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유를 향한 그들의 비상 - 델마와 루이스 [영화]

글 입력 2021.01.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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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 Thelma & Louise

 

개봉 1993. 11. 27.  (미국 1991. 05. 24.)

재개봉 2017. 03. 08.

 

출연 수잔 서랜든(루이스 소여 역), 지나 데이비스(델마 디킨슨 역), 브래드 피트(제이디 역), 하비 케이틀(슬로컴브 형사 역), 마이클 매드슨(지미 역), 크리스토퍼 맥도널드(대릴 역), 티모시 카하트(할렌 역)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24분


보수적인 남편을 둔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이스'(수잔 서랜든).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함께 휴가를 떠난 두 친구는 휴게소에서 그녀들을 강간하려는 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고, 즐거웠던 여정은 순식간에 끝을 알 수 없는 도주가 되어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뒤로 한 채 사막을 달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그녀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멕시코로 향하는 길목에서 매력적인 카우보이 '제이드'(브래드 피트)가 나타나게 되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델마'를 지켜보며 '루이스'는 조금씩 불안감이 커진다. 한편, 강력범으로 수배가 된 그녀들은 좁혀오는 수사망과 함께 점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는데...

 

"델마,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하늘을 나는 델마와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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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은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멋있는 엔딩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그 부분을 얘기해보려 한다.

 

영화는 하늘을 나는 듯 공중에 붕 떠 있는 델마와 루이스를 스틸 샷으로 잡으며 끝이 난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이 아닌 자유를 잃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이미 깨달은 자는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들의 여행이 절대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아를 되찾은 델마와 루이스는 자유를 빼앗기는 것보다 두려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최고의 엔딩은 제작사에 의해 아래 네 가지 버전으로 수정될 뻔했다는 얘기가 있다.

 

 

엔딩 후보 1

이유가 어떻든 살인을 했고 강도를 한 인물들이기에 그들을 잡으러 온 경찰에게 잡혀 죗값을 치른다.

 

엔딩 후보 2

본인들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한다.

 

엔딩 후보 3

델마와 남편이 화해한다.

 

엔딩 후보 4

절벽에서 떨어지기 직전 루이스가 델마를 차에서 밀어낸다.

 

 

이 후보 중에 뭐가 선정되었든 만약 그랬다면 델마와 루이스는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가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세 번째 후보는 듣고 어이없어서 웃었다. 다행히 지금의 우리와 생각이 같았던 수잔 서랜든(루이스 역)이 '우리가 경찰에게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기 전까지 촬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하여 이렇게나 멋진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수잔 서랜든은 감독이 지나 데이비스(델마 역)에게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요구하였을 때 '그런 장면은 우리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대신 얘기를 해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지나 데이비스를 아끼는 등 영화 속 루이스와 같은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자아를 찾는 그들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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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여행을 가기 전 기념사진을 찍은 델마와 루이스(위), 

2016년에 다시 만나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아래)

 

 

늘 챙겨주던 루이스와 챙김을 받던 델마의 역할이 가면 갈수록 뒤바뀌는 부분이 괜히 뿌듯했다. 내심 보면서 답답하기도 했던 델마가 잃어버렸던 본인을 찾아가며 초반의 루이스와 같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끄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잠깐 언급했다시피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델마가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뒤쫓는 급박한 상황에서 또다시 사람을 믿고 게다가 사랑에 빠지기까지 하는 것을 보며 옆에서 보는 루이스가 속에 천불이 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결론적으로는 환상(이자 환장)의 콤비인 둘이 뭉쳤기에 나름대로 잘 해결했기에 망정이지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델마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델마는 그저 남편의 그림자 속에 완전히 가려진 삶을 살았다. 그러니 델마의 눈에는 바깥세상이 얼마나 반짝이고 재밌어 보였을까. 그래서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도 만나보고, 술도 실컷 마셔보고, 담배 피우는 시늉도 해보고 그동안 못했던 걸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기회를 조롱한 자들의 최후


 

루이스는 델마를 강간하려던 남성, 본인들을 몇 번씩이나 희롱한 남성 운전자에게 그들이 눈곱만큼이라도 반성할 기회를 주었다. 그저 이유 없이 무작정 분노에 휩싸여 총을 쏘지 않았다는 말이다. 루이스는 그 남성들의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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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저렇게 우는 건 재미있어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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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신 어머니나 동생, 부인에게 그러면 기분이 어떻겠어?"

 

 

그러나 두 남성 모두 델마와 루이스를 인간이 아닌 여성으로만 바라보았기에 그들이 기꺼이 내어준 이 기회조차 조롱하며 무시해버린다. 델마와 루이스는 본인들의 행위에 희열을 느끼는 즉 범죄를 위한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아니기에 만약 그들이 그때 그 순간만이라도 반성의 기미를 보였다면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30년 전의 현실을 꼬집었던 영화가 아직도 수많은 공감을 얻는 이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루이스가 델마를 강간하려던 남자를 죽이고 난 뒤 경찰서에 가자는 델마에게 '이미 수많은 사람이 너와 저 인간이 춤추는 것을 본데다 물증도 없는데 우리의 말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 것 같냐'고 하는 부분이 정말 안타까웠다.

 

고작 춤 좀 같이 추고 잠깐 어울려 놀았다는 이유로 강간이라는 범죄가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에 정말 화가 났다. 그렇기에 그 남자를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루이스 본인이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비슷한 일을 겪었던 루이스이기에 더욱 화가 났던 게 가장 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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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델마와 루이스는 본인들을 가두고 있던 그림자에서 벗어나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세상에서 가장 밝은 곳으로 시원하게 날아오른다.

 

"우리 잡히지 말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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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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