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이러스 재난 앞에 누군가를 시를 적었다. – 지구에서 스테이 [도서]

우리는 서로에게 ‘지구에서 스테이!’를 약속했다.
글 입력 2020.12.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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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지났다. 계절은 어김없이 변하고 변함에 따라 자연스레 옷의 두께와 길이도 달라졌지만 마스크를 쓰는 것만큼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승을 부린다. 잠잠해질 기미를 보였던 여름과는 달리 추울수록 바이러스 전파력은 눈치 없이 강해진다.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 지금의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지 않을까싶다.


현재도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전염병과 보이지 않는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경계하고 누군가는 슬퍼하고 아파하며 또 누군가는 작별한다.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는 희망을 바라며 살아가고 어떤 누군가는 시를 쓴다.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가 그렇다.


이 책은 전 세계 18개국 56명의 시인들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 저마다 마주하는 상황을 시로 적어 우리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각국의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함께 겪는 코로나 상황은 같기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슬픔에 공감하고 희망을 바라는 마음은 하나로 연결된다.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무서운 꿈을 꾸고 나서 아침에 울었다는 이야기. 꿈마저 못 꾸는 건, 더 무섭다는 이야기. 그리고 걱정 말고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소망까지. 이제 악몽은 너무 커져서 서로의 꿈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숨쉬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생존신고서가 된 시' -나민애 문학평론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1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의 일상은 참 많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스크 착용이 아닐까싶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라 당연히 필수로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보니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란 힘들어졌다. 얼굴은 감정 표현을 드러내는 부분이라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서로의 눈매만을 바라본 채로 얘기하다보니 때론 도통 어떤 감정인지를 알기 어렵다.

 

 

입매가 사라지니 눈매가 매서워졌다.

표정을 알 수 없어서

서로가 서로를 경계했다.

 

‘그것’ -고은-

 

 

여러 변화가 있지만 또 다른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닐까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를 낯설고도 전에 없던 환경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상대방과 물리적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대면 만남은 줄어들었고, 오프라인 생활에 온전히 반영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자주 가던 가게나 식당, 문화시설 등의 모습도 변화되었다. 어떠한 곳은 사라지기도 했으며, 자주 가던 곳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거하고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잠시 멈춤을 약속했다.

 

 

우리는 다짜고짜 멈춰 섰다.

스테이 홈!을, 개에게 명령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외치면서.

나는 바로 이 ‘스테이’ 체험이 인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기야 어쨌든 우리들은 모두 ‘멈춰 서’야 했다.

 

‘지구에 스테이하는 우리들은’ -이토 세이코-

 


거리가 멀어져도 소통은 계속되어야하기에 그 문화는 언택트·온택트 문화로 이어졌다. 직접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화면 속의 만남으로 대신해야했다.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예전과 같이 자유롭게 숨을 쉬고 생활하며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갔던 날들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당연한 듯 생각했던 일상조차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즘, 아무 탈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하루 또한 감사한 일임을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인지

그물에 갇혀보니 알겠어요.

지금, 온 도시가 기침 그물에 걸려들었어요.

 

‘마왕 거미가 펼쳐놓은’ -장옥관-

 


가끔씩 코로나 바이러스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뜩 ‘우리가 코로나를 잊을 수 있을까?’생각한다. 머리가 질문을 내리기가 무섭게 마음속에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매일 같이 울리는 재난 문자와 그 안의 텍스트를 읽으며 누군가가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TV나 휴대폰을 보면 코로나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들로 줄을 잇는다. 나라마다 전시 상황이라 할 만큼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나온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잇달아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여전하다. 인간은 바이러스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다.

 

 

얼굴 없는 죽음들이 도시를 둘러싼 담벼락에 쌓인다.

남들이 들어올 수 없게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도시의 코로나 바이러스’ -룩 훙-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더욱 갈 길을 잃는다. 가끔 뉴스를 보면 자신과는 무관한 듯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 등이 있다.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혹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탓인지 아직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언젠가 자신의 차례가 될 가능성을 인지하지 않은 채 말이다.

 

모두가 힘들고 지쳐간다. 심각한 상황도 초창기에는 주의를 기울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반복될수록 체감되는 정도는 낮아지는 모습이다. 단순히 숫자로만 인식되지 않길 바란다.

 

 

살면서 죽어있어요.

나는 바이러스 맑은 후에 흐림 가끔 멸망

 

‘코로나의 달을 둘러싼 단카 열 수’ -요쓰모토 야스히로-

 


그럼에도, ‘희망은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나는 ‘그렇다’라고 믿는다. 혹자는 너무 쉽게 하는 말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실 어떤 전문가는 완벽히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전문가의 말처럼 지금부터 회복된다 할지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럼에도 수많은 재난에도 인간은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어두움 끝에는 반드시 밝음이 존재한다. 밝음과 어두움, 그 어느 쪽도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인류가 과거에도 수많은 재난을 맞이하고도 살아남은 것처럼 이번에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 믿는다.


 

이 모든 것이 지나갈 때

지나가겠지요, 언젠가 꼭 지나가요-

이것이 모든 것이 될 수 없어요.

 

‘이 모든 것이’ -아나 리스토비치-

 

 

이것 또한 전부가 될 수 없고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현재로서는 모두가 ‘스테이’하는 삶을 당분간 지속해야한다. 이 지구에서 나를 위해 서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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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스테이

- 세계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 -

 

 

지은이

김혜순 외

 

옮긴이

김태성, 요시카와 나기


출판사 : &(앤드)


분야

시/에세이


규격

120*210㎜


쪽 수 : 164쪽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1209-27-3 (03810)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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