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둠 속에서도 손을 놓지 않고 - 지구에서 스테이

글 입력 2021.01.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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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둠 속에서도 손을 놓지 않고


 

어느덧 코로나가 창궐한 지도 약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 우리의 일상은 많은 것들이 변했다.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재며 손 소독을 하는 것은 기본, 뉴스로 일일 확진자 수를 살펴보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파악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외출과 만남을 자제해야 하는 만큼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왔던 기회와 경험도 많이 잃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 그리고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계에 직면해있고, 여러 시험이나 면접이 취소되어 힘들어하는 취업 준비생들까지.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탄생할 정도로 사람들은 우울과 좌절감을 느꼈다. 현대문명의 눈부신 발전이라 자찬하던 것이 부끄러워질 만큼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가던 사회는 갑작스러운 ‘정지’ 상태에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당황한 채 가만히 멈춰 서있다.


암울한 와중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찾는다.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 바이러스를 막을 수도, 치료할 수도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것. 문화·예술이 그 주체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힘을 전하려는 그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패션쇼와 뮤지컬, 콘서트 등 각종 공연, 그리고 비대면 전시 등. 직접 만나고 볼 수 없어도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에너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여기, 문학계에서 발표한 또 하나의 선물이 있다. 도서 ‘지구에서 스테이’다.


‘지구에서 스테이’는 세계 18개국의 대표 시인 56명이 참여한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이다. 지금까지 코로나만큼 전 인류가 공통된 아픔을 공유한 경험이 있을까. 국적과 인종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분노와 좌절, 우울, 그럼에도 놓지 않는 희망에 대해 56명의 시인은 각 국가의 상황에서, 또 개인의 관점에서 저마다의 생각을 시로써 전하고 있다.

 

 

 

2. 인간이기에 다르고 인간이기에 같은 것



‘지구에서 스테이’는 총 네 파트로 구성된다.


1. 우리도 구하고 싶습니다 <한국>

2. 이 도시가 죽은 사람을 바다로 버리기 시작한 것은 사월이었다 <유럽·영미>

3. 나는 바이러스 맑은 후에 흐림 가끔 멸망 <일본>

4. 적어도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고 <중국·홍콩·타이완>


파트마다 은연중에 깔린 저마다의 문화,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현재 생활하고 있는 공간인 만큼 익숙한 한국의 공적 마스크. 유럽·영미의 댄스, 문명, 시민사회. 일본의 가미(神)와 모노(物) 등.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건 네 번째 순서인 중국·홍콩·타이완 파트였다.


중국은 처음으로 대규모의 감염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전례 없던 바이러스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자 수는 의료 붕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중국은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람의 죽음과 직면해야 했다. 그 상황과 마주해야 했던 사람의 감정을 날것으로 보여주듯이, 여러 시에서는 영구차, 죽음의 총구, 피비린내 등 죽음과 관련된 사실적이고도 직접적인 표현이 많았다.


이렇듯 나라·문화권으로 파트를 구분했지만, 그보다도 ‘모두 같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다.


 

천연두도 마마도 어떤 암이라도 환자 얼굴이라도 본다

마지막 가는 길 배웅도 하는데

p.30 내가 무섭다 - 손수여


코로나로 인한 죽음은 비극이다

가족조차 만날 수가 없으니

p.96 내 집 - 사이하테 타히

 


잘 알고 있듯이 코로나에 걸리면 전염을 막기 위해 별도의 공간에 격리된다. 면회는 당연히 금지다. 사망 후에도 그 사람이 가진 소지품이나 입고 있던 옷, 시체는 바로 불에 태워야 한다고 한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떠나기 전 얼굴 한 번은 보고 간다던데. 마지막 가는 길마저 외로이 떠날 사람의 심정은, 보내야 하는 가족의 심정은 얼마나 미어질지.

 

나에게도 입원하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병원에서 모든 면회를 금지한 이후, 직접 뵙지 못한 게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영상통화로나마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 때문에 얼마 보지 못할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마음이 아프다.


반면 코로나 때문에 찾아온 ‘정지’ 상태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간편식의 종류를 깨닫기도 하고, 괜히 꽃을 사와 집에 장식해 두기도 한다. 재택근무를 통해 되찾은 아침의 여유를 누리며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바깥 경치를 구경한다. 사놓고도 보지 않았던 책을 들춰보거나,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취미를 새로 시작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공통된 모습은 매우 많다. 서투르게 다루던 zoom과 webex가 어느새 익숙해졌거나. 익숙한 가게는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전철역이 세워졌다는 것을 몇 달 만에야 깨닫거나. 마스크 때문에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리거나. 아마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인류는 비슷한 생활을 이어나갈 것이다.

 

 

 

3. 지구에서 ‘스테이’할 우리들



코로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인류에게 있어 유례없는 재난이다. 동시에 인류에게 소중함을 일깨워준 역설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얼굴을 마주 보며 짓는 미소,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만남. 그리고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지금껏 인류가 많은 갈등을 빚었던 국적과 피부색을 뛰어넘어, 우리가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바이러스는 인류와 함께 이곳 지구에서 살아왔다. 바이러스의 변이와 인류의 기술 발전이 지속되는 한, 이 진흙탕 같은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구에서만 살 수 있는 우리는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우리가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다시금 힘찬 한 걸음을 내디딜 그 날까지

오늘도 지구에서, 집에서 ‘스테이’할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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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지구에서 스테이

가  격   13,000원

지은이   김혜순 외

옮긴이   김태성, 요시카와 나기

펴낸날   2020년 11월 30일

판  형   120*210㎜

분  량   164쪽

분  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ISBN   979-11-91209-27-3  03810

 

 

[최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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