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셜 미디어는 어떻게 인간성을 위협하는가: 소셜 딜레마 [영화]

사고방식과 행동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알고리즘의 위험성
글 입력 2021.01.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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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빼놓고 우리의 삶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먹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며, 단지 새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사진이 잘 나오는 예쁜 카페와 여행지를 찾아간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과 친분을 쌓고 싶을 때도 가장 편리한 방법은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다.


넷플릭스의 '소셜 딜레마'는 소셜 미디어의 해악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 다양한 소셜 플랫폼에 오랜 기간 종사했던 IT기업 전문가들은 기술이 어떻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는지 경고한다. 예를 들어 잠깐 뜨고 마는 하트와 좋아요 같은 알림들은 우리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장악하고 쉽게 우울과 소외를 느끼게 한다. 그 알림들은 오래가지 않고 쉽게 사라지는 공허한 것임에도 말이다.


SNS를 사용하다 보면 우리의 눈을 잡아끄는 것은 지인들의 일상보다도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광고성 게시물일 때가 많다.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도중에 나타나는 특정한 브랜드의 신발이나 옷 광고를 보고 있으면 알고리즘이 나보다 더 내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사용자가 어떤 게시물을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는지 모두 감시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내가 어떤 이미지를 얼마나 오래 봤는지까지 알고리즘은 모두 기록한다.

 

 

”당신의 행동을 바꾸고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바꾸는 거에요. 아주 점진적인 변화에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죠. 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인 거에요. 그리고 인터넷 회사들은 그 시장에서 수조 달러를 벌어들여 인류의 역사상 가장 부유한 회사들이 된 겁니다.”


- 컴퓨터 과학자 제이런 레니어(Jaron Lanier)

 


알고리즘 기술을 사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소셜 미디어 회사들은 오로지 사용자들의 관심을 놓고 경쟁한다. 기업들은 '진짜' 고객인 광고주들로부터 막대한 광고료를 받으며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소셜 미디어에 쓰도록 한다. 우리의 관심이 곧 광고주가 구매하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SNS는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사용자 개인의 행동과 인식을 조종하고 변화시키기 쉬운 장소다. 즉, 가장 확실한 성공이 보장된 광고 공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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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집중하는 것은 사용자의 행동을 보다 성공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그렇게 탄생한 기술은 사용자들의 뇌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고, 아주 은밀하게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한다. SNS에서 보내는 각종 알림이 우연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휴대폰을 보고 있지 않다가도 친한 친구가 오랜만에 게시물을 올렸다는 알림이 뜨면 SNS에 접속하고, 스크롤을 내리며 끊임없는 광고에 노출된다.


이러한 알고리즘 기술은 인간이 본래 지니는 능력을 위태롭게 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세대 전체가 연약해졌다는 통계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SNS가 보내는 말초적인 보상을 쫓다 보면 사람들의 평판에 과도하게 고민하고 신경 쓰게 된다. 일상에서 무언가를 할 때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 역시 더욱 적어진다.

 

또 알고리즘에 의해 가짜뉴스나 허위정보가 필터링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것도 문제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기업에게 이익이 된다면 거짓 정보라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전달된다. 실제로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퍼진다.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고 전파되는 편향된, 혹은 거짓된 정보들에 길들여지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며 그 결과 자아와 신념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정보의 원천이 페이스북과 소셜 미디어인 나라의 민주주의는 6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필리핀 탐사보도매체 '래플러(Rappler)'의 CEO가 하는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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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작업한 알고리즘이 사회의 분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어서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사용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분극화는 사람들을 잡아두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 전 유튜브 엔지니어 기욤 샬로(Guillaume Chaslot)

 

 

소셜 딜레마는 다큐멘터리 장르이지만 SNS에 중독된 자녀를 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며 부분적으로 드라마 구성을 취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10대 청소년 벤은 정치 선전용 영상을 보다가 얼떨결에 폭력 시위에 참가하고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알고리즘이 이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사람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시사 채널을 구독하고, 알고리즘은 이를 파악해 비슷한 영상만을 반복해서 추천한다. 각자 진실이라고 믿는 정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정치적 편향성이 강화되면 자신과 다른 입장의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곧 사회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다.

 

*

 

SNS와 각종 소셜 플랫폼들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삶을 잠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심각성에 공감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심리는 한없이 취약하고 불완전해서 기술에 의해 조종당하기 쉽다. 하지만 과도한 사용을 절제하고,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고자 노력한다면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매일같이 각종 SNS를 들여다보면서도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마음만 먹으면 잘 조절해서 쓸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술 그 자체가 실제로 위험하다는 게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는 기술의 능력과 사회의 어두운 면이 실질적인 위협이다"라고 말하는 구글의 전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의 말은 이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기술을 쓰고 말고의 문제는 선택할 수 있지만 이미 회복 능력을 상실한 사회를 되돌리기란 어렵다. 서로 간의 불신, 외로움, 소외와 같은 감정과 분극화, 포퓰리즘은 사회를 이미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그 영향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된다.


IT회사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가 인간성에 반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몰고 가고 있진 않은지 살피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전문가의 말처럼 기업의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규정과 질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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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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