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이브스 아웃 - 주목할 만한 새로운 후더닛 무비 [영화]

후더닛 장르의 단점을 설파하다
글 입력 2021.01.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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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저택과 그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가족들을 둘러싼 추리 게임의 막을 화려하게 올리면서 <나이브스 아웃>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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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은 근래 나온 후더닛 무비 중 가장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더닛 무비란, '누가 범인인가?'라는 뜻의 'who done it'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으로, 그 말 그대로 누가 범인인지 찾아 나가는 추리 장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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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연출로 좋은 평을 받지 못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

 

 

최근 들어 후더닛 무비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미 아서 코난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와 같은 명작들에서 여러 트릭과 추리 과정이 나왔고, 이미 후더닛 장르는 소재가 포화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개봉한 후더닛 무비는 대부분 소설을 영화화한 경우였다)



또한 스릴러 장르가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소재로 쓰이면서 늘어지게 단서를 쫓으며 범인을 찾는 후더닛 장르는 그 화려함에 상대적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 단점을 연출로 극복하지 못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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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각본상은 <기생충>이 가져갔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그런 후더닛 무비의 단점들을 설파했고,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를 만큼 뜨거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럼 <나이브스 아웃>은 어떻게 그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다


 

<나이브스 아웃>의 출연진 목록을 보면,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부터 마이클 섀넌까지. 모든 출연진이 개개인 별로 다른 영화의 주연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대배우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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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후더닛 무비를 만들 때의 주요 공식이기도 하다.

 

용의 선상에 오른 캐릭터의 배우는 누구 하나 더 잘 나선 안 된다. 화제성 있는 배우의 출연이 관객들에게 플롯 외의 단서를 제공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보통 탐정만 유명한 배우로 캐스팅되며 용의자들은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로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모든 출연진을 유명 배우들로 캐스팅해, 오히려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누가 범인인지 정해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려한 캐스팅을 통해 관객들은 각 용의자에 관심을 두며, 그들의 명연기를 보는 즐거움 또한 누릴 수 있다는 것의 <나이브스 아웃>의 장점이다.

 

 

 

반전에 반전을 도입하는 신선한 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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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플롯과 살인 트릭이다.

 

<나이브스 아웃>은 아가사 크리스티를 연상시키는 여러 장치들을 가지며 익숙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기존 추리 장르의 클리셰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영화 초중반부터 범인을 공개한 것이다.

 

보통 탐정의 시선을 따라가는 기존 후더닛 무비와는 달리 <나이브스 아웃>은 탐정이 추리를 끝내기도 전에 범인인 '마르타'의 시선으로 어떻게 사건이 이루어졌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뒤로 얽힌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또 다른 반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클리셰를 파괴하는 데서의 플롯의 반전, 또한 플롯 내에서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나이브스 아웃>은 신선한 구성을 택해 후더닛 무비의 지루할 수도 있다는 단점을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다


 

<나이브스 아웃>은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인 느낌이 있다.

 

배경에 깔리는 현악기 음과 고풍스러운 저택은 아가사 크리스티와 같은 20세기의 느낌을 주지만, 배경은 현대이며 인물들은 모두 차를 타고 아이폰을 쓴다. 하지만 단지 그런 현대적인 물건을 도입할 뿐만이 아닌, 현재 미국의 이민자 문제 또한 비판하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 영화가 코미디 부분에 노미네이트 된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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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비 가족들은 우루과이 출신인 간병인 마르타를 마치 가족과 같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본인들의 유산이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득달같이 마르타에게 달려들어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다.

 

'우리 이민자들은 제 할 일을 다하지'라는 뮤지컬 해밀턴의 대사를 인용하던 월트 트롬비는 마르타에게 어머니가 불법 이민자라는 것을 빌미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모두가 가족이며 다 같은 미국인이라는 포장을 그럴듯하게 씌우지만, 결국 본인의 이익 앞에서는 이민자들을 배척해버리는 미국의 민낯을 (특히나 트럼프 정부가 배경인 현시대에서) <나이브스 아웃>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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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내 규칙, 내 커피!

 

 

그런 점에서 <나이브스 아웃>은 단순한 추리극을 넘어서, 여러 현 미국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고 있는 정교함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인종차별의 비판을 담은 공포 영화 <겟 아웃>과도 같이 말이다.



*

 

이렇듯 후더닛 무비의 단점을 극복해낸 <나이브스 아웃> 제작진은 연이어 속편을 제작해 '브누아 블랑' 탐정 시리즈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여기서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본 영화는 마르타의 시선으로 진행이 된 영화이기에 브누아 블랑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후더닛 장르의 장점 상, 새로운 범죄만 있다면 아직 보여지지 않은 만큼 브누아 블랑의 매력을 알아갈 기회는 많다. 현재로서는 <나이브스 아웃>으로 인해 후더닛 무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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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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