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쩌다 마주친 그 개 [예능]

글 입력 2021.01.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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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 주가 되는 방송이 굳이 필요할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2018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반려동물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이 61%로 1위였다. 바로 다음 질문은 방송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반려동물 교감치유 프로그램의 여부 물음에 ‘필요하다’라는 답변으로 87.3%를 차지했다. 필자도 고양이를 키우는 한 반려인으로서도 동의한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과 소통하는 법, 교감과 특성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약 천만 명의 애견인으로 북적거리는 나라이다.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토끼 등 전반적인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고 있다 보니,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동시에 논란도 많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방치하거나 이후 거처가 묘연해지는 등으로 여전히 방송을 위한 하나의 소품으로 보는 사례도 있었고 현장에서 관리를 잘 못하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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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그 개>는 다른 프로그램과는 다소 달랐다. SBS ‘동물농장’의 1,000회 특집으로 만들어진 특별편으로 지난 14일에 4부작으로 종방되었다. 반려동물이 지닌 외적인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이후, 그늘진 곳에서 방치된 이면을 보여준다.

 

상처가 있는 유기견들을 반려견으로 거듭나게 도와주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와 ‘그들을 버리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매 회차에 깊게 녹여낸다. 그래서 방송은 버림받은 생명을 구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사회, 재활교육을 거치며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을 보내는 모든 과정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강아지들이 나온다. 그중 필자는 온몸이 화상으로 뒤덮인 강아지(구름이), 눈앞에서 어미의 죽음을 본 강아지(파티)를 보며 울었다. 이 아이들은 모두 각각의 인간에게 심한 학대를 당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을 극도로 경계할 뿐 아니라 외부 모든 요인에 예민하다. 다시 말해 상처가 깊다. 특히나 구름이는 뜨거운 물도 무서워하기 때문에 목욕도 쉽지 않고 오랜 길 생활로 인해 처음에는 집 바깥(외부)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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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들이 모난 인간에 의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까. 가엾은 생명에서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니다. 모든 것은 당연히 불완전하고 결핍된 인간(범죄자) 때문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반려동물’로 서의 장단점을 나누고 가치를 평가한다.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오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외모적 가치가 다른 불편함과 귀찮음을 이겨내지 못하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그럼 그냥 버려지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생명이 아닌 돈을 주고 쉽게 구매한 물건일 뿐이다. 물론 처음에는 가족으로서 데려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버려지고 세상을 잃으며 떠돌이 생활을 한다. 또 다른 인간이 발견하고 화풀이 대상으로 해코지한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인간들은 그 순간 이들의 미래까지 버린다는 사실을 가늠하지 못한다. 이를 충분히 가늠했으면 당연히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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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출연한 강아지들이 다 입양을 마친 것은 아니다. 4차례의 절차(입양 신청서 제출- 전화 질의·응답- 가정방문- 대면 질의·응답)를 거쳐 가장 적합한 입양자가 나타나면 그때 보낸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아직 입양을 가지 못한 강아지들은 동물자유연대 보호소에서 지내며 꾸준히 시도 중이라고 한다. 방송은 막을 내려도 그들의 과정은 계속된다. 어쩌면 당연한 입양절차가 아닐까 하면서도 감사했다.
 
두 가지 생각은 교차했다. ‘얼마나 학대를 당하는 사건이 많으면 이런 프로그램이 기획되었을까’하는 수치스러움도 든다. 더하여 웬만큼의 학대로는 이렇게 방송이라는 프레임 내부에서 치유할 (일종의)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듯 하다. 모든 게 윤리와 상식이 모자란 인간 때문에 발생하는 아이러니이다. 분명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물에게 상처를 내고 있고 이것을 발견하고 치료해주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밤새 노력한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면서 말이다.
 
입양절차부터 변화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지금에야말로 아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말이다. 애완동물을 화폐로 사고파는 펫샵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들이 쉽게 버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가벼운 마음과 생각에는 책임감이 따라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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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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