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과거가 후회되고 미래가 두렵다면 -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도서]

글 입력 2020.12.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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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사회 진출을 목전에 둔 나이가 됐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졸업을 한 친구들도 많고,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나 취업 준비에 들어선 친구,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 혹은 휴학이나 취업을 위해 대학을 조금 더 다니는 친구도 있다. 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나이가 진로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유튜브의 한 채널에 올라온 ‘90년대생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접했다. 현재 90년대생들이 일본의 전후세대와 버금가는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문이 더 좁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든 탓에 자살률이 점점 더 올라간다는 통계가 눈에 띄었다.

 

더욱이 20대 여성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젊은 여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우울은 비단 20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에 덮친 우울 증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 사태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밖에 없다는 무기력과, 내 일자리와 내 생계가 점차 위태로워지는 현실적 어려움이 한 번에 파도처럼 세계를 덮쳤다. 특히 자영업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취업문이 매년 좁아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코로나 블루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었다.


올해 1월 1일에 나는 아이유의 ‘스물셋’을 들었다. 내가 스물세 살이 되기 때문이었다. 휴학이나 교환학생 경험 없이 학교를 다닌 탓에 어쩔 수 없는 4학년이 되었고, 코로나19 때문에 개강은 기한 없이 미뤄지다가 결국 3월 중순이 되어서야 온라인으로 개강을 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올 여름이면 캠퍼스를 거닐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달고나 커피를 만들던 것이 지금은 꿈처럼 아득하다. 타고난 집순이였던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 수준의 집콕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단지 공연을 보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쉬웠을 뿐이지만 온라인으로도 공연은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코로나19가 약 1년째 지속되다보니 나도, 내 주변도 점점 코로나 블루에 빠져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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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NEWS - '코로나 블루' 자가진단, 나는 몇 개나 해당할까?

 

 

대학원, 취업준비, 시험 준비 등 다양한 진로를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공통점은 있었다. ‘불안’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불안한 상태였다. 가뜩이나 아득하고 어두운 미래 때문에 툭하면 불안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니 모두가 불안과 우울에 빠져 있었다. 그 기저에는 ‘어차피 모든 것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내지는 ‘어차피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텐데 현재를 버텨낼 의미가 없다’와 같은 무기력이 있었다.


책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를 읽게 된 이유도 내 안의 불안을 조금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른을 위한 단단한 마음 수업’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불안 때문에 힘든 어른들에게 방향키를 제공해준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저자가 경험한 실제 사례들이 많이 담겨 있어 공감과 이해도 쉬운 편이다.

 

이 책은 사람마다 불안의 이유도, 모습도, 정도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해답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불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 마음가짐을 어떻게 다잡아야 하는지 등 유용한 힌트를 제공해준다. 내 상태와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뚜렷한 목표가 없더라도 주어진 하루에 충실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하루들을 하나하나 엮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지금 내 삶의 방식이 산발적으로 흩어진 보텀업이라고 불안해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게 무엇이든 열심히,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이다. 나는 과거를 후회하는 편은 아니지만 현재에 의미 부여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어차피 과거로 돌아가 봤자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과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은 장점이지만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것은 단점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진로고민을 해본 적 없을 만큼 내 꿈은 또렷했다. 대학에 원서를 쓰던 열아홉 살 때도 담임 선생님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내가 쓰고 싶은 과만 잔뜩 원서를 썼던 기억이 있다. 운 좋게 그 학교들 중 하나에 합격해 입학한 뒤에도 한참 동안 나는 내 진로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데 2학년이 되자마자 나의 진로 고민은 시작되었다. 과연 이 길이 맞는지, 평생 이 직업으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불확실한 미래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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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불안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진로 때문이 아니었다. 완벽한 정답을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 마치 수능 문제처럼, ‘가장 옳은 것을 고르시오.’ 따위의 질문 아래 다섯 개의 선지 중 하나를 골라 동그라미를 쳐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인생은 객관식도 단답형도 아닌 채점기준 없는 논술형인 걸 간과해서 최고의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이다.


책의 말처럼 ‘그게 무엇이든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뒤에는 불안이 조금 줄어들었다. 지금-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불안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인 듯하다.


또 내가 이 책에서 얻은 팁은 바로 ‘메모’다.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그리고 이유 없이 초조해질 때 종이를 펼치고 내가 불안한 이유를 적는 것이다. 책을 읽은 뒤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한 번 시도해보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계속 무언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해결이 안 되고 힘들다면, 그것은 내가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숨기고 있다는 증거다. 내 상황과 스트레스를 글로 쓰는 것은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내가 불안해하는 이유 대부분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해할 필요 없는 것들을 불안해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었던 셈이다.

 

가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차분하게 ‘걱정 리스트’를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하나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면 되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라면 과감히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놀랍게도 내 현재 상태와 걱정거리를 눈에 띄는 곳에 적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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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내가 통제하지 못해 불안하거나, 닥쳐올 미래가 막연하게 두려워 불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미래나 과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면서 불안을 멀리할 수 있기를. 삶에 회의감이 들 때마다 들춰보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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