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라마 '미생' 속 인상 깊었던 연출 [드라마]

탁월했던 연출 장면을 모아봤습니다
글 입력 2021.01.04 00: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언제나 새해가 시작할 때마다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15년, 모든 직장인을 웃고 울렸던 드라마 <미생>. 훌륭한 대사와 공감가는 인물들 외에도 <미생> 속 여러 미장셴은 드라마를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오늘은 내가 뽑은 <미생> 속 탁월했던 연출을 한번 모아보았다.

 

 

 

1. 장그래의 시간 흐름  (본 영상 3:00~1:11)


 

 

 

장그래의 과거를 보여주는 깔끔한 연출이다.

 

대국 타이머 버튼을 누르면서 장그래의 아이 시절- 소년 시절- 그리고 청년 시절 장그래로의 세월 흐름이 나타난다. 그만큼 바둑에 오랜 시절 동안 매진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청년 시절 장그래의 손이 패배를 선언하면서 장그래의 바둑기사로서의 행보가 절대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image.png

 

image (1).png

 

 

또한 아이 시절,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이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 제각기 반대쪽에 앉아있음을 보여줌으로 장그래가 상대했던 것은 타 선수가 아닌, 바로 본인 자신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2. 장그래의 짐을 덜어주는 장백기 (본 영상 1:25~1:40)


 

 


<미생> 연출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이다.

 

장그래의 과거를 알게 되고, 처음에는 평소와 같이 타박하는 척하지만 챙겨주는 장백기. 종일 장그래는 두 개의 짐을 들고 다녔지만, 이제 장그래를 이해하게 된 장백기가 장그래의 짐을 하나 들게 된다.

 

 

짐1.JPG

 

 

장그래는 조금 더 앞에, 장백기는 더 뒤에서 걷고 있는 장면에선 두 사람을 겹쳐 촬영함으로써 장그래가 두 짐을 들고 다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보여준다.

 

 

짐2.JPG

 

 

하지만 점점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향하면서, 그리고 장백기가 짐을 들던 손을 바꾸면서 이젠 그 짐을 장백기가 덜어주는 연출이 보인다.

 

이젠 장그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를 이해함으로써 동료로 같이 걸어가고자 하는 장백기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세밀한 연출이다.

 

 

 

3. 옆에 있었지만 이젠 없는 오차장 (본 영상 6:38~)


 

 


개인적으로 '회상 장면' 이 많으면 조잡해 보인다고 생각하지만, <미생>의 경우는 회상 장면을 적절히 잘 배치해서 잘 사용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회상 장면은 바로 장그래가 옥상에서 그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장그래가 정면을 바라보다가, 오 차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거기에 반응하듯이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리고 바로 입사 날 회상 장면으로 교차 편집이 이루어진다.

 

 

image.png

 

 

흘러나오는 오 차장 말에 반응하듯이, 장그래는 고개를 돌리고, 마치 입사 날 때의 오 차장이 옆에 있는 듯한 연출이 보인다.

 

 

image (1).png

 

 

그리고,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다시 원래 장면으로 넘어오면서 장그래가 홀로 남겨져 있는 모습으로 오버레이 된다. 그렇게 오 차장의 빈자리, 또한 입사 날 - 퇴사 하루 전날, 해가 떠 있는 오후 - 해가 져 있는 밤이라는 극명한 대비 효과 또한 보여주고 있다.

 

혼자 남겨져 있는 장그래의 모습이 더욱 처량해 보이는 장면이다.

 

 

image (2).png


image (3).png

 

 

 

4. 오차장- 장그래, 과거와 현재 (본 영상 5:47~)


 

 

 

또한 회상 장면을 영리하게 사용한 연출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장그래가 차를 운전하면서 이전의 장그래와 오 차장이 처음 만났을 때의 회상 장면이 교차 편집된 장면이다.


이제 회사를 떠나 같이 일하게 된 두 인물. 장그래는 오 차장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는지 오 차장이 본인한테 한 말을 그대로 물어본다.

 

 

image (4).png

"차장님은 저한테 뭘 팔 수 있어요?"

 

 

그렇게 오 차장은 생각에 잠기는 듯 보이고, 바로 장그래를 처음 만났을 때의 회상 장면으로 넘어간다.

 

 

image (5).png


image (6).png

"노력이요."

 

 

이전에 참 연약했고, 여렸고, 가진 것이 '노력'이라며 절실하게 호소했던 장그래를 보여주며 <미생> 속 장그래의 성장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하며 소극적으로 앉아있던 장그래의 과거 모습과 지금은 운전석에서 운전하며 주체적으로 일을 해가는 현재 모습 또한 극명하게 대비된다.


두 인물이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 그리고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을 교차시키면서 결국 <미생>은 장그래의 이야기임에 동시에 오 차장과 장그래 두 관계의 이야기임을 연출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라는 맨 마지막 대사와 상통하게 말이다.



image (7).png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또한 차가 달려가면서 사막에 남겨진 무수히 많은 바퀴 자국들, 그리고 본인들만의 새로운 '길 자국' 을 만들어가며 나아가는 모습이 맨 마지막 대사와 함께 잘 어우러지고 있다.

 

 

[백승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