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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왔다.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았던 2020년이 지나고 2021년이 되었다. 특별히 이룬 것은 없어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이만큼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없다. 시간을 알차게 보냈든 멍하니 보냈든, 부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 년이 지나면 한 살을 먹게 되니까.


‘나잇값’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대학교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 있다. 지하철에서 다리가 아픈데도 눈치를 주는 어르신 때문에 몇 시간이 걸리는 통학 길을 서서 왔다거나, 옷차림을 지적한다거나, 무작정 밀치고 자리를 선점하거나. 그런 말을 듣고 또 볼 때마다 화가 났다. 나이에 대한 우대는 받으면서 왜 그에 걸맞은 배려와 포용을 보여주지 않는 것인지.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 싫었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20대의 중반에 접어든 만큼 친구들도 하나둘씩 취업을 했다. 매일 아침 부지런히 출근해 열심히 일한다. 아직 신입인 탓에 일에 서툴고 사람 사이에서 상처를 받아 그만두고 싶다며 속상해하다가도 훌훌 털고 의연한 모습으로 다시 회사로 향한다. 그렇게 받은 소중한 월급으로 월세, 공과금, 식비, 기타 등등 저 스스로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다.

 

그중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친구도 있다. 누가 봐도 어엿한 어른의 모습이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어느새 이렇게 컸는지 뿌듯한 마음이 들다가도, 아직 독립하지 못한 나의 모습에 초조함이 찾아오고는 했다. 나이만 먹었지, 나는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어른’의 첫 번째 뜻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이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기의 일을 책임지고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거다.

 

제 몸 하나는 건사해야 자기의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아직 그럴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 정서적으로는 어떠한가. 내 일을 오롯이 책임질 만한 그릇을 가지고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나잇값’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된 ‘어른’과 제 일을 책임지는 ‘어른’은 다르다. 부단히 노력해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워져야 하는 거였다.


마냥 멋있게만 보였던 군인 아저씨는 어느새 전역한 친구들이 되었고, 어른처럼 보였던 TV 속 연예인의 나이는 곧 내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노력을 통해 원하는 어른의 모습이 되어야 할 때이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지혜와 포용력을 갖춘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신년 계획을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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