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뭐든지 "적당히" 해야 재밌다. [예능]

글 입력 2021.01.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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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그 프로그램이 그 프로그램 같고, 나오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최근 1~2년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때문인지, 시청자가 보기엔 그저 프로그램 이름만 다를 뿐, 플롯은 거의 유사하고, 심지어 출연하는 패널들도 다 똑같아 보인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트로트 오디션인 '미스트롯'과 그것의 시즌 2 성격인 '미스터트롯'의 등장으로 트로트 열풍은 시작되었다. 처음에 미스트롯이 방영되었을 땐 신선함 그 자체였다. 아이돌 음악, 힙합 음악에 가려져 대중음악에선 다소 멀리 떨어져 있던 '트로트'를 내세워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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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신선함도 잠시, 모든 방송사가 트로트로 물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 부모님도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젖어드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트로트에 열광했지만, 이젠 학을 떼며 볼 게 하나도 없다고 TV를 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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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로운 플롯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그 소재를 본떠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주구장창 찍어내는 건 비단 이번 트로트 방송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셰프'와 '쿡방' 열풍이, 조금 더 이전엔 '육아' 예능과 '여행' 예능이, 더 이전엔 '오디션' 열풍이 끊이질 않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소한 것보단 '익숙한' 것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최초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때 공장처럼 비슷한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나왔다 하더라도, 오디션의 처음, 육아와 여행의 처음, 쿡방의 처음이 있기 전 무수한 실패들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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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성공을 거머쥔 방송 콘텐츠의 소재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소 '중박'은 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에서 안전한 길을 택하는 많은 방송 제작자들로 인해 시청자들은 처음엔 신선한 재미를 느끼다가도 쉽게 질리게 되고, 결국 TV 방송을 외면하게 된다.

 

문제는, 외면한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소재는 유지하면서 더 '자극적인' 방송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극적인' 요소의 중심엔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누가 더 멋진 무대를 꾸미는가, 누가 더 재밌는 여행을 떠나는가,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가...의 경쟁은 시청자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는 결말에 기대하게 하고, 심지어 시청자에게 '투표'등과 같은 참여를 유도하며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경쟁은 적절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며 현실의 삶에 찌들어있던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쟁 요소마저도 이제는 모든 방송사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금방 피로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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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방송사들은 새로운 소재를 향한 갈망과 노력보다는 더 자극적인 요소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한으로 다다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방송사들의 뒤틀린 노력은 '악마의 편집'으로 아무 잘못 없는 출연진들에게 화살을 던지며 희생을 강요하고, 더 놀라운 반전과 자극적인 결말을 위해 '조작'까지 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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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오직 화제와 시청률에 눈이 멀어 논란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을 경쟁에 참여시키기까지 한다.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데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주체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어린아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출연진을 오직 자극적인 방송을 위해 노출시키는 것은 방송계를 더 병들게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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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린아이들을 어른들 입맛에 맞추어 경쟁을 부추기고, 순수함을 지워버린 채 경쟁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기형적인 현상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서와 사고방식이 완전하게 구축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사회에서 '지나친 경쟁'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은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방송계는 경쟁에서 '어린아이'를 내세워서 관심을 끌고, 반전을 꾀하고, 가혹한 경험을 제공하고, 어린아이들은 자아를 알아가며 자신을 사랑하기도 전에 어른들의 시선에 맞추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더 보여주기 위해 경쟁한다.

 

이러한 모습은 전혀 신선하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으며, 그저 보기 미안하기만 하다. 아이의 의도가, 어른들의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

 

성공한 플롯을 따라서 다른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소재에 새로운 것을 더하여 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고, 더 발전할 수도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오마주 하는 것은 그 정도에서 멈추고, 또 다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제작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질려서 외면하는 일도, 그리고 그러한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자극적이고 불건전한 방식을 택할 일도 없어질 것이다.

 

즉,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한다. 성공한 콘텐츠의 오마주도 적당한 수준일 때, 자극적인 요소도 적당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정도로 쓰일 때, 그리고 적당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것은 늘 어렵다. 그러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때로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자들의 본래 순수한 의도와 그러한 콘텐츠들의 가치를 염두에 둔다면, 혁신적인 콘텐츠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한 명의 시청자로서, 그리고 언젠가 미래의 제작자가 될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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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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