 많은 증거를 찾아야 한다. 또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목격자가 등장하는데 플레이어의 질문에 정해진 답만 내놓는 NPC이다. 그 특성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NPC의 말을 믿고 속단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마지막 3차는 단독으로 현장 조사를 하게 되는데 3분 제한 시간이 있다. 플레이어들은 주로 단서를 찾기보다 자신의 추리를 복기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가끔 결정적인 단서를 찾기도 하지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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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임씬2 > 11화 크라임씬 PD 살인사건

(사진=jtbc 크라임씬2 홈페이지)

 

 

플레이어들은 최종 범인 투표에서 각자 생각하는 범인에게 표를 던진다. 탐정은 다른 플레이어와 다르게 중간 투표와 최종 투표로 총 2표를 행사한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감옥에 갇히며 결과를 기다린다.


이때 범인을 맞춘다면 1표당 1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일반 플레이어는 100만 원, 탐정은 최대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범인이 아닐 경우 갇힌 사람을 지목한 플레이어의 상금은 숨어 있던 범인이 차지한다. 상금은 누적되며 최종 에피소드 종결 시 누적 금액 1위부터 3위까지 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과정 요약]

 

사체발견 → 탐정과 용의자들 대면 → 1차 현장 조사(2명이 팀을 이룸) → 취조실에서 1차에서 찾은 증거를 바탕으로 각자 브리핑, 탐정의 1표 행사[중간 투표] → 2차 현장 조사(중간에 필요하다면 취조실에서 1:1면담 진행), 중간 점검으로 마지막 투표를 하기 전 토론 진행 → 3차 현장 조사(단독으로 3분 동안 진행) → [최종 투표] → 투표 결과 바탕으로 범인 검거

 

 

 

플레이어 설명


 

고정 플레이어는 박지윤, 장진, 장동민, 홍진호, 하니(EXID)이다. 이들의 조합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신선했다. 0회차 프롤로그에서 나온 각 플레이어의 추리 스펙과 관련된 키워드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박지윤.jpg

박지윤

 

 

박지윤의 키워드는 “흔한 ALL 100, CSI, 추리 여왕”이다. 전 과목 100점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좋았는데 그 이유를 ‘추리물을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추리 덕분에 암기력, 사고력이 풍부해졌다고 한다. 더불어 태교로 CSI를 챙겨봤다고 하니 추리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자칭타칭 ‘추리 여왕’이라는 타이틀은 크라임씬2를 보고 있으면 박지윤만큼 잘 어울리는 이가 없다.

 

플레이어들의 말과 단서를 조합하여 논리정연하게 범인을 찾아내는 모습은 과연 추리 여왕답다. 또한, 추리 예능에 맞게 프로그램의 재미를 생각하여 캐릭터 비틀기를 선호한다. 캐릭터 선택 시 자신의 나이나 이미지와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를 고르는 것이다. 연기력이 받쳐주니 어색함은 없지만 고르는 역할마다 엄청난 스포일러를 가지고 있으니 나중에는 조금 웃프다.

 

그가 시작한 캐릭터 비틀기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적용되었는데, 다들 뛰어난 연기와 재치로 커버해서 나중에는 하나의 예능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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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장진의 키워드는 “1000개의 캐릭터, 형사 절친, 최연소”이다. 실제 사건 현장을 누비는 형사와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장진은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대표작으로는 < 웰컴 투 동막골 >, < 박수칠 때 떠나라 >, < 킬러들의 수다 >가 있다. 그의 작품 수를 따져보면 1000개 정도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크라임씬2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캐스팅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2명의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장진 감독이었다. 의외의 캐스팅이었기에 의아했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크라임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그의 삼각형 추리는 거의 매회 반복해서 나오는데 들을 때마다 대단하다 싶다. 본인을 캐릭터화 하는데 능숙하며 다른 출연진 못지않게 연기력이 뛰어나다.

 

특히 말도 안 되는 젊은 역할을 맡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장난이 아니다. 탐정일 때를 제외하면 매회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며 좋은 활약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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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

 

 

장동민의 키워드는 “1000승, 연애 추리, 도끼”이다. 대학 시절 마피아 게임을 1000승 할 정도로 많이 했던 만큼 심리 추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연애 추리도 비슷한 맥락이다. 도끼는 한 번 찍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한 성격을 보여준다.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장동민의 추리 능력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자신감을 보였던 심리전은 롤플레잉 설정에 과도한 몰입으로 인해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지만, 관찰력이 뛰어나 단서 수집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능력보다도 촉이 정말 대단했는데, 증거도 정황도 부족한 상황에서 촉으로 범인을 걸러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버럭 화를 내는 이미지와 험상궂은 얼굴 때문에 자주 범인으로 몰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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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호

 

 

홍진호의 키워드는 “S대 명예교수, 경찰청 사람들”이다. 당시 S대에서 매년 강의하고 있어 키워드로 선정되었다. 경찰청 사람들은 자세한 설명이 없어 생략한다.

 

전직 프로게이머답게 게임에 능숙하며 두뇌를 쓰는 일에 특출난 모습을 보인다. 증거나 정황을 직접 발견하기보다 적은 양의 단서로 사건을 파악하며 범인을 검거한다.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한 추리가 인상적이지만 약간의 개인플레이가 있어 시청자 입장에서 추리 과정을 추리하게 만든다. 다른 플레이어와 다르게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홍진호 그 자체의 캐릭터가 강해서 제작진이 만든 설정값이나 다른 이들이 놀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2인자라거나 2인자라거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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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EXID)

 

 

하니(EXID)의 키워드는 “두 달 만에 토익 900점, IQ 145, 메모 중독”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두 달 공부해서 토익 900점을 받았다고 한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 메모 중독이라는 키워드가 붙었다. 초등학교 때 IQ가 145였다고 한다.

 

첫 고정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예능 선배들 사이에서 잘 해냈다. 특유의 발랄함과 털털함이 보는 내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앞선 박지윤의 캐릭터 비틀기로 수많은 분장을 하며 다양한 연기를 펼쳤는데 대부분 잘 소화해냈다. 열정적인 자세로 중요한 단서도 찾고 기록도 꼼꼼히 하며 차근차근 추리를 쌓아간다.

 

***

 

이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좋아하는 < 추리게임: 크라임씬2 >에 대한 설명을 마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크라임씬이 보여주는 추리 예능의 매력에 빠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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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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