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0, 못 본 척 넘어가 줄게 [사람]

글 입력 2020.12.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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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년이 지나간다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많은 일을 하지 못한 2020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상상대로라면 지금 나는 프랑스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유럽을 마음껏 누비고 있을 예정이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유럽에 대한 로망을 직접 이루고자 여행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터지는 폭죽 앞에서 카운트다운하고 2021년을 새롭게 맞이할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다녔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커피를 사러 나가는 일과 빼고는 거의 한 달째 내 방에 머물러 있다.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고 친구들과의 연말 모임도 zoom으로 대체했다. 나는 분명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라 잘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고 이 짓도 1년이 다 되어가니 지쳐간다. 아마도 이 글에는 코로나로 인해 갇혀버린 어느 일반인의 한탄이 조금 담길 것 같다. 2020년은 못 본 척 다 같이 속는 셈 치고 넘어가자.

 


  

작년 이맘때


 

자꾸 작년 이맘때 뭘 했지 생각하며 달력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은 연뮤덕이라고도 할 수 없긴 하지만, 작년엔 공부도 제쳐두고 작품을 보러 다니는 게 삶의 낙이자 이유였을 만큼 행복하게 지냈었기에 계절이 바뀌면 그즈음에 했던 극들이 자연스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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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은 내가 살면서 우선순위에서 빠지지 않았던 공부가 뒤로 밀린 거의 최초의 날들이었다. 성인이 되고서도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나 욕심을 잘 제어하지 못했던 탓에,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힘들어하던 나를 공연예술이 완전히 내려놓게 만들었다. 살면서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엄청난 행복이 들어찬 표정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진짜 삶을 사는 이유임을 온전히 받아들였던 시기였다. 그냥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자는 마음을 먹고 굳게 실천했던 때이다.

 

개인적으로 그런 마음을 먹는 것은 자주 하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조금은 내려놓거나 미완성의 상태로 두는 것을 쉽게 하지 못하는 성격에 실천은 잘하지 못했다. 그때도 굳게 실천했다고는 말하지만, 기억은 미화되지 않는가. 급하향 곡선이 생겨버린 성적에 충격을 받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강렬하게 즐거웠던 모습이 남아있다. 성적이나 평가보다는 너무나 행복하게 '덕질'하고 친구들과 너무나도 재밌게 놀았던 기억 말이다.

 

나를 바꾸어 나가는 모습에 스스로도 만족했던 때이기도 했다. 그렇게 철부지처럼 살아가 보는 게 처음이라 재밌기도 했고 돈만 벌면 바로 인터파크로, 카드값으로 빠져나가는 삶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름 괜찮았다. 그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연말의 향수


 

그래서 지금 추운 겨울의 나와 그때의 나를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시험 전날 무작정 갔던 콘서트가 벌써 1년 전이네..', '그때 먹었던 콩나물 두루치기가 참 맛있었는데...', '여신님이 보고 계셔 3번 정도만 더 볼걸...' 지금 내가 느끼는 건 그리움과 아쉬움 가득이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더 많아졌으니, 어쩌면 자유로웠던 때를 기억하는 게 당연한 일인 듯 싶다가도 모두가 다 힘든 상황이고 소득도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런 한탄 섞인 볼멘소리를 하는 게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마음 한가운데서 2020년을 보내줘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편안하지가 않다. 연말이 원래 뒤숭숭한 감정으로 보내는 거라곤 하지만, 2020년은 더욱더 아쉽고 어려웠던 모두가 힘든 하루가 모여 일 년이 된 터라 연말이라는 게 믿기지도 않을뿐더러 속상한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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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좋은 소식들이 들려야 하는데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안 좋은 소식들만 계속 접하고 있으니 어떻게 연말을 조금은 기분 좋은 감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2021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정해진 대로 흘러올 것이기에 대학이 종강하고 남은 2020년을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으로, 무슨 다짐으로 마무리할지 생각하다가 벌써 며칠도 남지 않았다.

 

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과목을 한 학기 동안 배우고 시험공부를 하며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은 상태에선, 종강하자마자 읽고 싶은 책들을 모조리 읽고 2020년을 마무리하는 멋진 글도 쓰고 싶었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뿌듯했던 일, 해냈던 일들을 담은 오피니언을 쓰며 컬쳐 리스트 1년 활동을 추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긍정적인 회고를 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종강을 하고 나서도 남은 여러 활동의 과제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의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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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놀러 나가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봤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요리, 홈트레이닝, 액세서리 제작, 레진 공예, DVD 시청, 독서, 밤새 드라마 보기, 홈 카페 등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살면서 삼시 세끼를 가족들과 함께 먹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그런 하루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깨달은 것이라곤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집순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돌이켜보면 집에선 잠자기만 했던 사람이었고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을 느낀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과 내 주변에서 내가 살아가게끔 도와주는 여러 환경의 소중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주엔 몇 달을 기다렸던 후원 중계 뮤지컬을 봤다. 오랜만에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에 두근거리며 집에서 과자를 까먹으며 보는 즐거움에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크게 다가온 마음은 '이 조명과 이 연출과 이 연기와 이 노래를 극장에서 만나 온전히 내 두 눈과 귀, 정신을 호강시켜줬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일상의 소중함을 더욱더 즐겼을 것이다.

 

*

 

그동안 집밖에서 해왔던 일들에서 느낀 행복을 비슷하게나마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서 얻고자 노력했던 몸부림이 기억난다. 그래도 지금 2020 연말을 정리하며 이렇게 내가 행복하기 위해 몸부림친 것들이 떠오르니 소소하지만 2020년을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에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일상을 마무리하며 2020년,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와 여러 제한 다 못 본 척하고 넘어가 줄 테니까 2021년은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연초에는 웃음이 나는 달콤한 꿈을 꿔볼 수 있잖아?!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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