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가 남긴, 공간의 소중함

글 입력 2020.12.2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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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라는 설렘과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코로나의 공포가 서로 아찔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집 밖을 돌아다니며 연말의 분위기를 즐기기보다, 집 안을 정성스럽게 정돈하며 신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연말마다 만나던 그리운 얼굴들도 집 안 작은 모니터로 마주한다. 바이러스 걱정 없이 안전하게 모두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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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보다 집 안 활동을 많이 했던 터라, 집을 빼고 올해를 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여느 해보다 내 공간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여느 해보다 내 공간이 끔찍하다고 느껴졌다. 집 밖에 있는 것을 좋아했던 성향으로, 내 방 돌보기를 소홀하게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 방은 우리 집에서 유일한 북향이었던 터라 햇빛을 충분하게 받기 힘들었고, 예전의 확장공사로 문을 꽁꽁 닫고 있음에도 바람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예전처럼 내 방에 있는 시간이 몇 되지 않는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일상의 대부분을 내 방에서 보내야 했다. 일상에서 쾌적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바꿔야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방 정리를 늘, 시간이 날 때마다 했다.

 

처음에는 비우는 것부터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썼던 방이라, 옛날 책이 많이 있었다. 보지 않는 책들을 따로 비웠고, 비운 자리를 깨끗하게 닦았다.

 

먼지가 소복이 쌓인 물건들만 나갔는데도 방이 한결 깔끔해 보였다. 정리하며 한동안 잊어버렸던 추억도 다시 한번 보고, 잃어버렸던 편지들도 찾았다. 공간은 가벼워지고, 추억은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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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를 재배치하기엔 역부족이었기에 가구 안의 내용물을 바꿨다. 책장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엽서들과 화장품을 모았다. 그들의 자리가 필요해 보여 적당한 바구니도 구비 했다. 조금의 변화였지만, 한동안 끔찍하게만 느껴졌던 내 방이 산뜻하게 느껴졌다.

 

방을 구석구석 닦으면서 시간의 흐름도 체감했다. 예전에는 자주 사용했지만,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피아노는 먼지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빨간 건반 덮개의 밑부분만이 예전의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덮개의 용도를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지난 1월에 다녀온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념품에도 똑같이 먼지가 쌓여있었다. 어쩐지 물건의 구매 시기가 아니라 나의 관심이 끊긴 순간부터 물건의 빛이 퇴색되는 것 같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빼앗아간 줄만 알았는데, 또 그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어쩌면 평생 몰랐을 공간을 돌본다는 의미를 이토록 느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의 생각을, 그리고 지금의 감정을 잊지 말고, 코로나가 물러난 시기에도 늘 내 공간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겠다.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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