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로나 시대에 시인의 언어를 빌려 - 지구에서 스테이

어둠의 시기에 빛을 보기 위하여
글 입력 2021.01.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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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이전에는 잠수함에 토끼를 함께 데리고 탔다고 한다. 산소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땅치 않아 산소에 인간보다 예민한 토끼의 반응을 보고 산소의 농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의 작가 콘스탄트 게오르규는 시인을 이 ‘잠수함 속의 토끼’에 비유했다. 세상 속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먼저 예민하게 감지하고, 시를 통해서 인간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바로 시인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즉, 시인이 괴로워하는 사회란 바로 병든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병들어 있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잠수함 속의 토끼들이 힘을 모아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가 2020년의 끝과 2021년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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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단어 없이 2020년의 삶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원래도 삶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기는 했으나 코로나가 등장한 이후, 그 ‘예측 불가능함’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것이 되었다. 팬데믹은 사회 문제부터 개인의 사소한 일상까지 모든 것을 인간의 손에서 앗아가 통제 불가능,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코로나가 종식이 된 후의 삶은 어떨까. 아니, 코로나가 종식이 되기는 할까. 아니, 당장 내일은 확진자가 줄어들까? 예측 불가능함 속에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 시간을 잘 견뎌내고 살아남는 것뿐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인간의 고통에 대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인들의 언어와 함께 라면 조금 더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으로 쫓아버릴까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바람소리가 울릴 때

낮고 무겁게 울리는 천둥이 이름 없는 곳에서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피비린내를 동반한 보이지 않는 호흡

죽음을 옮기는 보이지 않는 썩은 냄새

두려움은 낮고 무겁게 울리는 천둥이라

우리의 입과 코를 가리지만

눈 속 깊은 곳은 가리지 못한다


무엇으로 없앨까

무엇으로 저 보이지 않은 것을 없앨까

외로운 섬은 어둠 속에서 의미 없이 포류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피할 수 있지만

도처에 널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피하지 못한다

하나 하나 밀폐된 공간들마다 소문이 흘러나오고

도시를 봉쇄한 사람들은 물도 끊고 먹을 것도 끊어버렸다.

쓰러진 사람은 그에게 말한다

폐가 강제로 텅 비어버렸다고

 

천이즈 / 2020, 보이지 않는 것 中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일상 곳곳에 두려움이 녹아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이가 확진자일지도 모른다는 것. 혹은 나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감염되어 온라인상에서 뭇매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두려움이 모든 사람의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든다.

 

얼마 전, 국내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역대 최다로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죽음에는 경중이 없으며, 모든 죽음은 안타깝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망은 망자에게도 남겨진 이들에게도 커다란 상흔으로 남는다. 제대로 된 인사의 시간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방역 매뉴얼을 따라야 하는 죽음.

 

천이즈 작가는 Dylan Thomas의 을 인용하며 말한다. 죽음이란 밤으로 순순히 걸어 들어가지 말라고. 해당 시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인용된 적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시이다.


나는 학창 시절 전공수업에서 이 시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작가가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다가온 죽음의 손길에 순응하지 말고 끝까지 이겨내라고 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두려움은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온다. 다른 것들은 잃게 되더라도 우리의 안위만은 끝까지 지킬 수 있길. 모두가 무사하길 바라본다.

 

 

어느 날 갑자기 외출이 금지돼서 날마다 비슷비슷하고 편한 옷을 입었다. 내가 어떤 간편 조리식을 진짜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Zoom으로 온라인 회식을 하면서 이전과 다른 친구하고 마음이 통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렇게도 하기 싫었던 하체 운동을 했다. 사서 쌓아두었던 문학책을 읽었다. 왠지 꽃집 앞에서 꽃다발을 사고 싶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설렜다. 이것들은 다 멈췄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다. 스테이가 우리들에게 가져다준 무엇이다. 포스트 코로나가 된 후에 다시 ‘달리라’는 말을 들어도, 우리는 ‘멈춰 섰을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토 세이코 / 지구에서 스테이하는 우리들은 中

 


이토 세이코 작가는 ‘스테이’의 경험에서 새로이 얻게 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외출 및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해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한다. 매일 같이 수많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던 우리에게 단절감이란 익숙하지 않은 감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타인과의 단절은 나와의 연결이라는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나와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의 나는 외로움을 타인을 통해 해소하려 했다.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모임을 가지고, 술자리를 함께하고, 끊임없이 연락하고, 뭐 이런 것들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밖으로 돌수록 나의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근본적인 외로움은 오히려 방치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서 ‘스테이’하게 되었을 때, 홀로 남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외로움이란 감정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찾아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완전히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위치 상으로는 제자리인 것 같아 보이지만, 러닝 머신 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듯이 언젠가 달리게 될 우리를 위해 체력을 단련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라는 재난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과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을 유지하며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다시 달리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는 빛이 되었으니

언어와 함께 있으며

역병 따위 무섭지도 않고

맨발로 걷고

나는 어디에 가든 

당신 안에 있다

 

야마자키 가요코 / 사랑 노래 中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지 약 1년, 세계보건기구에서 팬데믹을 선언한지 약 11개월이 지났다. 코로나는 인간 세계의 구조 하나하나를 모두 바꾸어 놓았다. 절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말을 덧붙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이 여태까지 지구에 지어온 잘못들을 되돌려 받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앞으로도 계속 ‘지구에서 스테이’하고 싶다면, 이전의 세계를 성찰하며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어둠의 시기 속에서 빛을 꿈꾸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빛이 되어 역병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며 이 시기를 모두가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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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스테이

- 세계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

 

 

지은이

김혜순 외

 

옮긴이

김태성, 요시카와 나기


출판사 : &(앤드)


분야

시/에세이


규격

120*210㎜


쪽 수 : 164쪽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1209-27-3 (03810)

 

 

 

이지현.jpg

 

 

[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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