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자체가 보여주는 메시지 - 로즈 와일리展

많은 나이보다 독창적인 그림으로 빛을 받는 로즈 와일리
글 입력 2021.01.02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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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품세계는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 해석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예술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으로 느껴졌다.

 

로즈 와일리展을 가기 전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에 독창적이고 스타일이 뚜렷하게 보이는 작품들에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숙제처럼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로즈 와일리 작품의 영향력처럼 그녀가 남긴 말 한마디도 강렬하게 와닿았다.

 


“그림은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이죠.”

 

 

그림을 관찰하는 것에 단순화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고 하니, 무언가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부담감이 스르륵 가라앉았다.

 

7개의 파트로 나눠진 수많은 전시 구성 중, 다음으로 준비된 그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게 아쉽다고 느낄 정도로 짙은 여운을 남긴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다.

 

 

 

강렬한 빨간 드레스의 주인공, 니콜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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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의 초상

영화 <페이퍼보이(The Paperboy)>의 시사회 中

NK (Syracuse Line Up), 2014, Rose Wylie

 

 

위 그림은 니콜 키드먼이 프랑스 칸에서 진행되었던 영화 『페이퍼 보이』 시사회에 참석한 모습을 인터넷에서 본 후,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색상이 많이 첨가되진 않았지만 강렬한 빨강, 진하고 깔끔한 검정 그리고 이 두 색과 상반되는 부드럽고 빛나는 노란색으로 표현된 완성된 머리색까지 보인다.

 

검은 끈을 제외하고 등이 그대로 드러나는 니콜 키드먼의 화끈한 모습에서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으로 치장 놀이를 하는듯한 이미지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커다란 구두와 주름진 치마가 잘 어울리는 모습은 로즈 와일리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 시킨 것으로 짐작된다.

 

또 눈여겨볼 오른쪽의 니콜 키드먼의 발과 다리의 각도는 매우 매력적으로 담겼다. 배우의 치장된 모습만을 볼 뿐 아니라, 순간 포착된 신체의 각도를 놓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된 손길로 그림을 완성 시킨 로즈 와일리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니콜 키드먼의 위상처럼 작품 또한 그 위상을 따라가는 듯 보였다.

 

 

 

축구를 사랑한 로즈 와일리의 열렬한 선수,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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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전하는

손흥민 선수의 골 세레모니 장면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Rose Wylie

(Photo by Jo Moon P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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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프리미어리그 중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의 승리를 이끈 손흥민의 4골을 표현한 작품

Scoring 4, 2020, Rose Wylie

(Photo by Jo Moon Price)

 

 

“대단한 축구선수 손흥민을 그린 작품들이 소개될 수 있어 너무 기대가 된다.“라고 표한 로즈 와일리의 인터뷰에서 축구와 손흥민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선사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열렬한 축구 팬인 남편의 영향을 받아 리버풀을 시작으로 첼시, 아스널 등 여러 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축구라는 영역은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더욱 집중력을 쏟는다.

 

전 세계에서 인기가 많은 스포츠 종목인 축구는 대중매체에 매 순간 소개되고, 대중적인 아이콘이 되어주기에 작품 주제로 탁월하다고 판단했다. 로즈 와일리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신체적 특징에 더욱 눈을 돌리는 작가인 것 같다. 위에서 보이는 니콜 키드먼과 손흥민의 작품을 보면 팔다리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그 사람이 몸에 담은 영역에서 보여줘야 하는 특징적이고 섬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아래 놓인 유화로 표현된 손흥민이 그려진작품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숫자 4가 다섯 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이 숫자 ‘4’는 2020년 9월 20일 사우샘프턴 경기를 승리로 이끈 ‘네 번째 골’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하며, 손흥민에게도 잊을 수 없는 벅찬 시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도록 기록되었다.

 

또한 전시장 안에서 볼 수 있었던 2006년 작품으로, ‘아스널과 토트넘’의 경기를 치열하게 묘사시킨 것이 인상 깊었다. 전투에 참전하고 있는 선수들은 각 팀의 상징인 대포와 수탉의 지휘 하에 움직이며 선수는 숫자로 단순하게 표현되었다. 작품 안에 들어가는 소재에 무게중심을 적절하게 배치할 줄 알며 과하지 않은 색채 표현을 보는 재미와 섬세함이 한껏 들어있었다.

   

 

 

권순학 작가의 작품으로 재현된 로즈 와일리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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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권순학은 사진으로는 공간의 입체감에 대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벽면에는 사진으로, 공간에는 페인트를 설치하여 로즈 와일리의 아틀리에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작가의 작품 세계만 들여다보게 만든 것이 아닌, 작가의 숨겨진 아틀리에를 과감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적합한 위치를 선정해 전달했다.

 

또한 책상 위에 정돈되지 않은 형형색색의 페인트 통이 나열된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정돈된 책상에서만 집중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교육방식을 뒤엎어, 자신이 이뤄낼 수 있는 공간의 짜임새가 비로소 ‘나’를 뽐낼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준다는 표현을 나타내기에 완벽했다.

 

얼마 전 읽은 잡지에서 책 『콰이어트』의 저자가 쓴 인용된 문장을 보고 밑줄을 그었다. “삶의 비결은 적절한 조명이 비치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을 켠 책상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장소와 조명이 주는 힘은 무한하다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나만의 장소는 누군가 주입시킬 수 없는 개인적인 공간임을 한 번 더 인지했고, 로즈 와일리가 펼쳐낸 그녀만의 독창적인 장소와 작품이 왜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수 있었는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한눈에 깔끔하게 배치된 장소와 조명이 스포트라이트가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수없이 펼쳐진 재료들이 복잡하게 얽힌 장소와 조명이 스포트라이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로즈 와일리의 아틀리에는 우리에게 속삭이듯 물어보는 듯했다. “당신의 스포트라이트가 될 장소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펼쳐지고 있나요?”

 

*


전시회 마지막 벽면에 붙여진 로즈 와일리의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었다.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76세라는 최고령 신진 작가에서 86세 슈퍼스타 작가로 부상하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을 그녀의 말 한마디에서, 직업에 대한 애정이 돋보여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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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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