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개개인을 표현하는 향에 대하여 [문화 전반]

Scent is actually wearable.
글 입력 2021.01.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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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고 난 뒤로 자극에 다소 민감해진 편이다. 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의 여러 감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내면에 자리 잡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추억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대부분의 순간들을 훗날 추억으로 반추될 여지가 큰 따뜻한 잔상으로 채우고 싶기 때문에 그럴수록 스스로에 집중하고는 한다. 일상적 삶을 보내는 동안 나는 과연 어떠한 상태에서 기분이 좋은지 스스로에 대해 보다 명확히 파악한다면 오롯한 행복에 대한 감수성이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행복을 직조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향’이다. ‘향’은 약속이 있는 날마다 내 기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외출하기 전에는 그날의 정서를 반영하거나 타인에게 남기고 싶은 인상에 따라 향수를 고르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향과 상대방의 향이 어우러지고 나서의 잔향을 만끽하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향수를 뿌리는 행위란 단순히 메이크업의 마무리 단계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


향수는 알코올 등에 여러가지 향로를 녹여 만든 액체 형태의 화장품으로 ‘연기를 통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per fumum’이 어원이다. 약 5,000년 전의 고대 사람들은 종교적 의식을 위해 제사를 지낼 때 몸을 깨끗이 한 후 향기가 있는 나뭇가지를 태우거나 향나무 잎으로 즙을 몸에 발랐다. 신과 인간의 원활한 교감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된 것이다.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이라 할 수 있다. 발향의 발상지는 열대성 향료 식물들을 다량 보유한 인도이다. 이후 이집트 문명권을 거친 뒤 그리스와 로마 등에 퍼져나가며 향수는 귀족계급의 필수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향수 원액의 농도에 따라 퍼퓸, 오드퍼퓸, 오드트왈렛, 오드콜로뉴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향류, 증류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향수를 뿌렸을 때 공기 중으로 휘발되는 성질을 지닌 알코올을 따라 향료가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게 원리이다. 그러므로 향료의 종류 및 알코올의 함량과 비율에 따라 지속력 또한 달라진다.


시중에 나와있는 일률적인 향기가 싫다면 나만의 향수를 직접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향수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에탄올 10ml를 공병에 넣은 뒤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 즉 3가지 종류의 정유를 추가적으로 넣고 골고루 섞이게끔 잘 흔들면 된다.

 

이때 자신이 선호하는 지속력에 따라 퍼퓸이라면 50~80방울을, 오드퍼퓸이라면 30~50방울, 오드트왈렛이라면 20~30방울 정도를 넣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병의 나머지 부분을 정제수로 채워주면 완성이다. 요즘에는 향수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으므로 기회가 된다면 체험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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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M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한 날의 기록


 

판매되어지는 향수들은 두통, 알레르기, 천식 등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 표기되지 않은 기타 화학 물질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공적으로 합성된 사향은 내분비 교란은 물론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오염 물질로 장시간 사용할 시 우리 몸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매우 위험하다.


시중에서 완전히 마음 놓을 수 있는 향수를 만나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선, 향수는 전 성분을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정 재료나 원료가 천연 재료일 때 ‘천연화장품’이라 일컫는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므로 유해 물질에 대한 탁월한 지식이 없는 한 최소한의 안전성만이 보장된 셈이다. 직접 향수를 제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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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향수 한 방울이 마음에 진하게 남고는 한다. 나처럼 향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형언하기 어려운 하루일지라도 일련의 향들이 집약되어 기억의 조각들을 이룰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실내에만 있기 무료하다면 한번쯤 ‘향’에 대해 숙고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별한 날이면 주변 친구들은 나에게 상큼한 과일향이 나는 바디용품이나 향수를 선물해준다. 대개 시트러스향인데 쉽게 바뀌지 않는 취향임을 대부분이 아는 까닭이다. 이처럼 나에게 과일향이 스스로를 정의해주는 하나의 고유명사이듯, 과연 본인을 설명하는 향은 무엇이며 어떠한 향기가 나는 삶을 살고 싶은지 되짚어봐도 좋을 것 같다.

 

 

 

신민경.jpg

 

 

[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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