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집엔 무엇이 있나 - 배 씨가 사는 집 [공간]

쓰잘데기 없는 물건은 이 집에 두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있는 집.
글 입력 2021.01.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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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엔 무엇이 있나 배인영표지.jpg

 

 

옷에만 관심이 있던 때가 있다. 내가 입는 옷이 나를 대변해 줄것만 같던 그 때. 옷장이 꽉 차고서야 나는 방을 둘러봤다. 사고 싶은 것의 대상을 바꿔야 할 타이밍이라서 그런 건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인테리어, 공간에 대한 관심이 무럭무럭 자랐다. 가족과 함께 사는 내 방은 작고 좁고 뭐가 많다. 인테리어를 시작하고서 많이 버렸지만 아직도 넘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방을 꾸미고 있을까? 오늘의 집 온라인 집들이나 신세계 villiv에서 나오는 인테리어 초고수들 말고, 내 또래의 내 주변의 친구들은 자기 집을 어떻게 꾸며놓고 살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친구 배 씨다. 인스타 스토리로 화병이라든가 향수 컬렉션을 공유하던 친구다. 은은한 조명에 신경 쓴 트레이까지. 얘다, 싶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입는 옷, 향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은 멋쟁이 친구다. 이 친구의 취향은 믿을 수 있다. 그래 너네 집 좀 한 번 보여줄 수 있어?





간략 프로필


배OO

27세 (인터뷰 당시 26세)

서울시 영등포구 거주

전공 화학

성격 전 제 성격을 정의할 수 없는데여

좌우명 네 인생을 살라 Vis ta vie

구독하는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 왓챠, 넷플릭스, tving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백수 배OO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하고 있습니다만. 원래는 집순이가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 집순이가 됐어요.

 

 

본인의 취향을 정의한다면?

 

Simple. SIMPLE IS THE BEST 라고 항상 생각해요.



잠옷 700.jpg

SIMPLE IS THE BEST


 

"이거 제목은 '그 집엔 무엇이 있나'로 할 거야."

"이 집엔 필요한 것만 있다."

 

 

옷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패턴이 있는 것보단 단색.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해요. 패턴, 레터링이 있는 옷보단 소재가 특이한 옷을 선택하곤 해요.



관심사가 있으신가요?

 

건축, 인테리어, 자연. 또, 향수, 옷.


건축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좋아했어요. 벤쿠버에서 3개월 정도 머무르던 때. 매주 목요일마다 스케이트장에서 체육수업을 들었는데요, 그 날따라 힘들어서 수업을 빠지고 라운지에서 앉아있다가 건축 잡지를 보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아파트만 보다가 주택의 새로움을 보고 건축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죠. (서울의 아파트 촌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건축 설계랑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고 알키데일리archdaily라는 사이트를 보는 것이 취미예요.

 

 

알키데일리 .jpg

건축물에 대한 사진, 설계도 등을 볼 수 있다.



자연

 

나무와 숲, 산성과 절을 좋아해요. (청주 상당산성, 공주 공산성이 최애플레이스)

 

grass 700.jpg

이런 풀들을 좋아한다고.


 

향수

 

중학생 때는 오히려 향수냄새를 싫어했는데, 어느 날을 기점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인영 향수컬렉션 700.jpg

배의 향수 모음


 

고등학교 1학년. 버스에서 한 향을 맡았는데, 과거의 기억이 저절로 떠올랐어요. 그 때의 나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향이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기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향수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거예요. 향기는 기억을 향기시킨다는 말은 진리!

 

 

베스트4 향수.jpg

가장 좋아하는 향수 네 가지. 뒤에 나무 오브제는 프랑스 길거리에서 약 7,8 유로에 구매했다고.


 

좋아하는 향수 브랜드는 프레데릭 말, 크리드. 대체로 머스크향을 좋아해요.

 

 

"머스크가 뭐야?"

"동물 사향 냄새라고 해야 하나…"

 

 

(내가 알기론 옷을 꽤 자주 사는데, 버리기도 자주 버린다. 생각보다 화려한 옷도 많다)


단색 옷. 블라우스. 자켓. 진. 좋아하는 브랜드는 조셉, 빈스, 이자벨마랑, 이큅먼트 등. 옷에는 수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브랜드에서 잘 만든 옷이 상대적으로 그 시간이 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재를 많이 따져요.

 

 

그린 방 700.jpg

배가 직접 그린 방 도면



어떻게 이 집에 살게 되었나요?

 

이모가 운영하는 원룸 건물이에요. 2019년 6월쯤 방이 남았으니 오지 않겠느냐 해서 왔죠. 이모집이 바로 위층이고 사촌 언니랑 가깝게 있을 수 있어 오게 됐어요.



누구와 사나요?

 

혼자 살아요. 하지만 위층에 이모네 가족이 있어 혼자 사는 것 같진 않아요.

 

 

이노메싸 커피2 700.jpg

내가 갖고 싶어했던 컵을 이미 갖고 있던 배



이모네와 교류가 잦은가요?

 

굉장히 잦아요. 엄마와 이모들 간에 우애가 돈독해요.



동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시나요?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에는 동네 밖으로 많이 나갔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요.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을까요?

 

침대와 책상. 침대에서는 휴대폰을 해요.

 

배인영 침대.jpg

침대와 애착인형 원숭이와 고래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하고. 아 또 동영상을 보는 동시에 게임 Home scape을 하기도 해요. 등에 쿠션 세개를 받치고, 무릎을 세워요. 세운 무릎? 허벅지 사이에 공기계 핸드폰으로 왓챠를 틀고, 다른 핸드폰은 손에 들고 게임을 하는 거예요.


*구독하는 콘텐츠

건축 architectural Digest, MonsterKook

요리 Home Cooking Adventure, 아내의 식탁

조승연의 탐구생활

김시선


 

책장 모음 줄.jpg

배의 책상 옆 책장에 있는 물건들.

 전공서와 프랑스어교재, 한국사 교재가 제일 윗칸에 있다.

두 번째 칸에는 배가 그린 그림과 모은 책들, 먼지 쌓이는 게 싫어 덮어놓은 천.

그 밑에는 산타가 눈에 띄는데 보조 배터리라고 한다.

맨 밑에는 필기구.

가장 좋아한다는 분홍색 형광펜 두개와 스테들러 지우개는 따로 꺼내서 보여줬다.


 

책상에서는 주로 공부를 해요. 공부를 하는 것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프랑스어나 한자성어, 세계사를 공부했어요. 세계사는 하다가 포기했고. 프랑스어는 대학생 때 학원을 다니며 공부한 적이 있어 까먹지 않기 위해, 한자성어는 상식을 위해. 겸사겸사 한문 공부도 하는 거고요. 이과이다 보니 문과적인 게 부족한 것 같아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싶어요.



집에서 주로 머무는 공간, 손이 닿는 범위에 꼭 두는 것들이 있다면?

 

핸드크림. 책상과 침대 옆에 항상 둬요. 이어폰. 씻고 있을 때 빼고는 에어팟을 끼고 있어요. 노래를 하나씩 골라듣기보단 주로 가수의 전체 플레이리스트를 들어요. 브루노 메이저, 마이크 부블레, 바우터 하멜. 충전기. 핸드폰을 자주 해서 배터리가 닳을 때마다 충전해요.



자 이제 집을 어떻게 꾸몄는지 이야기해 볼까요.

 

지금 내 집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꼭 말해줘.

왜?

일단 저 초록색이 이미 박혀있었고, 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책상이랑 부엌, 수납가구들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정말 질색하는 표정)

 

 

인영색.jpg

이런 초록색위주의 가구와 베이지색 몰딩으로 된 방이었다.


 

특히 옷장과 침대는 이모부가 고르셨는데, 제 선택권은 없었죠. 어쩔 수 없이 그에 맞춰 목재스타일로 꾸민 거예요. 원래는 실버 위주나 철제가 가민된 것을 좋아해요.



주로 어디서 구매하나요?

 

구매한 게 없는데요.

예?

다 직접 산 거긴 하지만 제 스타일이 너무 아니어서 길게 말하기 싫네요. 목재에 맞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굳이 마음에 드는 걸 꼽는다면 시계, 아르네 야콥센. 온라인 편집샵에서.

 

 

인영 시계 700.jpg

겨우 꼽은 마음에 드는 시계


 

어떤 생각으로 방을 꾸미셨나요?

 

생각 없어요. 길게 살 곳도 아니고 내 집도 아니기 때문에 극혐 정도가 아닐 정도로만 꾸몄어요.



처음 이모부가 사신 옷장과 침대 때문에 크게 좌절한 걸로 보이는데 맞나요?

 

사실 그런 가구 때문이라기 보단, 풀옵션 원룸의 한계라고 할까요. 튀어나온 냉장고, 목재의 색상 장판, 연한 갈색의 창문틀 모두 제 취향이 아니에요. 저는 어두운 고동색의 목재, 콘크리트나 대리석을 좋아해요.



벽지색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완전 흰색이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흰 색도 아니고 줄무늬가 있는 것도 싫어요.



이 공간을 나답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제 스타일이 아니니까요. 슬프지 않냐.



배가 직접 열심히 꾸민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정반대의 단호한 대답이 나올 줄 몰랐어요.

 

B안으로 꾸민 거죠. A안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이 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부분이 있다면?

 

침대 옆. 침대 옆에 있는 협탁, 사이드 테이블.

 

 

침대 사이드테이블 700.jpg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왜죠?

 

철제와 유리로 구성된 유일한 가구라서요.



그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물건들도 인테리어의 일부인가요?

 

예. 시계, 액자, 디퓨저가 있는데 인테리어이긴 하지만 말하자면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합니다. 책… 책은 움직이기 귀찮아서 가까이에 둔 것이 맞아요.


 

배는 인터뷰에 응하며 대답하는 틈틈이 돌돌이를 돌리고 있다. 머리카락 하나 용납하지 않는 모습.

 

돌돌이 인영.jpg


"너 정말 돌돌이 자주 쓰는구나."

"머리카락 극혐이야."

 

 

돌돌이를 계속 돌리는 모습에 어머님이 사람 참 불편하게 만든다고 한 마디 하셨다고. 배의 어머님 왈, "눈치 보이게 뭣도 못하게 하니, 너는!"


 

이 방에서 함께 시간을 지내보니, 깔끔하다는 게 느껴지네요. 서랍은 용도별로 분리돼있고, 책장의 책 위엔 책 덮개가, 드라이기는 거울 뒤에 숨어있구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비롯한 자신의 인테리어 철학이 있다면?

 

철학까지는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미니멀하게 꾸미는 것. 먼지 쌓이는 게 싫어 물건을 늘어놓기보단 집어넣고 숨겨놓는 편이에요, 청소하기도 쉽잖아요. 청소는 취미예요. 청소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만큼 자주 하기도 해요.

 

제가 집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장실인데요, 청결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첫번째 척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화장실이 깨끗하면 다른 곳도 깨끗해요. 그래서 호텔을 가면 화장실부터 보곤 해요.



그럼 본인이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옷, 신발 제외. 쓰는 것만 갖고 있고, 안 쓰는 것은 애초에 사질 않아요.


"안 쓰는 게 뭐가 있지? 아 나는 방에 만화경 같은 거 있는데."

"그딴 거 안 사지."


쓰잘 데기 없는 거 하나 있다면 드림캐쳐? 작년에 여행 간 벤쿠버에서 사 본 거예요.



본인의 인테리어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심플 이스 더 베스트. 사실 저 말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성격, 생각 등 저를 설명할 수 있어요. 쓸데 없는 걱정도 잘 안 해요.걱정거리가 있더라도 하루만 있으면 나아져요.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다음 날 멀쩡해지거든요. 12시간 안에 회복가능. 쌉가능.



저번에 제가 조명을 추천해준 적이 있는데 본인은 특정 소재의 조명을 좋아한다며 탈락시켰죠.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조명은 글라스보다 메탈. 조명은 어쨌든 소재가 섞여있잖아요 글라스도 좋긴 좋은데, 철제가 섞여있는 게 더 좋아요. 화병은 글라스. 단호한 타입.

 

 

카톡캡쳐.jpg

그 때의 대화



드림 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집전체로 말해야 하나요? 침실?

편한 대로 해주세요.

필요한 가구들만 있는 공간, 살림살이들은 다 수납함에. 오브제 제외 밖으로 나와있지 않도록 할 거예요. 혼자 산다는 가정 하에 집 전체로 말해볼게요. 안방, 옷방,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안방에는 침대, 1인용 소파, 작은 티 테이블, 조명을. 거실은 긴 쇼파, 1인용 쇼파, 쇼파 테이블, 조명. 책방은 좀 편안한 분위기로.

 

인영 드림룸 레퍼.jpg

배의 드림룸 미리 엿보기



집의 주 색상은 검정과 흰색, 거기에 좋아하는 가구들을 배치할 거고요. 좋아하는 가구 브랜드는 Gubi, Morso, ClassiCon.


지금 이 집과는 정말 다른 분위기겠군요.

 

네. 말모. (말해뭐해)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나 자신은 스타일이 확고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웃음)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 쉬웠다. 돌돌이를 이렇게 많이 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웃음)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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