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두서없는 사랑, 사랑, 사랑

글 입력 2020.12.3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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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글로 장황하게 남겨두고 싶은 주제가 있었다. 흔하지만 결코 힘을 들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 바로 사랑이다.

 

요즘 적어둔 메모를 보면 ‘사랑’으로 귀결되는 글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알았다. 나는 사랑에 약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런 나의 내면에서는 도저히 단단한 문장들이 나오지 않아 책과 노래를 빌려 빨간 글을 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을 밑줄을 치며 읽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여전히 아날로그방식으로 종이를 넘긴다. 보통 너무 두껍지 않은 도서를 예로 든다면 평균 10번 많게는 15~20번까지 글 아래에 줄을 친다. 그러다 오늘 ‘애정에서의 연습’이라는 카테고리를 품고 있던 책을 읽었다.

 

 

언제는 사랑을 찾아 깜깜한 밤길을 헤맨 적이 있다. 긴 새벽이면, 외로움을 못 이겨 방안 가득 불빛을 켜놓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아침은 왔고, 나의 방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눈이 부실까 촘촘하게 걸어두었던 커튼도 햇빛 앞에선 소용없는 일이었다. 천막 사이로 빛은 새어 들어왔고, 뒤척이며 바람을 일으킬 때면 새어 나오는 빛은 요란하게 출렁거리며 나를 깨웠다. 그것은 그토록 원하던 사랑이었다.

 

(중략)

 

안달한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것. 하지만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오게 되는 것. 찾을 수 없는 것. 대신할 수 없는 것. 내가 조정할 수 없는 것. 또 나를 깨우는 것. 나를 일으키는 것. 가릴 수 없는 것. 막으려 안간힘을 써 봐도 자꾸 새어 나오는 것. 나에게도 사랑이 온다.

 

- 나를 사랑하는 연습, 정영욱

 

 

이 페이지를 읽을 때 단지 밤이 주는 분위기 탓인지 여기에 적힌 빼곡한 내용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어왔다. 왠지 글자들이 움직여 애정이 깃든 장면을 보여주는 듯했고 한편으로는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잘 정리되어있어서 순간 반갑기도 했다.

 

사실 이 감정, 사랑은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신기한 것이다. 그래서 위에 나온 작가의 글은 사랑을 겪는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나도 벅차면 입을 열기 전에 생각이 많아지듯이 사랑에서는 내가 그랬다.

 

기승전결이 없이 말은 뚝뚝 분절되었다. 하지만 위에서 인용한 글은 사랑이 완전한 빨간색이 되기 전 예열부터 100도 그 후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더하여 찾을 수 없고 대신할 수 없으며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보다 더 정답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겪어온 사랑들은 이 3가지를 모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17일,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다정하고 쓸모있는 사람인 듯 느끼게 해주는 사람. 진짜 내가 가진 한 모습 아닌 그저 그렇게 바라봐주는 것임을’. 어떤 순간이었는지 정확히 떠오르진 않지만, 대상은 또렷하다. 이성 간의 애정은 아니었지만, 아무개에게서 사랑의 속성을 배웠다. 올해 처음 만난 거의 5개월 동안 날마다 보다시피 했다. 우리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점점 깊은 고민도 나누며 여름과 겨울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내가 들을 수 있는 것도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한테 고민을 말해주셔서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말로 내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어렵잖아요. 정말 감사해요.’라고 마음을 전달했다. 반응은 예상외였다. 되려 그가 감사함을 넘어선 감동까지 표했고 그 순간 저 메모를 남겼다. 감동이 섞인 감사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느끼게 한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을 내포했다.

 

*

 

“이게 사랑인가?”라는 물음으로 가득 찼던 시기가 있다. 그때 우연히 이 노래를 발견했고 계속 들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 가사 속에 답이 있었다. 사랑은 사람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명확히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마음에 불안할 순 있어도 물음을 가지진 않는다.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차가워 보일 순 있어도 속이거나 거짓은 섞이지 않는다.

 

 

마미손-사랑은(Feat.원슈타인)


사랑은 헷갈리게 하지 않아

그게 너라면 아깝지 않아

묻고 싶어 듣고 싶어

oh if you (feel the same)

사랑은 망설이게 하지 않아

수많은 선택지 위에 너와 나

난 너만을 넌 나만을 남겨둬

머릿속 나쁜 것들이 많아

목구멍 밑엔 아픈 것들이 많아

난 어딘가 고장 난 엉망진창

근데 네겐 왠지 보일 용기가 나

 

 

온 정성을 다해 시간을 쏟게 되는 것, 보편적인 따스함, 사랑이다. 사랑, 사랑, 사랑 참 많이 반복해서 말해도 지루함이 없는 단어이다. 오늘부터 주변 사람, 나아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아무개가 사랑받기 충분하고 또 나눠주기에도 풍족하기를 바라며 장황한 글을 마무리한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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